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호 展

 

마지막 여름 Last Summer, 2023_한지에 아크릴 물감_103.5x98.5cm

 

 

아트앤초이스

 

2023. 5. 25(목) ▶ 2023. 6. 11(일)

서울특별시 용산구 이태원로45길 37 (한남동)

 

 

유행가 Popular Song, 2023_한지에 아크릴, 오일_57x56cm

 

 

이번 전시는 정재호 작가의 ‘사물’들을 포착한 회화들을 모아 소개하는 자리이다. 사물은 아카이브 회화의 주요한 소재로, 그림 속 사물을 통해 개인의 기억과 사건, 서사를 표현한다.

본 전시 제목인 《성운(星雲) Nebula》은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정재호 작가의 모친의 오래된 앨범과 사진을 그린 작품의 제목과 동일하다.
작가는 최근 낡은 어머니의 앨범에서 유일하게 남아있는 작은 흑백사진 한 장을 발견하였다. 사진 속 어머니의 모습을 보니 돌아가신 어머니에 대한 기억들이 몰려와 아득한 심정으로 <성운>이라는 작품을 그렸다고 한다. 작가는 그동안 많은 사물들을 그렸지만 어머니의 앨범과 사진처럼 자신과 가까운 사물을 그린 적은 거의 없다. 게다가 대부분 사진을 거치지 않고 직접 사물을 보고 그리는데, <성운>은 오래된 앨범 위에 어머니의 사진을 얹어 놓고, 실제 사물인 앨범과 사진 속 어머니의 모습을 함께 묘사한 매우 의미 있는 작품이다.

사진 속 사물을 그리는 것은 엄밀히 말하면 사물이 아닌 사진을 그리는 것이다. 사진은 과거의 어떤 시간과 사건의 증거이자 그것을 찍은 사진가의 해석인 반면, 작가가 사물을 직접 보고 그리는 것은 사물의 현존성을 나타내는 것이다. 작가는 사물을 그릴 때 최대한 똑같이 묘사하여 그 사물이 지금 여기에 있음을 보여주려 한다. 정재호 작가에게 사물을 그린다는 것은, 그리는 시간을 통해 사물을 오래 보고 그것이 해주는 말을 상상하고 자신의 말을 덧붙여 나가는 작업이다. 이 작업을 통해 사물은 쓰임새가 없는 버려진 것에서 다시 오랫동안 볼 가치 있는 작품으로 재탄생한다.

이번 전시는 신작 외에도 《혹성》 (갤러리 소소, 2011)과 《먼지의 날들》 (갤러리현대, 2014)에서 전시되었던 사물 작품도 일부 포함되는데, 지금까지 전시 구성으로 보여졌던 사물 작품들이 전시 전체를 이루어 과거의 기억과 사건, 그 서사를 밀도 있게 보여줄 예정이다.

작가의 어머니는 돌아가시기 전 알츠하이머를 앓으셨다. 그로 인해 눈이 점점 보이지 않게 되어 ‘왜 이렇게 어둡냐’는 말씀을 자주 하셨다고 한다. 작가가 작품 속 어머니의 사진이 마치 우주에 떠도는 성운 속에 있는 것처럼 느껴진 이유는 아마도 짙은 어둠 속에서 겨우 뜬 눈으로 자식의 얼굴만 희미하게 알아보셨던 어머니의 마지막 모습 때문이 아닐까.

 

 

소년기 Boyhood, 2023_한지에 유화_66x47cm

 

 

범랑 Enamel Pan, 2023_한지에 아크릴_65.5x50.5cm

 

 

약속 Promise, 2023_한지에 아크릴 물감과 유화_36.5x36.5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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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230525-정재호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