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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건 · 유현경 展
double-ended_교차하는 언어의 시간
nook gallery
2023. 5. 26(금) ▶ 2023. 6. 23(금) 서울특별시 종로구 평창 34길 8-3 | T.02-732-7241
https://blog.naver.com/nookgallery
강건 作_비행 I_혼합매체_36x30x15cm_2023
double-ended
강건 作_비행 II_혼합매체_37x34x16cm_2023
강건은 프랑스 유학 시절의 초기 작업에서 낯선 환경에 놓인 자신을 바늘과 실을 이용하여 연약하지만 섬세한 인물의 형상으로 만들었는데, 안과 밖 어디에도 위치하지 못하는 당시 작가의 위태로운 상태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작업을 보여주었다. 개인의 서사가 담긴 그의 작업은 점차 더욱 낯선 모양으로, 때로는 인물에서 동물이나 곤충, 혹은 그것의 패턴의 일부가 결합된 형태로 변해갔다. 또한 실을 포함하여 천과 양모와 같은 부드러운 재료가 조각과 평면의 피부가 되면서 상반된 개념의 정체성을 끊임없이 드러내고 있었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최근 작업에서도 여전히 양모와 깃털을 사용하지만, 레진과 합성수지에 의해 굳혀진 재료는 본래의 부드러운 속성을 또 한 번 뒤집는다. 그의 작업에서 드러나는 부드러움과 날카로움, 연약함과 단단함 사이에서 발생하는 불안과 긴장은 작가에게도, 또한 관객에게도 필연적으로 작동하며 아슬아슬하게 그 사이를 오간다.
유현경 作_9월, 설악 장재터_oil on canvas_66x52cm_2022
유현경은 외부의 에너지를 스펀지처럼 흡수하며 그 순간의 인상과 기억을 놓치지 않고 잡으려는 속도감 있는 붓질로 인물이나 풍경을 그려왔다. 도달하려는 형상이나 느낌에 가까이 다가가려는 작가의 붓질은 거침없이 움직이는 듯 보이지만 그 거리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관객은 그의 그림에서 막다른 공허함을 마주하게 되기도 한다. 어쩌면 대상으로부터 받은 순간의 인상이 담긴 화면은 작가가 지금은 알아채지 못한 대상의 먼 미래이기에 채워야 할 시간의 틈이 많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작가가 2020년부터 독일 베를린으로 이주하면서 외부와 타인의 관계에 조금 더 무게를 두었던 시선이 차츰 자신에게로 향하고 있음이 그의 최근작에서 감지된다. 발산하는 에너지의 흔적이 더 짙었던 과거 작업들과 달리 차츰 붓질의 속도와 색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의 2022-2023년도 작업을 포함해 2013년에 제작된 작품 한 점도 함께 선보일 예정이다.
맹지영 (전시기획자)
유현경 作_9월, 설악 장재터_oil on canvas_66x59cm_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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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메일에 등록된 모든 이미지와 글은 작가와 필자에게 저작권이 있습니다. * vol.20230526-강건, 유현경 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