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록 展

 

흰 사음, 루카

 

LUCA L 2-2_90x120cm_C-print_2022

 

 

소울아트스페이스

 

2023. 5. 25(목) ▶ 2023. 7. 25(화)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해운대해변로 30 | T.051-731-5878

 

www.soulartspace.com

 

 

LUCA L 15-1_120x160cm_C-print_2023

 

 

소울아트스페이스는 2023년 5월 25일(목)부터 7월 25일(화)까지 이정록의 <흰 사슴, 루카 : White Deer, LUCA>展을 개최한다. 이정록은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는 영적 세계를 가시화하기 위해 수많은 도전과 시행착오를 거치고, 다양한 실험과 연구를 통해 그만의 독창적인 작업방식을 구축해오고 있는 사진가이다. 국내는 물론, 세계 각지를 찾아다니며 사전답사와 테스트, 실제 촬영에 이르기까지 한 장의 사진을 위한 과정은 지난하다. <흰 사슴, 루카 : White Deer, LUCA>展에서는 남도의 풍경 속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익숙한 공간에 흰 사슴과 빛으로 경이로운 에너지를 형상화한 ‘LUCA(루카)’ 시리즈 신작 15점을 처음으로 공개한다.

20년이 넘게 원시적이고 근원적인 풍경과 나무를 배경으로 비범한 에너지를 담아온 이정록은 그의 대표작인 '생명나무(Tree of Life)' 연작을 통해 자연의 신비로운 장면을 다수 기록해왔다. 이번에 공개되는 신작은 제주 한라산 백록담의 전설에 등장하는 신선이 타고 다니던 흰 사슴, 백록(白鹿)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되었다. ‘LUCA(루카)’는 1859년 찰스 다윈이 종의 기원에서 처음으로 제시한 개념으로, 지구상에 현존하는 모든 생물의 마지막 공통 조상(Last Universal Common Ancestor)의 약자이다. 이전 ‘생명나무’ 시리즈에서도 나무 조형물을 제작해 촬영하기도 했지만 보편성을 지닌 상징물인 나무에서 흰 사슴이라는 전설 속 존재를 형상화하여 새로운 시리즈의 중심에 등장시키는 것은 과감한 선택이 아닐 수 없다. 그만큼 작가가 사슴이라는 대상에 확신을 가지고 작업 전체를 관통하는 의미를 명확히 찾았음을 알 수 있다.

현실의 풍경에 놓인 사슴은 존재만으로 화면을 순식간에 몽환적이고 영롱하게 변화시킨다. 뿔은 마치 한 그루 나무의 형상처럼 전작인 ‘생명나무’ 시리즈와도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모습이다. 흰 사슴 주변을 부유하는 빛과 나비는 더욱 대지를 경이롭게 만든다. 고대부터 광범위한 지역에서 사슴뿔은 신의 뜻을 감지하는 신성한 매개체로 여겨졌다. 봄에 자라나 이듬해 봄이면 떨어져 다시 돋고 계절처럼 순환하는 사슴뿔의 속성은 ‘생명나무’ 시리즈를 통해 표현하고자 했던 모든 의미를 함의하는 것이었다고 이정록은 말한다. 사슴은 그 자체로 끊임없이 유동하는 생명의 연속성이자 생명이 가진 능동적이고 근원적인 힘이며, ‘생명나무’의 뿌리가 된다.

 

 

LUCA L 1-3_120×160cm_C-print_2022

 

 

빛을 발하는 사슴 몸체와 주변을 감싸는 나비의 빛을 보면 감상자는 으레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든 작품이라 생각한다. 초현실적인 이미지는 작가의 상상력을 통해 연출되었지만 그 과정은 오로지 대형필름카메라와 플래시로 얻어낸 아날로그 사진인 것을 아는 순간 작품이 새롭게 인식된다. 지속광과 순간광을 혼용해 반복되는 촬영은 한 장소에서 짧게는 몇 시간, 길게는 수일, 수개월을 포착해야 하나의 작품이 완성된다. 디지털카메라로 촬영하여 포토샵을 활용하면 보다 쉽고 더욱 오묘한 장면을 얻을 수 있지만 이정록이 추구하는 예술의 가치는 효율성보다 자연으로부터 진정한 기운과 숨결을 느끼고 작은 빛 하나도 공들여 직접 만들어가는 행위 자체에 있다. 감상자는 알 수 없는 작품 이면의 수고와 헌신을 통해 보이지 않는 아름다운 세계를 경험할 수 있는 것이다.

2020~2021년에 제작한 전작 ‘LUCA(루카)’는 실내에서 진행했지만 신작은 외부를 선택했다. 모든 요소를 직접 조절할 수 있는 내부 스튜디오와 달리 야외 로케이션 촬영은 작가가 컨트롤할 수 있는 영역이 철저히 제한된다. 시선이 이끄는 곳보다 마음이 먼저 와닿는 특별한 장소는 의지만으로 찾아낼 수 없기에 더 어렵다. 작가는 지난 몇 년간 먼 지역들을 유랑하면서 생경하고 유서 깊은 장소들을 주로 방문했는데, 돌아와 다시 남도의 자연 속에 서니 평범한 풍경의 가치를 새삼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이번에 공개되는 작품의 장소들은 그가 새로 터를 잡은 작업실에서 가까운 곳으로 어느 정도 계절감도 느낄 수 있는 친숙한 배경이다. 오랜 시간 농부들의 삶의 터전이자 역사가 깃든 남도의 속살 같은 그곳에서 꽃을 피우고 열매 맺는 순환의 과정을 담아낸 이정록의 작품을 통해 고유한 생명력과 숭고하고 경이로운 에너지를 한껏 느껴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LUCA L 8-1_90x120cm_C-print_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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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230525-이정록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