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범헌 초대展

 

꽃춤 2023

 

 

 

갤러리 반포대로5

 

2023. 3. 28(화) ▶ 2023. 4. 9(일)

서울특별시 서초구 반포대로 5 (서초동) | T.02-582-5553

 

https://gallerybanpo5.kr

 

 

꽃춤(花舞) - Flower Dance_91x117cm_Mixed media on canvas

 

 

이범헌 화백의 “꽃춤” 전시회에 전시된 철쭉은 우리가 다른 이들과 만들어가고 있는 관계를 표현하고 설명하기 위한 모티프로써 창의적으로 활용되었다.즉,이범헌 화백의 작품 속 철쭉은 단지 산정상이나 푸른 들판에서 흔들리며 자연스레 하트 모양을 만드는, 신중히 가꿔지고 다듬어진 꽃잎과 가지를 표현하는 것이 아니다.오히려 꽃잎들은 세상 속 우리의 ‘존재’를 색인화하고 표현하기 위한 의미가 있으며 이범헌 화백의 작품에 담겨 있는 꽃잎들의 군무는 복잡한 인간관계의 연결과 상호작용을 비유적으로 나타낸다. 그렇게 함으로써 이범헌 화백은 작품을 통해 우리가 사회적 동물로써 어떻게 서로 존재하는지에 대해 미묘하게 주의를 기울이게 한다.

명상적 은유나 우화로 이해한다면,이범헌 화백의 철쭉들은 꽃잎으로 변한 인간을 표현한다.타인과의 상호작용에서 나타나는 우리의 대인관계가 꽃잎들을 통해 시각적으로 나타난다.이는 이범헌 화백의 캔버스를 가로지르는 하트 모양의 에메랄드빛 잎과 갈색 가지들을 통해 선명하게 표현된다.한편으로 인류는 자신의 주변환경에 영향을 받아 변해버린 자신을 발견하기도 하기도 한다.또 다른 한편으로는 관계의 구성이 중단되었을 때 산호색 철쭉꽃으로 변하는 관계의 물리적 패턴을 우리는 관찰자로서 발견할 수 있다.그렇게 이범헌 화백의 화법은 ‘다른 이들의 관점에서 바라보는것’을 표현하고 작품을 감상하는 이들에게 그들이 자각한 목적에 대해 다른 내면적 자세를 취할 수 있도록 자극한다.따라서 ‘꽃춤’ 전시의 작품들은 외부 사물과 자연미의 세계를 담은 단순한 장식용 작품들이 아니다.이범헌 화백의 작품들은 종종 간파할 수 없는 인간관계를 미로 같은 거미줄 모양의 격자 구조의 철쭉꽃들을 통해 마치 증류하듯 은유와 스토리텔링을 추출하여 담은 작품들이다.

 

 

꽃춤(花舞) - Flower Dance_91x117cm_Mixed media on canvas

 

 

질감이 풍부하고 굉장히 섬세하게 표현된 철쭉은 이범헌 화백의 기술적 능력을 안짚고 넘어갈 수가 없게 한다. 더 나아가 그의 작품들은 크기와 색에 있어서 매우 다양하다.유난히 큰 작품들도 있고 짙은 검붉은색의 필치를 포함한 작품도 있다.추상적으로 표현된 철쭉이 서로에게 번지는 고동색의 관계성이 나타나는 작품도 있다.하지만 결국 꽃들은 하트 모양의 외곽선을 그리며 모양을 형성하며 활짝 펼쳐진다.다른 작품들은 고립되어 보이고 쓸쓸해 보이는 공간에서의 절제미와 우아한 특징이 더 표현되지만 복잡하게 얽혀 있는 하얀 반점이 특징인 이 철쭉들은 서로 격리된 느낌이 더욱더 강하다.이범헌 화백의 다채로운 화법은 우리가 세상의 관찰자이자 구성원으로서의 각기 다른 ‘관점’과 ‘존재’를 스스로에게서 찾는 것에 대해 표현한다.그의 화법을 가장 독특하고 도드라지게 만들어 주는 것은 하트 모양의 표현에 있다.작품 속 하트 모양들은 마치 캔버스 위에 잔잔하게 빛나며 불투명한 추상적 상징성을 띤다. 너무 두껍거나 과하지 않게 표현된다.오히려 만나지 않을 듯한 선들이 마치 노래하듯 만나 하트 모양을 이루는 곡선을 희미하게 형성한다.이러한 화법은 우리가 그가 표현한 하트 모양 모티프를 보고 로맨스, 사랑, 애정의 맥락을 가장 먼저 떠올리지 않게 한다. 우리는 하트의 윤곽을 바라보며 우리의 인식을 중심화하고 구조화한다.우리가 세상에 ‘존재’하는 것에 우리가 가지고 있는 역사적 배경과 환경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이범헌 화백의 작품들의 하트모양 모티프는 전경과 배경, 주제와 사물을 이어준다.이로써 무질서하게 뻗어나가는 철쭉으로 묘사된 인류는 각자의 ‘환경’ 속에서 하나를 이루는 존재로 나타난다.

 

벤지 수 알렉산더 / 예술평론가, 철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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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230328-이범헌 초대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