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홍석 展

 

시간을 묻다

 

그리움-시간을 묻다 02_50x70cm_Fabriano paper, 콜라쥬, 아크릴 혼합재료_2022

 

 

(인사아트센터 6층)

 

2023. 4. 26(수) ▶ 2023. 5. 2(화)

Opening Reception 2023. 4. 26(수) PM 5:30

서울특별시 종로구 인사동길 41-1, 6층 | T.02-736-1020

 

www.jma.go.kr

 

 

그리움-시간을 묻다 05_50x70cm_Fabriano paper, 콜라쥬, 아크릴 혼합재료_2022

 

 

시간(時間) 속, 사물의 본연(本然)은 의미(意味)있다.

 

그는 그려내는 대상(對象)이 갖는 눈에 보이는 사물만이 아닌 끊임없이 살아 움직였던 모든 시간들, 세월의 고통을 이겨낸 자유롭고 아름다운 형상들을 만나며, 혼자의 시간을 냉랭하게 견뎌내는 사람이다.

작가는 자신의 삶에 대한 순수한 열정, 자신과 관계성을 가지는 물성과 페인팅을 벗 삼아 그만의 회화적 자율성으로 전환시키고 있다.  

그의 사물들을 바라보면 시간에 비례하는 의미가 숨어 있다.

작가의 사물은 어디서 본 듯한 풍경 같지만 순수작업으로 일정한 형태를 구축하지 않는 형태를 새로이 구성해내고 있다. 무엇보다도 화면 속에 혼합적으로 배치된 이미지들은 묘한 경계를 부르며 무언가 생각하게 만들고 사유하게 된다. 우리의 의식에서 사라져가는 시간과 기억을 시각적으로 재구성함으로써 차가운 이미지를 완화시키거나 동시에 추상적인 이미지 공간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의 작품의 과정을 통해 이루어 낸 다양한 상상력은 삶 속에서 쌓인 감정과 잠재된 감성적 기억, 새로운 상상의 세계에 대한 동경을 투영시켜 개성 있게 형상화시킨 것이다.

 

안재영(예술철학박사) <전시, 서평 중에서>

2023.04

 

 

그리움-시간을 묻다 09_50x70cm_Fabriano paper, 콜라쥬, 아크릴 혼합재료_2022

 

 

그리움-시간을 묻다 10_50x70cm_Fabriano paper, 콜라쥬, 아크릴 혼합재료_2022

 

 

세상의 모든일상, 겉과 속

 

작가는 사실은 시간을 그리고 흔적을 그리고 그리움을 그린다.

상실한 것들을 그리고 자신과 더불어 살을 부대껴온 시간을 그리고 가까운 현대 곧 근대를 그린다. 근대의 생활사를 그리고 존재의 흔적을 그린다.

좀 과장해서 말하자면 현대인은 온통 상실의 시대를 살고 있다.

이러한 도저한 상실감이야말로 그가 다름 아닌 현대인임을 증명해주는 징후이며 증표일수 있다. 그렇게 현대인이 상실한 것 중에 골목이 있고 시장이 있고 달동네가 있다. 하나같이 작가와 더불어 근대를 관통해온 삶의 풍경들이고 전형들이다.

 

작가는 그것(곳)들을 그림으로 기록하면서 사실은 자신의 삶의 흔적을 그리고, 부재로 남은(그리고 머잖아 부재로 남겨질) 시간(그리고 공간)에 대한 그리움을 그린다.

미술사 혹은 상호영향사로 치자면 표현주의와 신표현주의 그리고 추상 표현 주의를 아우르는 표현주의 계열의 경향의 회화를 자기화하고 재해석한 그림들이다. 표현이란 원래 내면에 있던 무엇인가가 자기 외부로 표출되고 분출되는 것을 말한다. 다른 경향의 그림들에  비해 주체가 강조되고 주체의 내면적 경험에 방점이 찍히는 그림들이다. 주체의 내면적   경험? 바로 내면에 응축된 응어리가 그린 그림이며, 응어리로 그린 그림들이다. 정신분석학으로 치자면 억압된 욕망일 수 있겠고, 보다 일반적으론 분노(응축된 에너지의 다른 이름?)로 봐도 되겠다. 그리고 작가의 그림은 무엇보다도 몸이 그린 그림이고 몸 그림이다.

