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조·윤정선 시화展
사랑하리, 사랑하라
김세중미술관
2023. 3. 28(화) ▶ 2023. 5. 7(일)
서울특별시 용산구 효창원로70길 35 (효창동) | T.02-717-5129
http://kimsechoong.com
윤정선 作_푸른 새벽 밤_42.5x69.5cm_Acrylic on canvas_2006
김남조 시화선집 <사랑하리, 사랑하라>에 실린 작가의 글 - 2006, 랜덤하우스
사랑의 민감함과 순정성으로
사랑은 정직한 농사 이 세상 가장 깊은 데 심어 가장 늦은 날에 싹을 보느니
사랑은 인내와 기다림에서 자랍니다. 이때 바람 드세어도 꺼지지 않을 믿음의 등불을 밝힙니다. 그러나 때때로 “사랑은 귀한 능력, 내겐 그 힘이 없다”고 비통하게 고백하면서 허약을 자인하려 합니다. 그렇긴 해도 물러섬이 아니고 어느 동안 멈추었다가 다시금 가던 길을 이어 걸어갑니다. 사랑이란 쉬어가기는 하되 필연 가고야 마는 먼 여행길입니다. 그 사람이 존재하는 한엔 끝이 있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를 혼자 있게 해서는 안 된다고 우리 안의 가장 깊은 마음이 일념으로 줄곧 외칩니다.
피밭에 넘어진 그대 가시 숲을 헤매는 그대 혼자 있게 한 모두 내 탓이네
사랑을 읊은 시의 대부분이 위의 통념을 함께하고 있습니다. 그가 비록 강자나 부유자일지라도 사랑의 심정으로 바라볼 땐 위태하고 애처롭고 측은합니다. 심지어는 하느님을 대할 때조차 감히 가슴 저리게 애처로움을 절감할 수 있는 여기에 사랑의 민감성과 끝없는 순정성을 지적하게 됩니다. 이 책은 이른바 ‘사랑시화집’으로 만들어보자고 이경철 주간이 제안해왔고, 이에 젊은 여성 화가 윤정선 씨를 내가 초청함으로써 이루어졌습니다. 하지만 그 어떤 사랑의 시도 사실은 사랑에 육박하지 못한 미완의 습작시일 뿐입니다. 그러하기에 진실로 사랑은 인류의 영원한 화두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가 있기에 내 영혼을 스스로 귀중히 여김 이런 일이 그에게도 일어나기를
우리는 다만 이렇게 염원하고 기도합니다. 심지어 사랑이 아직 오지 않았거나, 왔으되 자취 없이 지워졌다고 여겨지더라도 그 부정 속에 사랑의 열망과 신뢰는 살아 있는 순열한 불씨이곤 합니다. 때문에 삶, 아니 우리의 출생부터가 신의 축복이며 한없이 귀중하고 고마운 것입니다. 우리 모두 살아가면서 이 말에 공감하고 찬동하리라고 나는 확신합니다.
2006년 10월 김남조
윤정선 作_걷다가 2006_Acrylic on canva_42.5x69.5cm
윤정선 作_주홍빛 잔상 2005_Acrylic on canvas_53.0x45.5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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