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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재정선미술관 개관 14주년 기념 국제교류특별전
경계를 너머 展 Beyond the Borders
나형민 · 박종걸 · 이근우 · 이태길 · 조안석 이자벨 V. 림 · 토니 알레인 · 피르코 마켈라-하팔린나 · 리처드 글렌 맥킨리 · 예르지 모쉬취스키
2023. 5. 12(금) ▶ 2023. 7. 5(수) 초대일시 2023. 5. 12(금) 13:30 서울특별시 강서구 양천로47길 36 | T.02-2659-2206
겸재정선미술관에서는 매년 국제예술교류 사업의 일환으로, 각국에서 예술적 성취를 정립하여 활발한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는 작가들의 작품 전시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이번 겸재정선미술관 개관 14주년에는 특별히 <경계를 너머> 타이틀 아래 국가 간의 경계를 허물고 그 너머의 새로운 비전을 모색하는 기회를 갖고자 합니다.
이번 특별 전시는 한국을 비롯한 미국, 프랑스, 싱가포르, 핀란드, 영국 등에서 예술 활동을 펼치고 있는 작가들의 시각을 빌어, 우리 문화와 새로운 환경을 특유의 감성으로 만나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추진하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이들 작가가 선보이는 작품들을 다각적으로 반추해 볼 수 있는 소중한 자리가 될 것입니다. 나아가 이러한 국제예술교류가 우리 미술문화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생각을 무한으로 확장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아무쪼록 이번 <경계를 너머> 특별 전시가 국가 간의 경계와 더불어 관점과 생각의 틀을 넘어, 우리 문화가 걸어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는데 큰 도움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나형민 作_지평 위의 산수_130x160cm_한지에 채색_2023
나형민 작가노트
지평 너머 그려진 산수는 현세의 경계를 초월하여 어딘가 있을 법한 이상향을 내포한다. 마치 도화원기에 등장하는 도원경(桃源境)과 같은 별천지는 전통적인 산수화의 지향점이기도 하다.
작품에 등장하는 산수풍경은 주로 설악산의 정경이지만 특정한 산을 재현하고자 한 것은 아니다. 단지 작품의 제재로서 취할 뿐 작가의 심상(心像)에 형성된 이상적 산수(胸中成山水)를 표현한 것이다. 따라서 지평은 이상과 현실, 피안(彼岸)과 차안(此岸)의 경계가 된다. 그리고 푸른 하늘에 떠 있는 보름달은 감상자의 시선에 따라 해(日)이기도 하고 달(月)이 되기도 한다. 해이든 달이든 여백의 원상에는 담겨진 상징성은 현대인의 소망과 비움의 뜻을 담은 기원의 대상이 된다.
박종걸 作_소요산_198x110cm_한지에 수묵_2023
박종걸 작가노트
처음에는 백지다. 작업이 습관이 되어서는 안 된다. 에너지는 형태를 묘사해서 내는 것이 아니다. 어떤 나만의 응축된 에너지가 나와야 한다. 내 그림을 남들이 보면 외형적으로 변화가 없어 보이지만 내적인 상태에서 변화를 주기 때문에 고민이 많다. 살아있는 에너지가 나와야 되는데 그런 점이 어렵다.
작가에게는 다름이 있어야 한다. 이면이 중요하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부분 그것이 에너지다. 그림의 경계는 없다. 그림의 경계를 세우는 순간 갇히게 된다. 그림은 고정되어있는 것 같지만 열려고 하고, 스스로 열려져야 한다. 내가 주로 먹만 사용하지만 더 큰 것을 열기 위해 한 가지를 쓰는 것이다. 한 가지를 통해 세밀함을 찾는다. 큰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는 외경을 끊임없이 마주하고 관찰하고, 작품 속에서 한꺼번에 쏟아낸다.
이근우 作_김홍도 아들 연록_128x77cm_4합지 한지에 먹_2023
이근우 작가노트
도화서 화원 김홍도는 정조 동참화사의 공으로 1791년 충청도 연풍현감(현 괴산군 연풍면)에 제수되어 약 3년간 봉직하였다. 그가 48세의 늦은 나이에 아들을 얻었다는 아명(兒名) 연록(延祿)과 후일 개명한 것으로 추정되는 양기(良驥)를 그리워하는 마음으로 붓 끝에 담아 보았다.
