정현 展

 

 

 

gallery is

 

2023. 8. 9(수) ▶ 2023. 8. 15(화)

서울특별시 종로구 인사동길 52-1 | T.02-736-66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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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누구냐
내가 그림에게, 그림이 나에게 서로 묻다가 피식 웃는다.
우리는 유식하지 않아서 거대한 철학적 담론이나 미학적 요소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다. 그러나 서로에게 진심이다.
나의 신들은 전지전능하지 않으며 나만큼이나 불완전한 존재이지만 성실하다. 세상의 부름에 응답하기 위해 성질머리 급한 벼락장군도 신생아 모자 뜨기에 열심이고 인간의 수명을 관장하는 수성노인도 뜨개질이 한참이며 한갓 보자기 망토를 두른 소녀도 원더우먼이 된다. 잡초신도 “넌 잘하고 있어” 라고 쓰담쓰담 응원의 손짓을 보낸다. 수줍게 날개를 편 소녀의 날갯짓은 소리 없이 날아올라 수천수만 개의 화분(花粉)을 뿌리듯 장수(長壽)를 축복할 것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반가사유의 이미지도 깊은 고뇌와 깨달음의 직전이 아닌 빨래를 널고 아기를 업어 재우다 잠깐의 오수(낮잠)에 든 모습으로 포착했다. 깍두기 머리에 팔 한가득 용 문신을 하신 큰 행님도 조만간 그 허울을 벗고 신성이 깨어나려 한다.
드라마 도깨비 중 ‘인간에게는 누구나 비록 순간일지라도 신이 머문 순간이 있다’고 하는 내레이션이 나오는데 아마도 우리 모두에게 내재되어 있는 신성이 깨어난 순간을 의미하는 것이리라. 이 신성으로 말미암아 우리는 서로에게 비록 찰나일지라도 신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정의롭고 따뜻한 세상, 우리 모두의 신성이 잡초처럼 들불처럼 번져나가는, 신들로 가득 찬 살만한 세상을 꿈꾼다.
그리고 감히 바라건대 내 안을 가득 채운 울림 하나로 빚어본 이 신들의 존재가 이제는 당신이라는 공감의 영역에까지 도달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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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230809-정현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