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은 展

 

PLANETAI

 

완벽한 조우_캔버스에 유화_31.8x31.8cm_2023

 

 

갤러리 자유

 

2023. 5. 5(금) ▶ 2023. 5. 31(수)

서울특별시 용산구 녹사평대로32길 8, 1층

 

www.instagram.com/galleryjayu

 

 

너의 소원_캔버스에 유화_145.5x112.1cm_2022

 

 

"생성하는 것은 소멸된다. 운명의 수레바퀴가 허공을 가르듯 침묵을 삼킨다.
어둠의 땅에서 자라난 생명들이
거대한 숲을 생성하고 그들의 세계를 지켜내리라."

그리스어 'asteres planetai'에서 유래된 플라네타이(Planetai)는 ‘떠돌이별’을 뜻한다.

흩어지는 별은 연약한 존재와 같이 희미한 빛을 발하지만 움직이며 순환한다. 자연현상의 원인 규명이 아닌 ‘현상을 구제한다’는 고대의 철학자 플라톤의 말은 현대사회의 왜곡된 진리와 모순을 역설하고 있다.

이지은 작가의 작품에는 가녀린 소녀의 모습을 한 생명체가 등장한다. 너무 울어서 길어진 속눈썹을 가진 소녀들은 대부분 혼자가 아닌, 둘 이상의 소녀들, 또는 다른 생명체들과 함께 유성이 떨어지는 황량한 디스토피아 세계에 혼재해 있다. 평온한 모습을 하고 있는 듯 보이지만, 앳띄고, 여려 보이는 이면에는 <결심> 작품의 소녀와 같이 강인한 의지와 정신을 엿볼 수 있다. 그들의 세계는 마치 혼돈과 절망으로 가득 찬 미지의 세계 같지만, 모호함 속에서 오는 긴장과 질서가 느껴진다.

홀로 있는 소녀는 차갑고 냉정한 모습으로 등장하며 그들을 보호하는 듯한 동물의 모습을 한 생명체, 동료애를 보여주는 사슴, 순수한 영혼과 순결한 사랑을 상징하는 백합 등이 인물들과 함께하며 종을 넘어선 커다란 연대의 의미를 보여준다.

 

 

흔들리는 밤하늘 속으로_acrylic on canvas_116.8x80.3cm_2023

 

 

특히, <말 없는 비밀> 작품에서 나타나는 신체의 이질적 변형과 변종의 기괴함은 마이너리티에 대한 사회의 폄하된 시선과 단절을 상징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나의 창백한 kin> 작품과 <밤이면 찾아오는 손님> 작품에서 보여지는 소녀들과 백합의 서사적 표현은 퀴어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데, 이는 마이너리티의 자유와 해방의 의미로 인간의 존엄성과 평등 사회의 실현을 강조하고 있다. 더 나아가 사회에서 타락했다고 낙인찍힌 존재들의 삶을 재조명하고 그들을 위해 목소리를 내기 위한 방편이며 ‘표준화된 섹슈얼리티’에 반기를 들고 대항하기 위한 사회적인 메시지로 볼 수 있다. 또한 이지은의 작품은 파스텔 톤의 다채로운 색감과 서사적인 스토리텔링으로 마치 아름다운 판타지 영화적 미장센을 보여주는데, 이와 같이 연약한 소녀들의 다양한 모습을 통해 연대의 의미를 되새기고 있다.

거대한 서사시를 이루는 작가의 판타지적 세계관을 보여주는 이번 전시는 사회적 소외와 결핍된 사람들에 대한 관심과 연대에서 비롯된다. 혼탁한 현재의 세계를 벗어나고자 하는 무의식의 발현과 같이 새로운 미지의 세계를 동경한다. 우리가 꿈꾸는 세계는 혼자가 아닌, 함께 하는 사회이다. 이는 규정된 사회의 틀을 깨고, 새로운 물결로 다시 태어난다. 잔잔한 호수에 돌을 던져 파동을 일으키듯, 인간의 존엄성 아래 우리 스스로를 지키며 서로의 사랑과 연대를 통해 새로운 세계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희망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갤러리자유 총괄디렉터 김혜진

 

 

결심_oil on canvas_31.8x31.8cm_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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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230505-이지은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