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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선필 展
인더스트리얼 미소녀
THREE BROTHER_MK1_2023
ARARIO GALLERY SEOUL
2023. 7. 12(수) ▶ 2023. 8. 19(토)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85 | T.02-541-5701
www.arariogallery.com
THREE BROTHER_MK2_2023
아라리오갤러리 서울은 2023년 돈선필 작가의 개인전 <인더스트리얼 미소녀(Industrial Bishōjo)>를 7월 12일부터 8월 19일까지 개최한다. 돈선필 작가는 특유의 면밀하고 집요한 탐구 정신과 애정으로 피규어를(애니메이션이나 영화, 게임, 만화, 특촬물 등의 등장인물들을 플라스틱, 금속 등으로 제작해 놓은 모형, 조각상을 일컫는 말) 둘러싼 사회 문화 현상들을 작업을 통해 표현해왔다. 작가 개인에게 피규어는 개인적 애정의 대상이기도 하지만, 작품 대상으로서의 피규어는 특정 대상을 재현하기보다는 사회적으로 합의된 기호적 현상들을 분석하기 위한 수단이 된다. 전시 <인더스트리얼 미소녀>도 역시 동일한 범주 속에서 작동하는 데, 이번엔 ‘미소녀’ 피규어의 생산 동력을 둘러싼 생산자적 관점의 이야기를 다룬다. 작가의 이전 전시들이 주로 소비자 관점에서의 기호 현상을 다뤘던 것과는 차이가 있는데, 이번에는 자본주의 시장 구조에서 수요와 공급의 원칙에 기반하지만, 동시에 설명 불가한 맹목적 열기로 모든 가공 캐릭터 중 가장 빈번하게 탄생하는 미소녀 피규어가 끊임도 없고 끝도 없이 생성되고 변화해나가는 산업 구조의 특이성과 동력을 상상하고 거기서 파생되는 감상과 성찰을 이야기한다.
전시는 크게 영상 작품 1점과 24개의 조각 작품, 그리고 작가가 창작한 원형사 모형을 찍은 사진(정작 원본 조각은 전시되지 않는다), 미소녀 피규어 설계도 등 총 4점의 사진작품으로 구성된다. 작가는 본 전시의 영상 작품을 원본 애니메이션으로, 조각 작품들은 원본에서 파생된 피규어로 간주하는데, 조각들 사이에서 그 일부처럼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영상 작품은 이들의 상호보완적이며 유기적인 관계를 예측해보게 한다. 영상 작품은 주인공 엔지니어 J의 생각과 말을 3인칭으로 관찰한다. J는 피규어의 금형 및 설계를 업으로 삼고 있는 전문 설계사다. 이름 모를 원형사에게 어느 날 원형 샘플을 받아 금형 생산을 위한 작업을 해야 하는 데, 받아본 원형이 규격 외의 모습이라 엔지니어 J는 고뇌하기 시작한다. 영상 작품은 미학적 선호도와 산업적 관점에서의 고민, 그리고 습관적으로 고수되는 방식에 대한 엔지니어 J의 상념이 주를 이룬다.
BANK SCENE#002_2022
전시된 조각 작품들은 미소녀 피규어의 기호에서 작가가 선택한 특징적 부분들이 변형된 형태다. 각각의 형태는 특정 피규어를 둘러싼 시각 언어를 이해하는 만큼 눈치챌 수 있는데, 그것이 본 전시를 이해하는 데에 크게 중요하지는 않다. 이미 무언가의 일부분임을 연상하게 하는 형태 묘사와 유사하게 반복되는 특정 형태들의 나열이 조각 그 자체로서의 시각적 쾌감과 경쾌함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급될 필요가 있는 존재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바니걸’ 피규어다. 전시장에서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는 바니걸들은 모두 머리는 제거된 채 웅크리고 앉아 있고 손 위에는 각각 무언가를 얹고 있다. 바니걸은 1980년대 미소녀 피규어가 등장하고 급성장하던 시대를 관통하는 존재들 중 하나인데, 작가 개인에게도 미소녀 피규어를 상징하는 원조이자 시작점으로 간주된다. 그 외 전시되는 조각들도 동일한 형태가 2점, 혹은 형태가 동일한데 색이 다른 식의 미묘한 반복과 차이의 장을 펼친다. 이때 대량생산된 가공물이자 산업구조물로서 피규어의 태생적 특징을 명확히 전달하면서 동시에 미적 대상으로서의 조각적 아름다움이 동시에 발현된다.
이러한 산업구조물과 조각 작품의 혼종이 발생시키는 온도차는 돈선필 작가의 전반적인 조각 작품을 감상하는 묘미 중 하나다. 이 전시에서는 조금 더 나아가 특히 두드러진 형태적 측면에서의 파편성과 동일 조각들을 상이하게 도색한 부분들을 강조함으로써, 완성된 피규어로서의 형태가 아닌 생산 라인에 올라온 피규어의 일부분을 두드러지게 제시하면서 생산자로서 원형사의 보이지 않은 존재감을 은근슬쩍 드러낸다. 산업과 취미가 융합된 이 독특한 세계를 유지시키는 절반의 축인 생산자 그룹은 그 경계선에서 고민하고 상상하고 실천하는 주체들이다. 본 전시는 완성품이 아닌 그 길에서 발생한 이러한 고민들과 주저함을 이미지화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돈선필 작가는 2023년 아라리오갤러리 (서울, 한국), 2022년 YPC Space (서울, 한국), 2021년 리틀아트선재센터 (쿤스트할오르후스, 덴마크), 2020년 아트선재센터 (서울, 한국), 2019년 아라리오 뮤지엄 인 스페이스(서울, 한국), 2018년 취미가(서울, 한국), 2016년 시청각(서울, 한국)에서 개인전을 개최하였으며 2023년 pie, 三Q(서울, 한국), 2022년 DAC(타이베이, 대만), 2020년 대림미술관(서울, 한국), 2019년 단원미술관(안산, 한국), 2018년 아라리오갤러리 서울 I 라이즈호텔(서울, 한국), 그라시 미술관(라이프치히, 독일), 2017년 더 프린트 룸(런던, 영국), 2016년 교역소(서울, 한국), 2015년 상상마당갤러리(서울, 한국) 등의 그룹전에 참여하였다. 2020년 서울시립미술관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서울, 한국)에 레지던시 참여 작가로 입주하였으며, “피규어 TEXT: 원더 페스티벌 리포트(2019)”, “민메이 어택: 리-리-캐스트(2016), “피규어 TEXT(2016)”을 출판한 바 있다.
BUNNY X BODY_2023
전시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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