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titled: Plane, Layer 展

 

이대희 · 최인아 · Nick Schleicher · Kalani Largusa · Jake Boggs

 

 

 

Gallery JJ

 

2023. 6. 16(금) ▶ 2023. 7. 22(토)

서울특별시 강남구 논현로 745 | T.02-322-3979

 

www.galleryjj.org

 

 

Nick Schleicher 作_OLI-DCT-O, 2021_Acrylic, gel gloss, glazing medium and iridescent pigme

 

 

갤러리JJ는 서로 다른 문화적 맥락을 지니고 미국과 한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작가 5인으로 구성된 전시 Untitled: Plane, Layer를 마련하였다. 이번 전시는 현대미술의 근간이자 오늘날 여전히 우리를 사로잡으며 새롭게 다가서는 추상적 조형성에 주목하면서, 회화 작가 이대희(Dhehee Lee), 최인아(Inah Choe), 칼라니 라구사(Kalani Largusa), 닉 슐라이커(Nick Schleicher), 그리고 도예 작가 제이크 보그스(Jake Boggs)를 소개한다. 이들 다섯 작가는 평면이라는 조건 혹은 재료를 탐구하면서 새로운 추상의 가능성을 탐색한다.

오래전 모더니스트회화가 지향해야 할 목표인 평면성은 현대미술의 결정적 요소이자 추상적 요소로 이제 익숙히 자리잡았고 현재도 수많은 작가들이 이를 나름의 방식으로 재현하고자 노력한다. 이미 지나갔다고 여겨지는 미학과 상업성을 관계 지으며 우려하는 일련의 시각도 있는 한편 세계화된 현재 사회에서 우리가 경험하는 시뮬라크르적이고 표면적인 이미지들의 편재, 깊이없음, 피상성은 또 다른 새로운 평면성과 깊이의 형식에 관여한다.

전시의 다섯 작가들은 지나친 감정 이입 혹은 지극히 객관화시키기를 자제하며, 우연에 앞서 정교한 계획과 기법으로 접근한다. 그 방법론 중 하나로서, 회화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마크 메이킹(mark making)’을 탐구하거나 반복적인 ‘레이어(layer)’로 화면에 표현할 수 있는 다양한 추상 기법을 보여준다. 작가마다 제각기 다른 방식으로 쌓아 올린 레이어들은 평면적 측면을 강조하며 회화의 순수한 미학적인 구조를 이끌어낸다. 색 또는 재료와 형식에 있어서 서로 상반되는 요소들을 적용하기도 한다. 대립적 개념을 포섭하고 반대되는 색감과 철저히 계획된 선들의 중첩(라구사, 이대희), 안료의 강한 물질성으로 인해 피상적인 동시에 모호한 표면의 깊이(슐라이커), 서로 다른 시대와 공간의 하이브리드 형식(보그스), 재현과 추상, 감각과 조형 요소들의 파편 사이를 오간다(최인아). 각 작가마다 평면을 중심으로 하는 탐구 자체만으로도 서로 다른 흥미로운 지점들이 발견되므로 전시는 내용이 풍부해진다.

 

 

Kalani Largusa 作_Bloom-Paradise, 2023_Mixed media on canvas_50.8x45.7cm

 

 

작가들의 서로 다른 삶의 이야기와 세상에 대한 시각 또한 각자의 독창적인 시각언어를 통해서 엿볼 수 있다. 이대희의 작업은 특정한 사물이나 이미지가 아닌 부유하는 회화의 형식적 요소의 집합체를 관객에게 제시하여 ‘본다’고 하는 우리의 시각 인식에 대해 질문을 하며, 한편 공존하지만 결코 진정한 깊이가 드러나지 않은 채 서성이는 조형요소들은 곧 다문화적 환경 속에서 촉발된 자신의 정체성과 경험일 수 있다. 구상과 추상의 경계에서 서사적 추상 작업을 보여주는 최인아는 수많은 순간과 찰나들의 중첩이 만들어가는 세계관을 보여준다. 슐라이커의 영롱한 색면적인 추상은 미니멀리스트의 정확함이나 명료함을 지나 보편적 질서와 영원성에 의문을 던지며 위트있게 보다 정서적이고 인간적인 것을 추구한다. 역동적인 붓질로 회화의 과정을 추적, 시간에 따른 마크 메이킹을 탐구하여 현대회화의 담론을 촉발하는 라구사의 추상회화에는 시적 감흥이 묻어난다. 이번 전시에서 유일하게 세라믹 매체를 다루는 보그스는 동서양의 전통과 서로 다른 시대의 형식을 융합하여 시공을 넘는 익숙하고도 낯선 혼종성의 도예를 통해 시간 속에 살아가는 우리 존재를 돌아보게 한다.

이들 다섯 작가는 시카고미술대학(SAIC)에서부터 하와이의 스튜디오까지 여러 장소에서 함께 교류하면서 지속적으로 대화하고 공감대를 형성해 왔으며, 일부는 서로의 예술을 응원하고 축하하는 의미로 ‘Flowers for my friends’라는 타이틀로 전시를 한 바 있다. 이번 전시는 이들의 신작을 중심으로 추상의 확장에 관한 큰 틀에서 주제를 연구하는 동시에 각자의 작업을 새롭게 들여다보고자 한다. 이미 탄탄하게 구축된 조형 언어로 예술적 역량을 인정받은 라구사와 보그스는 하와이에서, 슐라이커는 세인트루이스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며 주목받는 작가이다. 한국에서 활동하는 이대희 역시 대중의 공감을 받으며 유수의 기관들에 작품이 소장되는 등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으며, 최인아는 젊은 신진작가로서 점차 그 역량을 드러내고 있다.

이들의 다양한 감성의 추상 작업을 하나의 범주로 규정할 수 없지만, 규칙과 즉흥성을 오가며 장소를 넘어 역사로부터 배우고 질문하며 표현을 쌓아 나가는 태도는 동일하다. 전시는 이들 젊은 작가들의 미적 조형언어의 새로움은 무엇이며 그것이 닿고자 하는 지점에 관해 질문하면서, 21세기 추상미술의 새로운 가능성과 확장을 생각해본다. 한편 전시에서 익숙함과 관습으로부터 추출되는 낯선 사유의 시간을 만나고, <무제>의 작품을 바라보듯 스스로의 추상적인 마음의 자유로움을 경험하기 바란다.

 

 

이대희 作_BUSH 10-13 Melting Pot, 2019_Acrylic on canvas_53x46cm

 

 

최인아 作_Sun Shower, 2023_Oil on canvas_45.5x53cm

 

 

Jake Boggs 作_Tropical Depression, 2023_Stoneware, Engobes, Stain, Underglaze_10x11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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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230616-Untitled: Plane, Layer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