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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회 조병철 展
GOLDEN TIME +61
갤러리 라메르 3층 전관
2023. 7. 19(수) ▶ 2023. 7. 30(일) Opening 2023. 7. 19(수) 17:00 서울특별시 종로구 인사동 5길 26 홍익빌딩 | T.02-730-5454
Goldentime 23-0701_486.6x390.9cm_Mixed media_2023
조병철의 근작 강한 자의식에 의한 현대적인 문법의 조형 언어
신항섭(미술평론가)
예술가의 눈은 때로 탐미적인 시각을 거둔 채 현실을 직시하기도 한다. 예술지상주의를 표방하더라도 동시대를 살고 있는 한 인간으로서의 의식을 부정할 수 없는 까닭이다. 그러다가도 또 어느 순간 순수한 예술가적인 입장으로 되돌아오게 된다. 이처럼 예술과 현실 인식 사이를 오가는 건 깨어 있는 예술가의 태도일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 둘 사이를 오가다 보면 자칫 예술적인 성과를 간과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현실적인 문제를 외면할 수 없다는 자의식이나 강박관념에 지나치게 사로잡혀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조병철의 작업은 이 두 문제를 놓고 고민해온 모습이 역력하다. 대학 시절부터 현실 인식이 강했기에 무언가 간접적으로 또는 은유적인 방법으로 자신의 의지를 표현했다. 현실과 예술가적인 이상 사이에 놓인 복잡한 사회문제들을 외면할 수 없었고, 그래서 표현적인 이미지를 중심으로 하는 자의식이 강한 작업을 했다. 그러다가 사회상의 변화에 따르듯 그 또한 순화된 표현으로 시선을 돌리게 되었다.
Enter_390x160cm_Mixed media_2006
그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신체적인 힘과 그를 시각적으로 받아내는 질감 표현의 추상적인 표현의 세계로 들어서게 됐다. 널따란 붓의 흔적과 그에 따른 질감이 도드라져 보이는 추상적인 작업이 이에 해당하는데, 반복되는 붓질이 겹치면서 질감 위에 또 다른 질감이 덧쌓이는 중층의 이미지가 형성되었다. 이는 신체적인 힘과 더불어 일정한 리듬을 타는 붓질이 지어내는 표정을 통해 감정 및 의식의 흐름을 엿볼 수 있는 작업이다. 추상적인 공간을 향해 행해지는 이와 같은 일련의 표현행위는 시각적인 이미지가 지어내는 순수한 표현 감정을 드러내는 일이기도 하다. 구체적인 형태가 없음에도 무수히 존재하는 붓질과 질감이 지어내는 미묘한 울림은 시각적인 이해를 뛰어넘는 감성적인 표현이다. 이렇듯 추상적인 작업은 일종의 현실 인식에 몰입해온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즉 자기 정화의 한 방법이라고도 할 수 있다. 예술의 순수성에 대한 성찰이었는지 모른다. 이어 컴퓨터 자판을 이용하는 오브제 작업으로 넘어오게 된다. 전자 문명을 상징하는 컴퓨터와 관련한 부품들은 현대미술에서 흔히 쓰이는 오브제이다. 전자회로라든가 그에 따른 각종 부품 그리고 자판 등 일련의 오브제는 현대라는 시제를 가장 명징하게 드러내는 상징성을 가진다. 상상을 초월하는 정보를 주고받는 컴퓨터 자판이야말로 세상과 소통하는 도구로서의 상징적인 이미지가 크다. 큐빅 모양의 자판을 하나하나 분리해 이리저리 이어 붙여 조형적인 아름다움과 더불어 상징적인 메시지를 전하고자 한다.
