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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석 展
일수사견(一水四見) - 상징과 기호로서의 언어와 소통展
사랑의 열매_255x120x120cm_Seeds and Wires, Lightings_2022
(송파구민회관 1층)
2023. 5. 22(월) ▶ 2023. 5. 27(토) 서울특별시 송파구 백제고분로 242 | T.02-2147-3579
https://blog.naver.com/yesongartmuseum
본 전시는 "2023 송파 문화예술 활성화 지원사업"에 선정되어 "송파문화재단 후원"으로 진행하는 선정작 전시회 입니다.
사랑의 열매_255x120x120cm_Seeds and Wires, Lightings_2022
보이는 것과 존재하는 것, 관점과 시점 _기호와 상징, 의식과 표상
I. 김동석의 주요 작품 중 하나인 <길…어디에도 있었다> 연작은 여행길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 ‘길’을 소재로 한 모노톤의 풍경이다. 그러나 외경을 옮긴 것은 아니다. 삶의 소중함, 그 속향은 밑줄을 긋기에 충분하다. ‘씨앗…1mm의 희망을 보다’가 그랬고 ‘우공이산(愚公移山)’이 그랬다. ‘석과불식(碩果不食)’도 매한가지였다. 이처럼 작가 김동석은 1996년 ‘어머니의 사계(四季)’를 주제로 첫 개인전을 연 이후 오랜 시간 인간 삶의 고난과 역경 속 싹트는 생명과 희망을 그렸다. 삶의 의지와 꿈의 가능성을 녹여냈다. 조형방식은 어떠한가. 회화와 설치를 넘나든다. 다양하고도 정감 어린 문법은 학제 간 장르 간 경계 없는 동시대미술의 흐름과 결을 같이 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김동석의 작업은 깊이를 더했다. 화면엔 존재하는 것과 존재하지 않는 것, 실제 하나 실제 하지 않는 것이 나란히 놓였고, 점차 시각에서 정신으로, 외형의 화려함이 아닌 본질을 향한 채 사유의 영역을 개간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실제 그의 작업은 영원성과 순간성, 생성과 소멸이 하나의 화면에 그리드(Grid) 되며, 보이는 것이면서 보이지 않고 볼 수 없는 것이지만 볼 수 있는 것으로의 노정을 읽게 한다. 어떤 이목과 시선에도 개의치 않은 채(조형의 극적인 변화에 혹자는 놀라지만) 나름의 스펙트럼을 지향하고 있음 또한 명징하다. 그리고 그러한 흐름은 지난 2022년 11월 16부터 21일까지 진행된 G&J 갤러리 인사아트센터의 개인전에서도 발견된다. ‘일수사견(一水四見)’을 주제로 한 해당 전시를 통해 작가는 존재와 존재의 지점들을 저마다의 관점에서 영토화 할 수 있도록 했다. 그건 사물을 그리는 게 아닌, 애지(愛知)의 관점, 철학적 태도로 눈에 비친 사물의 외형을 뛰어 넘어 우리를 온전히 새로운 사고의 무대로 이끄는 작업에 가까웠다. 그야말로 행간이 넓다. 일례로 ‘의자’를 위아래로 중첩시킨 그의 설치작업은 진짜와 가짜, 허구와 진실, 현실과 비현실 등의 상이한 가치들이 모호한 경계 아래 갈등한다. 이미지와 대상, 언어와 사고 사이의 필연적인 관계를 전복시킨다. ‘복숭아 씨앗’으로 만들어진 대형 설치작품은 씨앗이라는 오브제와 생명성을 효과적으로 빚었다. 전시장 한가운데 둥지 튼 이 작업은 그 자체로 다감을 유도하는 다의적 구조체라 해도 무방하다. 이중 의자 작업은 매우 현실적이기에 오히려 비현실적인 양태(그의 작업 특징 중 하나는 현실과 초현실이 교차된다는 것이다. 회화도 그렇다.)를 지닌다. 미풍에도 흔들리도록 한 이 작품은 보기에 따라 인간 삶의 욕망이자 시간의 층위와 갈음된다. 조명에 의해 일렁이는 그림자는 부질 없는 세월, 시간과도 무관하지 않다.(개념적으론 씨앗 설치 작업도 마찬가지다.) 세월이라는 나이테를 품은 시간에는 과거와 현재, 미래를 비롯해 작업 과정 중의 사유시간과 제작 과정에서 지나간 시간 그리고 이미지가 가지고 있는 스스로의 시간이 걸쳐 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조형자체가 아니라 그 시간 안에 담겨 있는 ‘존재의식’이다. 작가는 이들 작업에서 시간의 개입이라는 순수한 정신적 기술(記述)을 통한 인식의 흔적과 사고의 과정을 보여준다. 빛에 의해 유동하는, 어쩌면 무의식적이고 몽환적일 수 있는 창작물이지만 존재의식은 그림자와 더불어 서사를 만드는 분동이다.