 

여기에 작가의 디스플레이 방식 또한 예사롭지가 않은데,같은 사이즈의 그림들을 한 자리에 모아 하나의 큰 화면으로 보여준다. 부분과 전체가 유기적인 관계 속에 놓이는 거대한 모자이크를 연상시킨다. 형식적으로 임펙트를강조하려는 의도가 반영된 것일 수 있겠다. 그렇다면 이런 식의 디스플레이방식은 다만 형식적인   고안물에 지나지 않은 것인가.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여기엔 보다 본질적인 이유가 있는데, 여기서 작가의 자기기록에 대한 강박에 연유한 일기와 일지 형식을 재차 떠올릴 필요가 있다. 그림을 보자면 하나의 벽면에 열거된 작은 그림들이 마치 책을 연상시키고 낱낱의 책장을 떠올리게 만든다. 여기서 낱낱의 그림들은 일상에 대한 작가의 소회며 생활감정을 그린 것(기록한 것)이며, 그 낱낱의 그림들이 모여 일상을 이루고, 삶을 이루고, 세상을 일궈낸다. 그렇게 작가의 그림은 작가에 의해 축조된(편집된?)하나의 세상(한권의 책) 앞에 서게 한다.

그리고 이를 계기로 저마다의 세상(책)과 대면하게 만든다.

 

고충환<미술평론 '不二'전시 서문 중에서>

2017.03

 

 

그리움-시간을 묻다 11_50x70cm_Fabriano paper, 콜라쥬, 아크릴 혼합재료_2022

 

 

그리움-시간을 묻다 01_70.5x100.5cm_Canvas위에 콜라쥬, 아크릴 혼합재료_2022

 

 

잊혀가는 대상에 대한 그리움-서홍석 근작회화

 

흑백으로 두껍게 쌓인 화면의 층위를 상감으로 드러내거나 콜라주와 겹치기 등의 기법으로 층층이 묻히고 겹쳐진 이야기를 드러내는 그의 작업은, 삶과 의식의 토대가 되는 여러 주변 사물들을 추적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삶의 근원을 찾아가는 깊고 자유로운 탐색의 시선이다. 또한, 그가 주로 오브제로 다루는 폐지, 잡지, 한지, 헝겊, 신문지 등은 그 자체로 물질의 재생과 낡고 오래된 시간의 순환이라는 주제를 효과적으로 드러낸다. 이와 같은 물질들은 더욱이 먹을 통한 흑백 소묘와의 만남으로 동양적 회귀본능을 환기한다.

 

이렇듯 근래 서홍석의 새로운 작업의 요체는 무수히 갈아내어 모든 현재시제의 질감을 숙성시킨 듯한 흑과 백의 담백한 그림의 본바탕으로 돌아가 밑바닥에서부터 하나하나 사물의 결을 쌓아 올려 거기에 근원적인 삶에 대한 그리움이 깃들게 하는 일이다. 요컨대, 그의 작업은 사실적인 구상을 넘어, 상상 속의 형상들과 비구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자유로운 소묘의 필치를 통해, 자신이 살아온 삶을 속속들이 반추함으로써, 지난 세월 속에서 마주했으나 점차 잊혀가는 여러 대상에 대한 동경과 그리움을 바탕으로, 그 사물들의 본질에 다가가고자 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서길헌<전시, 서평 중에서>

2023.04

 

 

그리움-시간을 묻다 03_70.5x100.5cm_Canvas위에 콜라쥬, 아크릴 혼합재료_2022

 

 

그리움-시간을 묻다 04_70.5x100.5cm_Canvas위에 콜라쥬, 아크릴 혼합재료_2022

 

 

작가노트

 