Enter-comunication 1615_80x40cm_mixed media_2018
배경을 어둡게 처리하고 흰색 또는 상아색으로 만들어진 자판 하나하나를 이어 붙임으로써 원형의 이미지나 직선 그리고 다양한 구성의 오브제가 돋보인다. 평면과 입체의 조합이라는 화면 구조가 지어내는 조형미 또한 시선을 사로잡는다. 평면과 오브제의 조합은 반입체적인 형태의 구조를 가지면서 강렬한 시각적인 호소력을 보여준다. 무엇보다도 단조로운 큐빅 형태의 자판 하나하나가 가지고 있는 형태의 명확성으로 인한 시각적인 이미지는 현대미술로서의 정체성을 잘 드러낸다. 이렇듯이 간결하지만 힘찬 구성은 자판 하나하나에 담긴 상징성, 즉 세상과의 소통을 매개하는 언어적인 의미를 내포한다. 단지 큐빅 형태의 자판이 가지고 있는 무한한 변수는 조형의 변주라는 현대미학의 방법적인 서술법을 명쾌하게 보여준다. 때로는 자판에 쓰인 글자를 연결하면 하나의 메시지가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자판의 효용성은 매우 폭넓다. 컴퓨터 자판은 외부에 노출된 유일한 전달 매체이자 수단이다. 마치 모르스 부호의 현대판이라고 해도 좋은 자판이야말로 보이지 않는 무수한 전자신호를 불러들이는 상징적인 매체이다. 어쩌면 어두운 배경은 보이지 않는 신경망과 같은 전자신호일 수 있고, 자판은 그 신호를 시각적으로 바꾸어 놓은 장치일 수 있는 것이다. 이렇듯이 컴퓨터 자판이라는 오브제를 이용하는 그의 작업은 현대문명, 특히 전자 문명의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주는 조형적인 언어인 것이다.
Enter_120x90cm_혼합재료_2019
201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Enter comunication 통신입력>이라는 명제의 작업은 컴퓨터 자판과의 연계성을 가지는 작업일 수 있다. 이 역시 세상과의 소통이라는 수단으로서의 의미를 상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감 또는 그와 유사한 재료를 캔버스에 흘리는 상태로 진행되는 드리핑 기법은 주목할 만한 조형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마치 부조처럼 평면에서 돌출하는 굵고 가느다란 선들이 리듬을 형성하면서 여러 가지 형태의 이미지가 만들어진다. 위아래로 진행되는가 하면 횡으로의 방향성을 가지는 작업이 있는가 하면 자유롭게 공간을 유영하는 듯싶은 불규칙성이 화면을 지배하기도 한다. 어떤 모양의 이미지이든 빠른 속도감을 가지는 선들과 반점 형태의 이미지들이 혼재하는 독특한 구조이다. 잠시도 멈추지 않고 단숨에 이루어지는 모양새를 가진 선들의 동세는 시각적인 흥을 유발한다.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무한공간 또는 우주공간에서 일어나는 음파나 전파를 연상케 하는 다양한 형태의 파형은 조형적인 요건으로서 손색이 없다. 이 작업에서 중요한 것은 그 자신의 호흡과 신체적인 강약에 따른 다양한 파형이 만들어진다는 점이다. 이는 조형의 변주라는 측면에서도 긴요한 표현 방법이자 그 결과물이다. 평면에서 돌출하는 유연하고 자유로운 선은 금색이다. 짙은 어둠 속에서 명멸하듯 선명히 존재감을 드러내는 금색 선은 금이 가지고 있는 상징성과 함께 시각적인 흡인력을 가지는 색채이미지이다. 변치 않는 영원성과 부의 상징 이외에도 정제된 맑은 의식의 흐름을 의미하는 것일 수도 있다. 이렇듯이 세상과의 자유로운 소통을 매개하는 전자신호의 조형적인 해석인 그의 선 작업은 개별적인 형식미의 가능성을 고려할 수 있다.
Golden time 22-0802_65.1x45.5cm_2022
Goldentime 23-0702_324.4x194cm_Mixed media_2023
시간 그리고 존재_60x60cm_Mixed media_2004
시간 그리고 존재_130x130cm_Mixed media_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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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병철 | Cho, Byeong Chal
홍익대 미술대학 서양화과 졸업 및 동미술대학원 회화과 졸업
개인전 | 43회 | 서울, L.A, 북경, 프랑스, 뉴욕
1989~2023 단체전, 초대전 및 국제전 400여회
수상 | 환경미술대상전 “국회의장상” 수상 | 제1회 대한민국환경미술대전 “대상”
대한민국미술대전 외 심사위원 및 운영위원 50여회 | 대구예술대학교, 인천가톨릭대 회화과 강사 역임 | 현재) (사)한국창조미술협회 이사장 | 서울국제호텔아트페어 상임대표 |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 총동문회 창립준비위원장 | 아트그룹 N.A회 고문 | 한국현대미술 신기회 사무총장 | (사)한국미술협회, (사)서울미술협회, 종로미술협회 회원 | 도서출판 주영디자인 대표이사
E-mail | cbc121@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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