국전(78년)에서 동양화 비구상 부문 대통령상을 수상한 故 황창배 교수님이 그토록 사랑하고 갖고 싶었던 충북 괴산군 청안면 백봉리 작업실…, 그곳에 교수님이 잠든지 20년이 넘었다. 황창배 교수님께서 백봉리 작업실에서 사용하시던 4합지 한지와 일반 한지(2021.07.04. 종이를 받음)에 현감 김홍도의 아들 연록과의 인연을 가져 보았다.
이태길 作_우리들의 염원_162.2x130.3cm_ Oil on canvas_2021
이태길 작가노트
나의 작업은 축제에서 시작된다. 옛 조상들이 이 땅에 농사를 지으면서부터 하늘을 경외 시 했고 그로 인한 축원과 함께 서로 얽히고 섞여가며 싸우기도 하고 협력과 화합하면서 살아왔다. 축제는 공동체의 삶을 더욱 결속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보다 많은 사람의 군무 관중으로부터의 뜨거운 호응, 즉 춤추는 자와 거기에 참여하는 자가 일체가 되는 축제야 말로 공동체적인 삶의 한 표상임을 확인 하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나의 작업은 인다라망(인드라의 그물)이다. 이는 그물과 그물사이의 투명한 수천의 구슬들이 서로서로 비추며 서로 인과 법칙에 의해 작용하고 서로 비춤으로써 우리는 이렇게 각자 나뉠 수 없는 존재로 작용하고 반응하며 살고 있다. 따라서 나는 이러한 것들을 그림 속에 담고자하는 것이며, 고조선古朝鮮 건국 신화에 나오는 ‘홍익인간弘益人間’과 세상으로 나아가 도리로 교화한다는 ’재세이화在世理化‘의 정신을 본질로 삼아 상생과 평화가 기원되기를 염원하는 것이다.
조안석 作_라일락 향기_97x162.2cm_종이 위에 파스텔_2023
조안석 작가노트
일상 중에서 감동이 올 때가 있는데 참으로 경이로운 순간이다. 이러한 기억들을 바탕으로 시간을 두고 여러 준비 기간을 거쳐 스케치를 하고 작품제작에 들어간다.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는 적당한 상태, 그래서 작품은 우리에게 감동을 주는 하나의 소소한 울림일수도 때로는 웅장한 오케스트라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계속해서 사람과 자연이 주는 찬란함과 아름다움이 어디서 오는지 탐구한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아름다움을 함께 누릴 수 있기를 바란다.
이자벨 V. 림 作_다이아몬드 제이드 #4_55x75cm_종이 위에 파스텔_2020
이자벨 V. 림 작가노트
이자벨이 선택하는 다양한 주제들은 대부분 동남아시아 문화와 소소한 주변 풍경에 기반을 두고 있다. 그녀에게 디자인과 구성, 색상, 움직임과 빛은 그림의 전부다. 아시아의 주제들은 그녀로 하여금 가슴에 와 닿는 여러 그림 시리즈를 개발하도록 만들었다. 많은 시간 동안 물 위에 비춰진 풍경의 그림자와 반사를 탐구하고, 때때로 더 깊은 곳도 응시하도록 우리의 눈을 이끈다. 이런 풍경들은 대개 공중에서 내려다보는 화면을 구성한다. 하루 중 시간의 흐름에 따른 빛의 변화와 뉘앙스가 투명하게 반영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림들은 주로 보이는 암시적 소용돌이를 피해가는 모양새다. 그 대신, 잎, 꽃잎, 나뭇가지, 때로는 돌들도 일부러 포함시켰다. 사실적으로 묘사된 추상적 화면구성은 줄곧 감상자의 눈을 이리저리 그림 표면을 쫓아가게 만든다. 그래서일까, 그 그림들은 따뜻하고 명상적이며 평화로운 느낌이다.
토니 알레인 作_구름 반사_50x65cm_종이 위에 파스텔_2022
토니 알레인 작가노트
풍경화 화가로서 내가 바라 본 세상에 대한 시각을 공유하고 싶다. 완벽함을 추구하는 것은 어떤 실수를 범할까봐 두려움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데, 그러다 보면 경직된 스타일이 나온다. 나는 완전한 사실적 묘사에는 관심이 없다.
