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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주 展
말의 달
HORSE'S MOON
서리풀休아트갤러리
2023. 7. 7(금) ▶ 2023. 9. 22(금)
서울특별시 서초구 사평대로 55 심산문화센터 | T.02-3477-2074
http://seoripulgallery.com
말의 달_직조된 이야기 김민주 작가의 지난 작업은 개인적 경험에서 시작된다. 망막을 통한 경험의 산물에 개인의 환영을 혼합시키는 행위가 그의 작업 기조가 된다. 그러니까, 실재의 풍경에 작가만의 상상력을 더 해 하나의 서사를 만들어 내는 것에 집중했다. 실제와 허상 사이에서 생성되는 수많은 이야기의 갈래들은 작가의 개인적 이야기이며 동시에 관객 개개인들에게 창조적 이야기 씨앗을 제공하는 매개체가 된다. 한편, 화면 속 파스텔톤의 차분한 색감과 도드라진 윤곽선 그리고 평면적 대상의 표현은 이질적인 감상과 상상의 단초를 제공하기에 충분하다. 이러한 작가의 이전 작업은 다분히 동화적이며 서정적이고 단편적이다. 이번 전시에서의 서술은 조금 더 긴 호흡 방식을 택한다. 파편화된 경험의 산물 중 몇 가지를 취사선택하여 각각의 이야기로 치환한다. 그리고 각각의 이야기들을 얼기설기 모아 장편 소설화한다. 다시 말하자면, 지극히도 개인적인 일상에서 출발하여 자신이라는 존재를 둘러싼 신체, 시간, 복합적 관심에서 기원한 관계들의 집약체, 그것을 하나의 서사로 그리고 회화로 풀어낸다. 고로 이번 시리즈들은 개별적 사건에 대응된 하나의 이야기로 만들던 이전 작업에서 확장되어 일종의 피륙(천)과 같이 경험과 이야기의 씨실과 날실을 수공예적 행위로 직조한 이야기의 콜라주이다. 김민주 작가의 말의 시리즈 작업 프로세스는 개인의 이야기에서 출발한다. 작가의 사유, 그러니까 외부 세계와의 끊임없는 자극과 충돌로 생성되는 언어적 경험과 사유는 이에 상응하는 기호적 결과물인 도상들을 생성한다. 이 각각의 도상들은 서로 얽히고설켜 시리즈의 주제가 되며 구성의 존재들이 된다.
<말의 달> 시리즈에 등장하는 말과 달이라는 객체는 시리즈를 관통하는 주체이자 서술자로 등장하게 된다. 일종의 대체자 역할을 수행하는 도상인 말은 작가, 달은 재능의 표상으로 화면 속을 구성한다. 작가는 창조적 기질을 가지고 작업물을 생산해 내는 작가라는 정체성에 대한 고민과 재능에 대한 의구심을 앞선 대체자들을 통해 넌지시 이야기한다. 동시에 이들은 자기 고백적 성격을 지니고 서사의 흐름을 지지하는 요소들이 된다. 시리즈에서 말은 달을 선물 받고 함께 여정을 떠난다. 과정에서의 불안, 위태로움, 기쁨 등 다양한 상념의 충돌은 이미지로 기록된다. 이러한 위태롭기도 혼란스럽기도 부유하는 듯한 고착되지 않은 불안정감은 낮은 채도의 색감, 묽은 색과 같은 화면의 다양한 요소들로 표출된다. 동시에 윤곽선과 같은 선적인 표현, 평면적 미감은 회화의 서사를 다분히 동화적이고 유연하게 만들기 충분하다. <말의 산> 시리즈는 원초적 감정에 집중한다. 개인적 감정의 파동 속에서 겪은 우울과 애정은 겨울 산과 꽃 그리고 색채로 발현된다. 말의 달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회화적 언어에서는 윤곽선과 평면적 표현과 같이 다분히 동화적 감상을 제공하기에 유효하지만, 채도의 대비, 색의 다변화 등은 차분하지만 동시에 격정적인 감정의 서술을 생산한다. 푸른 색조의 화면 속에 감정의 새싹들은 자라 꽃과 나무들이 되고, 각각의 이야기들은 엉키고 모여 하나의 산을 이룬다. 강한 색채의 대비와 같이 격렬한 감정 속에서 자란 애정 어린 식물들은 푸른 그림자의 산속에 달과 함께 고요히 자리 잡는다. 작가의 말마따나 우울과 애정 그리고 치유는 서로 침범하며 엮인다. 이러한 직조된 감정의 서사는 그리기라는 원초적이며 원시적 행위를 통해 개인의 열망과 치유를 넘어, 보는 모든 이들에게 차분한 위로의 여정을 선사한다. 이러한 작가의 근작들은 감정의 서술, 일종의 자기 고백적 작업이며, 존재에 대한 사유를 짜는 것. 작가의 작업은 그런 셈이다. 반성, 성찰, 수행과 같은 태도와는 다르다. 일종의 수용이랄까. 작가는 그러한 자세를 취한다. 사실 과정의 결과물을 선뜻 불특정 다수에게 선보이기에는 사실 많은 용기가 필요할 것이다. 지극히도 개인적인 언어이자 경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가들에게 작업이란 언제나 그러하듯 작가로서 자신을 내비치는 자세, 개인의 상념을 회화적 언어로 풀어내는 자세이자 존재로서의 탐구 행위일 것이다. 여기 그러한 일련의 서사를 담은 김민주 작가의 작품을 선보인다. 작가의 이야기 속을 헤엄치고 부유하며 사색하길 바란다. 시각 이미지 넘어 그 섬세하고 세밀한 흐름을 탐험하면서 말이다.
이건형(서리풀청년아트갤러리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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