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희 展

 

머무르지 않는

 

 

 

갤러리블라썸

 

2023. 4. 29(토) ▶ 2023. 5. 28(일)

서울특별시 강서구 양천로65길 41-22 jk블라썸호텔 B1

 

www.instagram.com/galleryblossom2018

 

 

 

 

「유한함 그리고 흔적」 중에서

이선희의 작업은 캔버스를 꼼꼼히 메운 거대한 색면으로부터 시작된다. 색면을 완성하기 위해 작가는 오래도록 공을 들여 얇게 물감을 쌓는다. 깊은 밤하늘의 파랑, 자유로운 노랑, 그리고 봄처럼 싱그러운 색들을 좇아, 그는 마음에 드는 색이 나올 때까지 명상하듯 작업을 계속한다. 색면이 완성되면 그 위로 짧은 선을 반복해서 그어나가거나, 농도가 다른 물감을 떨어트려 작가의 삶 속에서 유래한 소박한 기쁨들을 새겨 넣는다. 섬유질처럼 엉켜진 수만 번의 붓 터치는 색면 위에 소복이 쌓여 보는 이를 압도하는 신비로운 힘을 뿜는다. 「조우」에서 우리는 한 여름, 작가의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들었던 풀의 군무를 본다. 그곳에는 한 송이의 꽃을 묘사할 때는 결코 표현할 수 없는 에너지로 가득하다. 나무와 수많은 잎과 무리를 이루어 핀 작은 보라색 꽃이 뿜어내는 소란스러운 생명력이 보는 이를 찬란한 여름의 한 때로 초대한다. 사람들은 그의 작품을 보고 생동감, 아름다움, 환희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는 비참한 세상조차 너그럽게 감싸 안는 그의 본성에서 비롯되었을지 모른다.
「머무르지 않는 것」에서는 곱게 깔린 색면의 바다 위로, 튀어 오르는 점들이 부유한다. 점은 옹기종기 모여 울렁이며 진한 색의 파도를 형성하거나 서로 겹겹이 쌓여 빛이 투과되는 것 같은 투명함을 만들어낸다. 작가는 그림을 설명하며 자유, 봄, 사랑과 같은 단어를 사용했다. 무엇보다 정성껏 표현하고 싶었던 것은 맑게 겐 물감을 캔버스 위로 드리핑 해 만들어낸 투명한 느낌의 점이었다. 이 형상들은 고정된 캔버스 안에서 아른거리며 움직이는 듯 한 인상을 준다. 안은 텅 비어있고 뚜렷한 실체가 없다는 점에서 그것은 그 자체로 흔적과 같다.
‘머무르지 않는’의 다음에 올 명사를 굳이 지목하지 않은 것은 결국 ‘모든 것’이 우리 곁에 남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고 싶은 것은 아니었을까. 그러나 머무르지 않을지라도 흔적은 결코 지워지거나 사라지지 않는다. 흔적은 머무르지 않는 것의 자취다. 그의 캔버스는 덧칠하고 겹치며 피어나는 맑은 흔적들로 가득하다. 머무르지 않는 것들을 추억하며, 작가는 그 흔적만이라도 맑게 남기를 기도한다. 결국 홀로 남더라도 흔적만은 맑게 되기를.

 

글. 장샤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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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230429-이선희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