추억으로의 소환_300x33x33cm_미송원목_2022
II. 독일의 철학자 훗설(Husserl)의 “모든 의식(conscience)은 어떤 것에 대한 의식이다”는 말 속엔 ‘의식의 상태’가 아니라 ‘상태의 의식’이라는 의미가 있다. ‘의식의 상태’가 의식의 위상기능(function) 즉, 지각, 느낌, 감동이라면, ‘상태의 의식’은 어떤 작용 능력(faculty)의 목적성과 방향성을 갖는 지향의식이다. 그런 점에서 평범한 사물이나 현상마저 미적 탐구의 대상으로 삼고, 존재성을 투사해온 김동석의 작업들은 그 자체로 의미를 지닌 의식, 다시 말해 ‘상태의 의식’을 경험할 수 있는 장이랄 수 있다. 필자의 시각에 그의 설치작업은 실존주의적 사고와 형이상학적 사고의 대립 및 호흡으로 채워져 있다. 이 둘은 양자 간 대척 지점에 놓인 채 흡입(吸入)과 팽창(膨脹)의 힘이 상호 엇갈리면서 공간 내 위치를 점한다. 태초의 발아를 뜻하듯 씨앗에 관념을 연결해 사고의 층위를 드러내고, 사물을 허투루 대하지 않는 시선, 관용과 사랑이라는 감정을 전제로 자신만의 조형언어를 획득해온 김동석의 작품은 공간과 연결된 열린 형태를 갖는다. 때로는 표면적 유희를 시도하면서도 시공간에 걸친 환기적인 상태에 사물과 사유주체 간 무형의 촉발을 능동적으로 완성한다. 특히 그의 설치작업은 조형의 일부임에도 물질계에 속한 객관적인 실체로 지각되는 건 아니라는 점에서 정신과의 관계성을 보여준다. 그것은 분명 직조된 것이고, 리얼리티가 존재하던 과거 회화 작업 대비 무의미하거나 무목적적인 상황에 처해진 것들이다. 아니, 오히려 관람객에 의해 규정되는 것들이다. 작가는 물리적 직조(수없이 많은 씨앗의 선으로 만들어진 설치작업을 포함하여)를 거친 이들 작업을 통해 새로운 시각 이미지를 형성시키며 작가 의도와 상관없는 여러 ‘의미’를 창출해낸다. 이때 의미란 두 가지 측면이 있다. 첫 번째는 작품 내부에 똬리 튼 인식(Cognition), 응집(cohesion), 생성(creation)이라는 과정의 의미다. 과정은 완성이 아니지만 작품 내 투영되는 실제와 허상, 실체와 가공된 이미지와의 연관성이 있다. 이렇게 과정을 거쳐 태어난 시각적 실제성의 궁극은 씨앗이 가리키듯 본질이다. 인간 삶의 본질, 나아갈 길의 본질, 관점의 본질 등이 그것이다. 또 하나의 의미는 사물의 재구성과 연관된다. 그는 제작 과정에서 시간과 공간, 존재에 대한 많은 것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고정관념은 해체되고 내가 알고 있던 모든 것은 다시 정립된다. 그렇게 작가는 새로운 서사구조를 완성한다. 서사는 어설프지 않다. 표피적이지도 않다. 망막에 남은 잔상을 건조하게 수용하는 것이 아닌, 어떤 ‘흔적’으로 본다.
내 삶에 무었을 더하고, 빼고, 곱하고, 나눌것인가_180x180cmx4set_혼합재료_2022 (전시전경)
III. 이번 전시에는 그의 회화도 다수 선보였다. 이전의 고즈넉한 구상적 회화와는 달랐다. 그것은 평면적이면서 3차원적이었고, 설명을 덜어낸 자리엔 상징과 기호를 앉혔다. 이들 작품 또한 작품에 내재된 의미가 시각적으로 보이는 것과 다르게 또 다른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 구조다. 하지만 작가는 일련의 회화에 대해 명료한 태도를 내비친다. 소통의 방식이다. 밝은 감정이 이입된 모든 관계와의 대화다. 작가는 “다양한 언어와 소통 방식을 회화라는 시각예술로 재해석하고 표현과 의미전달의 다양성을 일수사견(一水四見)이라는 화두를 통해 보여주고자 했다.”고 했다. “사랑한다는 감정이나 궁금함 등을 전달할 때 하트나 물음표 같은 간단한 기호를 통해 관계와의 소통은 물론 감정이입을 대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씨앗 오브제를 평면에 붙여 탈평면성을 추구하고, 관념과 물성의 조화를 하나의 화면에 나타냈던 이전의 작업과는 다른 조형방식이다. 당시에도 아예 그러하지 않다고 판단할 수는 없으나, 이번 작업의 경우 보다 기호적이면서 기호의 붕괴(해체)를 맞고 있다. 역설적이게도 이미지의 구체적 지시가 기호를 앞선다. 그의 더하기, 빼기, 곱하기, 나누기와 하트 등의 이미지는 이동을 허락하지 않는 형상이다. 작품을 감싸는 오방색(이는 단지 한국적 색이 아니라 방위, 다층성, 다양성을 포괄한다)을 제외하곤 전세계인 누구나 그 뜻을 안다. 그럼에도 위와 같은 기호를 상정한 건 지각과 표상 간 접촉을 이루는 정신적인 어떤 것의 반동에 초점을 두었기 때문이라는 게 옳다. 겉으론 소통의 방식에 관한 것이나, 기실 이미지에 수반된 인간 의식의 제형태인 이데올로기(Ideologie)의 경계를 허물어뜨리기 위한 장치일 수도 있다. 