이 그림은 특정 풍경을 보고 느꼈던 그 당시 분위기나 환경에 대한 나의 응답이다. 우리 주변의 아름다운 패턴, 색상과 모양 같이 어머니인 자연을 더욱 자세히 들여다보고 싶었다. 내 생각에 그림이란, 70%의 관찰과 30%의 표현행위 같다. 예술가는 자신의 시각을 드러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가 선택한 재료를 즐겁게 다룰 수 있어야 한다.
피르코 마켈라-하팔린나 作_여기가 당신이 처음 강물소리를 듣는 곳이다_68x97cm_종이 위에 파스텔_2021
피르코 마켈라-하팔린나 작가노트
내 그림은 매우 가벼운 공기를 담은 분위기의 추상적인 풍경화다. 나는 내면의 세계와 눈으로 관찰할 수 있는 세상 사이에 있을법한 표면이 있을지 찾고 있다. 무언가가 영혼과 이성을 연결하는 은유적인 의미를 갖는 순간 나는 열정적이 된다.
리처드 글렌 맥킨리 作_습지대의 황혼_38x28cm_종이 위에 파스텔_2023
리처드 글렌 맥킨리 작가노트
1973년 이래 나는 파스텔로 주변 풍경들을 담아내는 것에 내 삶을 쏟아 부었고 이 여정은 르네상스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의 대가들을 연구하도록 이끌었다. '안플랑에르(en plein air)'는 야외현장에서 그리는 방식으로 자연과 밀접하게 협업함으로써 자연 세계를 훨씬 더 잘 감상할 수 있게 된다. 사진은 유용한 도구이지만, 그 장소에 참여하여 풍경, 눈, 마음을 교환하는 일을 대체할 수는 없겠다. 렘브란트는 "여러분에게 자연만이 진정한 스승이다"라고 말하지 않았던가.
나는 그림을 제작하는 것이 아니라, 그림을 창조해내려고 애쓴다. 파스텔로 자연이라는 팔레트를 관통하는 자연스런 빛이 추는 춤의 일부를 담아내고 이것이 감상자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그 무엇인가가 되길 바란다. 내 그림이 시선이길. 우리가 무엇인가 특별한 것을 봤을 때 우리를 멈추게 하고 머무르게 만드는 그런 시선이면 좋겠다.
예르지 모쉬취스키 作_통로_55x80cm_종이 위에 파스텔l_2021
예르지 모쉬취스키 작가노트
내 작품 스타일은 명암대조를 다루는 키아로스쿠로 화가들의 전통을 계승하여 색을 보기 전에 먼저 빛을 본다. 나는 그렇게 빛과 색이 그림자를 통과할 때의 특별한 관계에 끌리곤 한다. 이 그림자가 우리 눈에 드라마틱한 효과를 일으키는 '비-색상'이다. 빛이 닿지 않는 곳에 있는 물체 일부가 사라져 보이는 이것을 보통 우리가 명암대조라고 부르곤한다. 모든 면이 밝게 비춰진 물체는 마치 우리가 이미 끝을 아는 이야기처럼 평평해 보인다. 반면 그림자가 대상의 일부를 가리면 우리는 그 안에 있는 보이지 않는 부분에 대해 상상하게 되고, 이로 인해 그 대상이 신비로워지면서 그 사물만의 삶을 살게 된다.
그동안 수백 점의 그림을 통해 사물의 이야기를 전하면서 항상 사실적 명암대조 표현기법을 사용했는데 이것이 수집가들로부터도 좋은 반응을 불러왔다. 이런 과정들은 내가 화가로 살아가는 법을 가르쳐줬다. 요즘 나는 일반적인 사실주의에서 정서적 사실주의로 전환해 가면서 주제에 대한 개인적인 모험을 진화시키고 있다. 내가 그린 예전의 “정물화” 패턴들은 이제 빛, 색상, 그리고 내가 “새로운 모습”이라고 부를만한 표현들과 함께 자율적인 모험의 세계를 살아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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