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환 展

 

Trimūrti - 시간의 세 얼굴

 

 

 

김세중미술관

 

2023. 7. 4(화) ▶ 2023. 7. 23(일)

서울특별시 용산구 효창원로70길 35 (효창동) | T.02-717-5129

 

http://kimsechoong.com

 

 

Ephemera - Auguries of Innocence, Polypropylene(Pizza saver), 2003

 

 

최근 작업은 한강, 낙동강, 오십천의 분수계인 삼수령(三水嶺)을 모티브로 하여 진행한 작업들이다. 삼수령과 그 주변 지역은 산악지역이자 석회암지대이며, 이 지역의 지형은 산과 물, 물과 땅이 만나서 만들어 낸 결과물이다. 이곳의 자연환경이 생성되어 온 과정을 ‘물의 여정’을 통해 관찰하고, ‘발산과 수렴’이라는 개념으로 추상화하여 다방면의 실험을 진행하였다.

분수계(watershed or divide)는 '물을 나누는 경계'라는 의미로, 비가 내렸을 때 빗물이 서로 다른 하천으로 흐르게 되는 경계를 이루는 지형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산의 봉우리나 능선들이 이에 해당하는데, 산의 능선을 경계로 양편의 경사면을 따라 흐르는 빗물은 각각 다른 유역에 있는 하천으로 흘러들어간다. 이때 그 능선은 분수계가 된다. 우리나라 전통의 산지 인식체계로 유명한 산경표(山經表)에서 표현한 대간, 정간, 정맥은 모두 분수계에 해당한다.

강원도 태백시 황연동과 적각동 경계에 위치한 삼수령(三水嶺, 920m)은 이름그대로 세 개의 물길이 갈라지는 고개로서, 한강, 낙동강 그리고 오십천의 분수계이다. 세 물길이 갈라지는 곳은 무수히 많지만, 동해, 남해, 서해로 흐르는 세 강의 분수계가 만나는 곳은 삼수령이 유일하다. 또한 삼수령일대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산악지역이자 석회암지대이다. 석회암지대의 지하로 스며든 물은 돌리네(doline), 우발레(uvale)와 같은 카르스트지형과 다양한 형태의 종유석(stalactite), 석순(stalagmite)을 생성하는 석회동굴이 만들어진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작업은 고유명사로서의 ‘삼수령’이 아니라 ‘삼중 분할(triple watershed)’로서의 의미의 확장인 ‘발산과 수렴’에 관한 작업이다. 여기에서 발산(發散)의 산(散)은 산(山)으로, 수렴(收斂)의 수(收)는 수(水)로, 또는 그 반대의 형태로 작가의 상상은 진행하게 된다.

 

 

 

 

거대한 수관(水管)인 나무의 분지구조를 고찰하여 ‘발산과 수렴적 형태’에 관한 조형적 작업을 진행하였다. 나무는 뿌리와 가지의 구조를 통해 발산과 수렴의 상호대립적인 개념을 시각적으로 쉽게 인식할 수 있게 한다. 주변의 죽은 나무를 수집하고 그것이 가진 본연의 생태적 구조를 따라가되, 흐름과 방향에 대한 주도적인 해석을 견지하며 깎아나갔다. 그리고 형태에 더욱 집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낙동법(烙桐法)을 응용하여 태우고 갈아 기름칠하여 마감하였다.

그리고 '피자세이버'라고 하는 플라스틱 오브제를 이용하여 중첩된 산, 또는 종유석/석순의 이미지를 조형적으로 차용하였고, 더불어 stalactite vault라고도 불리우는 이슬람 건축양식인 무카르나스(Muqarnas) 연구를 통해 의미를 넓히고자 하였다.

또한 이번 전시에서는 전시기간동안 3주에 걸쳐 10만여 개의 기성 피자세이버를 하나하나 쌓아올려 거대한 성채를 만들었다가 일순간 무너뜨리는 작업도 진행된다. 피자세이버라고 하는 일회용품이 가진 하루살이(ephemera)적 성격이 더욱 극적으로 드러나리라.

지난(至難)한 생성과 찰나(刹那)의 소멸을 통해 이질적인 것의 합일을 이루려는 ‘유목과 은둔의’ 연금술사의 작업 과정(Hermaphrodite Opus)을 천천히, 느린 시선으로 따라가 보는 시간이 되기를 희망한다.

 

 

숲, 홀로 서는 사람들_Woods, Biochar, Pizza saver_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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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230704-김주환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