“시간을 묻다”는 그동안 마음에 묻고 지내온 “먼 시간에 대한 동경(sehnsucht)”과 덧없이 “흐르는 시간에 대한 그리움의 갈망(longing)”이라는 두 개의 물음을 내포한다.모든 걸 변화시키는 시간은 과거와 현재를 같은 시공 속에 공존하게 하며, 이렇게 지나온 모든 시간은 생성과 소멸 사이에서 어떤 의미의 기억들이 아련한 울림으로 남아 있다. 이번 작품은 그동안 해왔던 유화 작업을 잠시 놓고, 단색조 위주로 흑백 톤의 혼합 재료를 사용하여 최소한의 절제된 색으로 드로잉 하듯 접근해 보았다.삶 속에 녹아있는 사물들의 시선에 본질적인 질문을 제기함으로써, 내 안에 알 수 없는 껍질들을 하나씩 벗겨내고 화면의 깊이와 날것으로 만나고자 했다.더욱더 지우고 비워내며 속살이 드러 날 때까지 깊숙이 자리하고 있는 먼 시간 속 그리움을 확인하고 싶은 것이다.겹겹이 꼴라주한 종이의 결들은 여러 층들을 형성하고 이러한 층들은 다양한 재료의 물성과 만나 얽히고 뒤섞인다.이렇게 중첩된 여러 겹들 위에 또 다시 물감을 덧칠하여 뜯어내고 긁고 갈아내면 마침내 그 맨 밑바닥에 감춰져 있던 다양한 시간의 흔적들이 표면에 드러나기 시작한다.

 

 

그리움-시간을 묻다 05_70.5x100.5cm_Canvas위에 콜라쥬, 아크릴 혼합재료_2022

 

 

이러한 반복을 통하여 끝내는 어떤 이미지와 만나는 연작들이다.삶 속에 스며든 기억들, 내 안에 새겨진 알 수 없는 기록들, 일상적으로 마주하는 풍경과 사물들, 인체의 몸짓들, 끝 모를 생사윤회의 무상함과 덧없음에 대한 고요한 성찰의 사유들이 지금의 나와 만나는 주된 주제들이다. 이러한 주제들은 그동안 몸살을 앓듯 내 몸에 내재하는 천형과 같은 먼 동경과 상실된 그리움이 자유로운 상상과 함께 어느 지점에서 나의 심층과 만나는 것이다. 흩어졌다 다시 모아지는 시간의 흔적들은 켜켜이 쌓이고 축적되어 지층(紙層)을 이루며 저마다 제각기 설레는 모습으로 하나씩 태어나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러한 생각들은 1994년도 첫 전시 ‘독백’을 시작으로 ‘몸짓’, ‘기억풍경’, ‘미망’, ‘초혼가’, ‘회귀’, ‘불이’, ‘응시’, ‘체화된 시간’, ‘시간을 품다’, ‘시간을 담다’, ‘시간을 묻다’로 줄곧 이어져 온 전시 제목들 속에서도 면면히 내재해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인생은 한 권의 책과 같다. 작업 일기를 쓰듯 지금까지 거듭해온 매 시기마다 연작(series)들은 지금껏 쌓아온 지난(至難)한 삶의 무게를 견뎌낸 “비망록”이자 자서전 같은 것이리라. 그동안 자아의 안팎을 넘나드는 내밀한 서사적 연작의 작품들은 결국 나는 누구이고 무엇인가에 대한 삶의 실존적 물음이며, 궁극의 나를 찾아가는 시간을 정리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정화의 과정을 통하여 매번 새롭게 태어나고 성장하는 나와 정면으로 마주한다.

 

작가노트 중에서

2023.04

 

 

그리움-시간을 묻다 06_70.5x100.5cm_Canvas위에 콜라쥬, 아크릴 혼합재료_2022

 

 

그리움-시간을 묻다 01_80.5x116.5cm_Canvas위에 콜라주, 아크릴 혼합재료_2022

 

 

 

 
 

서홍석

 

E-mail | ssaboo-shs@daum.net

 

 
 

* 전시메일에 등록된 모든 이미지와 글은 작가와 필자에게 저작권이 있습니다. *

vol.20230426-서홍석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