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태 展

 

하나의 꽃, One Flower 2023

 

Two blue flowers_112.1x162.2cm_Acrylic on Canvas_2021

 

 

인사아트센터 1층

 

2023. 6. 14(수) ▶ 2023. 6. 19(월)

서울특별시 종로구 인사동길 41-1 | T.02-736-1020

 

www.insaartcenter.com

 

 

In the city - One flower_145.5x112.1cm_Acrylic on Canvas_2023

 

 

이종태 - 하나의 꽃, One Flower 2023

 

이종태의 근작은 커다란 꽃의 형상이 화면 중심부에 가득한 그림이다. 그것은 실재하는 꽃의 재현이나 묘사라기보다는 꽃을 연상시키는 상징이나 기호에 가깝다. 단순하고 편안하게 그려진 선들이 꽃의 도상을 문득 환기시켜 준다. 추상적인 붓질과 색채의 더미 위에 선으로 가시화되는 꽃의 이미지는 익숙하게 보아오던 그간의 관습적인 꽃 그림과 차이를 발생시키면서 자리하고 있다. 아마도 작가는 습관적인 그간의 꽃 그림과는 조금은 다른 꽃 그림을 시각화해보려는 시도와 함께 꽃에 대한 자신만의 감각과 감정을 부여하고자 하는 것 같다. 무엇보다도 보는 방식의 사회적 버릇인 코드화에 저항하고자 하는 것이고 클리셰 내지 상투적인 꽃의 재현에서 빠져나오려는 시도가 눈에 띈다. 그에 따라 꽃처럼 보이게 만드는 최소한의 암시적이 선들만이 공간에 흩어져 있거나 원형으로 자리한 색채가 번져있고 그 주변으로 줄기와 잎사귀를 연상시키는 흔적이 부유한다. 예리한 필선이 날카롭게 스치거나 테이프를 이용한, 일정한 면적을 지닌 흰 선들이 흥미롭게 지나가고 있다.

 

 

One flower - Relation_90.9x116.7cm_Acrylic on Canvas_2023

 

 

캔버스에 아크릴 물감을 수묵화의 선염기법이나 수채화처럼 다루는 작가는 우선 화면에 커다란 색채 덩어리를 자유롭게 풀어내서 원형에 가까운 형태를 슬쩍 안기고 그 주변에 몇 가닥 선묘로 줄기나 잎 등을 흘리듯이 그려놓았다. 시원스레 칠해놓은 물감의 자취가 얼룩지면서 커다란 원형의 형상을 안기고 그 내부에는 무수한 선들이, 붓질의 겹침이 포개져 있다. 활달하고 거침없는 필력과 대담한 색채 구사를 만난다. 묽게 번진 물감의 유동적인 상황성이 다채롭게 연출되어 있다. 원형의 형상과 배경 위로 급박하게 질주하는 듯한 선의 궤적이 또한 춤을 춘다. 전체적으로 홍건하게 스며든 물감들이 색채추상처럼 번진 흔적 위로 드로잉이 얹혀진 이 그림은 바탕에 침윤된 색채와 그 위로 떠도는 선들의 겹침 속에서 활기찬 기세를 보여준다. 구상과 추상이 혼재하고 색채와 선들이 결합하며 이미지와 질료가 공존하는 그림이다. 한 송이 꽃이 강렬하게 피어나는 어느 순간의 직관적인 포착이나 꽃의 존재감 내지 그것 하나로 품어내는 무수한 경지를 암시하는 듯도 하다. 전적으로 화면 중심부에 자리 잡은 모종의 꽃과 유사한 흔적에 시선을 집중시키고 그 주변에 펼쳐진 선들의 약동을 감지시킨다.

 

 

One flower - Yong_116.7x90.9cm_Acrylic on Canvas_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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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화면 중심부로 곧장 육박해 들어가는 꽃을 안겨준다. 꽃을 정면으로 응시하게 한다. 비로소 관자들은 꽃을 다시 보게 되고 그 존재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사실 꽃에 대한 관습적 사고나 학습, 상식 등에 의한 경화된 의식이 꽃을 일정한 편견 속에서 보게 만든다. 따라서 꽃 그 자체를 있는 그대로 보기란 무척 힘든 일이다. 꽃을 아름답다고만 보는 것은 지극히 왜곡되거나 편향된 시선일 것이다. 꽃이라는 존재에 대해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별로 없어 보인다. 식물성인 꽃은 인간에게는 영원한 타자다. 아니 주체인 한 인간의 몸 바깥에 자리한 것은 궁극적으로 타자이며 주체 역시 스스로에게도 영원한 타자에 해당한다. 이처럼 대상은 바라보는 이에게 언제나 타자다. 작가란 존재는 대상/타자를 들여다보는 자이며 그림은 바라본 대상/타자를 드러내는 일이다. ‘드러내기’란 이른바 리얼리티의 추구이자 대상의 정체를 밝히는 일을 말한다. 꽃을 그리는 일은 꽃을 질문하고, 다시 보고, 그 꽃에 덧씌워진 상식과 코드에서 벗어나는 일이다.

 

 

One flower - City life_90.9x60.6cm_Acrylic on Canvas_2023

 

 

이종태의 꽃은 격렬하고 감각적인 운동 속에서 ‘생성’되고 있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꽃은 원본의 꽃과는 또 다른 꽃, ‘회화적 이미지’가 된다. 꽃의 재현이지만 그것의 기계적 복사, ‘유사’가 아니라 회화적 이미지로 환생한다. 그림이 사진처럼 대상을 그대로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대상을 생명력 있게 떠내거나 그 존재의 출렁임, 그것을 보는 이의 감동 같은 것을 화면 바깥으로 진폭 있게 울리고 있기에 나로서는 ‘기운생동’하는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 더구나 일획에 가까운 선의 운용과 직관적인 드로잉은 동양화의 예리한 필선의 맛, 운필의 운용을 닮았다. 꽃의 묘사가 아니라 꽃의 생명력이나 기운을 표출하고 있는 것이다. 다분히 동양화의 사의성이란 측면에서 생각해볼 여지를 마련해주고 있는 그림이기도 하다. 서양화나 동양화의 구분 내지 구상이나 추상의 경계도 무의미한 것임을, 그저 하나의 그림, 하나의 꽃임을 일러주는 그림이다.

 

박영택 (경기대교수, 미술평론가) 평문 일부, 2023.5

 

 

One flower - Clear day_162.2x112.1cm_Acrylic on Canvas_2023

 

 

One flower - Red2_116.7x80.3cm_Acrylic on Canvas_2023

 

 

 

 

이종태

 
 

이종태 | LEE, JONG TAE

 

개인전 | 2000 자유스러움을 위하여, 백송화랑 | 2007 卍 - 나는 너의 무엇인가, 단성갤러리 | 2015 푸른문(Blue Window) | 2016 홀로서기 - 드로잉(Standing Alone-Drawing) | 2017 벽 (Wall) | 2018 자전거(Bike) | 2019 홀로서기 2019(Standing Alone 2019) | 2020 Bird-COVID19, 이상 인사아트센터 | 2021 몸(Body-2021), BT갤러리 | 도시속에서(In the city), 인사아트센터 | 2023 하나의 꽃(One Flower-2023), 인사아트센터

 

저서 | 이종태의 드로잉북-자전거

 

현재 | 창작미술협회원

 

E-mail | flood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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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230614-이종태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