이렇듯 이전 작업과 확연히 다른 일련의 시도는 “근간이 되어준 그동안의 작업 방향에 있어 새로운 전환과 무의식 속에 개인을 지배해왔던 고정관념으로부터의 탈피(해방), 사물(대상)을 접하는 작가의 태도 변경”이라는 발언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변화를 갈망하는 작가 자신의 실험의지와 보다 풍부한 소통을 위한 선택이 오늘날 그의 회화가 생성된 배경인 셈이다. 필자는 이를 묶는 단어로 ‘환기적 문법’을 떠올린다.(상징과 기호를 통해 나와 우리의 묵은 것을 덜어내고 시각언어로 주체인 동시에 자아가 다른 주체와 관계 맺도록 매개하는 새로운 소통방식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환기적 문법은 곧 인간 삶의 영역을 거처로 한다. 그곳엔 시공의 초월 또는 접목 외에도 무엇이 진짜인가를 묻는, 진실, 소통이 놓여 있다. 따라서 그의 회화는 관계와의 소통에만 멈춰 있는 건 아니다. 소통을 소통으로 이끄는 요소 중 하나는 ‘결핍’이요, 결핍은 믿음을 와해시킨 채 (그의 과거 작업처럼)진실의 형체를 서서히 흐릿하게 만든다. 물론 그 흐릿함 속에는 우리네 삶에서 채워져야 할 것들, 과하도록 넘쳐도 될 법한 것들이 배어 있다. 어떤 면에선 현현되지 못한 것들이다. 물론 현현은 하이데거(Martin Heidegger)의 존재의 시간과도 결을 달리 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은 결국 일정한 욕망과 욕구 아래 개봉된, 현실과 이상을 담은 질 들뢰즈(Gilles Deleuze)의 ‘차이로서 반복’으로 드러난다. 김동석이 차이의 거듭됨 속에서 차이의 질을 담금질을 지속해온 이유이다. 그런데 이 담금질이 오히려 김동석의 작품에 변별력을 부여한다.
홍경한(미술평론가)
전시전경
전시전경
일수사견(一水四見) 상징과 기호로서의 언어와 소통
일수사견의 사전적 의미는 한 가지 물을 네 가지로 본다는 뜻으로, 같은 물이라도 다른 관점으로 볼 수 있음을 이르는 말이다. 즉, 세상은 있는 대로 보이는 게 아니라 보는 대로 존재하며, 보는 관점과 시점에 따라 생각과 해석(판단)의 가치 기준이 달라진다는 논리를 바탕으로 한 “일수사견(一水四見)”의 연작시리즈는 소통의 도구로서, 일상에서 흔히 사용하고 있는 다양한 기호들을 차용하여 상징과 기호로서의 언어와 소통을 시각적 회화(이미지)로 표현하고자 했다.
또한, 현대인의 다양한 언어와 소통 방식을 회화라는 시각예술로 재해석하고 표현과 의미전달의 다양성을 일수사견이라는 화두를 통해 새로운 시각언어로 소통하고자 기획했다. 이런 일련의 시도는 근간을 이뤄왔던 작업 방향의 새로운 전환과 무의식 속에 개인을 지배해왔던 고정관념으로부터의 탈피(해방), 사물(대상)을 접하는 태도의 전환을 지향하고자 한다. 작품을 통해 답이 아닌 질문을 걸어보는 형식을 취하며, 작가와 대중이 함께 질문을 던지고 서로의 다양한 관점에서 각자의 자유로운 현답을 찾아가기를 희망한다.
2022 작가노트
그대는 지금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가_130.3x79cm_혼합재료_2022
행운이 오려나 봐요_100x80.3cm_혼합재료_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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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석 | KIM DONG SEOK
추계예술대학교 서양화과 졸업 | 동국대학교 교육대학원 미술교육과 졸업 | 석사학위 취득 논문: 고암 이응노 작품 연구
개인전 | 25회 | 서울, 순천, 부산, 원주, 구미, 북경, LA
아트페어 | 35회 | 서울, 부산, 대구, 청주, 광주, 상하이, 북경, 홍콩
기획초대전 및 단체전 | 600여 회 참가
화집발간 | 일수사견(一水四見) - 상징과 기호로서의 언어와 소통 (도서출판 주영, 2023) | A Collection of Kim Dong Seok Paintings (도서출판, 솔과학, 2019) | 길...어디에도 있었다 (도서출판, 차이DEU, 2017) | THE PATH (도서출판, 차이DEU, 2017)
교육경력 및 주요경력 | 삼육의명대학 | 삼육대학교 | 추계예술대학교 | 백석예술대학교 | 전남대학교 | 동국대학교 외래교수 역임 | 북부교육청 미술영재교육 | 강동교육청 미술영재교육 | (사)한국미술협회 사무국장 | (사)한국미술협회 송파지부장 | 송파미술가협회 회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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