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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은 멀고 展
구나 · 장서영 · 전명은
두산갤러리
2023. 4. 19(수) ▶ 2023. 5. 20(토)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33길 15 | T.02-708-5050
구나 作_화이트본_섬유강화플라스틱, 섬유강화플라스틱 접합제, 철, 과슈, 바니쉬_500x1x171cm_2019-2023
두산갤러리는 2023년 4월 19일(수)부터 5월 20일(토)까지 두산인문극장 기획전 《눈은 멀고》를 개최한다. ‘두산인문극장’은 인간과 사회에 대한 사회학적, 인문학적, 예술적 상상력이 만나는 자리다. 2013년 ‘빅히스토리’를 시작으로 ‘불신시대’, ‘예외’, ‘모험’, ‘갈등’, ’이타주의자’, ‘아파트’, ‘푸드’, ‘공정’까지 매년 다른 주제로 진행해왔다. 2023년에는 ‘Age, Age, Age 나이, 세대, 시대’를 주제로 전시, 공연, 강연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이야기한다.
전명은 作_배클램트 #1_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96x120cm_2020
시간은 불가항력적으로 흐르며 몸을 가진 모든 것은 낡아간다는 점을 전제로 둔다면, 다가오는 현재를 갱신하며 살아가는 현실 외에는 다른 선택지가 없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나이 듦을 또 다른 시간의 흐름으로 받아들이는 일에 대해 인류학자인 마르크 오제(Marc Augé)의 말은 유효한 부분을 지니고 있다. 그는 『나이 없는 시간(Une ethnologie de soi)』(2019)에서 시간과 나이를 비교하며 ‘나이’는 지나간 나날을 설명하는 방식이며 시간을 단일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으로 이해하는 일종의 제약이지만, ‘시간’은 자유이자 상상력의 원료가 된다고 말한다.* 초년-중년-노년의 선형적인 전개에서 벗어나 시간의 속성을 인정하고 끊임없이 적응하려는 태도가 나이로부터의 자유로움을 선사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전환적 사고방식은 역설적으로 나이를 강하게 인식하는 과정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르지만, 시간의 방향이 반드시 정해져 있지 않다는 오제의 논리는 주어진 삶을 주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관점을 제공한다. 그리고 전시에서의 시간은 제약과 자유를 시작점과 끝점에 두고 그 사이를 바라보고자 한다.
장서영 作_폴딩 오퍼시티_단채널 영상_4분 7초_2023
구나의 조각은 표면의 무수한 흔적과 색이 처음과 달리 변한 상태, 휘거나 갈라진 부위를 드러냄으로써 시간의 흐름을 물리적인 온몸으로 맞이하는 자세를 보여준다. 견고해 보이는 외형에는 개입의 여지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변화무쌍한 표면은 세월을 담아내는 사람의 무른 피부를 떠오르게 한다. 전진하거나 순환하는 시간의 본질을 신체 기능의 상실이나 형태, 특정한 인물이 놓인 상황과 연결시키는 장서영의 영상은, 단단한 벽 대신 얇고 주름진 막을 스크린이자 칸막이 삼으며 제한된 공간에서 희미하게 살아가는 노년의 시간과 멀어져가는 감각에 대해 이야기한다. 전명은은 함께 살고 시간을 보내며, 자주 닿고 서로 의지하는 사람과 사람, 크고 작은 동물과 사람, 식물과 물건에 이르기까지 삶에서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생명이 주고받는 관계를 사진으로 담아낸다. 이때 그의 사진은 순간과 영원을 동시에 꿈꾸도록 돕는 연료가 된다.
전시전경
전시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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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메일에 등록된 모든 이미지와 글은 작가와 필자에게 저작권이 있습니다. * vol.20230419-눈은 멀고 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