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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들 세상 展 - 불안, 오인오색五人五色
고은주 · 김정옥 · 남빛 · 송지은 · 안종임
아트스페이스퀄리아
2023. 3. 23(목) ▶ 2023. 4. 4(화) 서울특별시 종로구 평창 11길 41 | T.02-379-4648
고은주 作_나비부_45x45cm_비단에 석채_2022
지난 3년, 세계는 코로나로 인해, 인류사이래 처음으로 지구인들은 정보매체를 통해 시시각각 전해지는 지구인들의 고통, 죽음을 보면서 죽음의 공포에 떨면서, 주거와 이동의 제한하에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익명으로 살았고, 르네상스에 이르러 중세의 신본神本대신 인본人本을 택하면서, 중세와 달리 예술가들은 과학자의 길과 명예를 택한 결과, 산업혁명, 현대과학의 발달로 지구인들이 누린 편리함, 이익을 추구한 풍요는 거대한 자연재해와 전쟁, 기아로 돌아와 지구인들을 괴롭혔다.
김정옥 作_유리. 물. 일렁_61x89cm_장지에 먹_2022
이번 전시의 다섯 한국화 여성 작가들은 한국에서의 여성으로서, 그리고 어려운 현 상황을 반영하여 ‘나’ ‘우리에 시각이 집중되어 있다. 이들의 작품도, 전통 문인들처럼 화의畫意에 의했지만, 시대적 불안은 오인오색으로, 내용도, 표현 방법도 다르다. 남빛과 김정옥은 전통 수묵화로, 고은주와 안종임은 채색화로, 송지은은 채색벽화로 그리면서도, 자신의 화의인, 강한 불안의 표현 방법은 모두 동양의 수묵화, 채색화 전통, 즉 여전히 ‘전통적인 형形에 의한 전신傳神’ 방법으로 색과 형에 의거하고 있다. 고래로 동북아 수묵화의 특징은 명말明末까지 전승된, 당唐, 장언원張彦遠의 ‘서화용필동원書畫用筆同源과 왕유의 ‘수묵선염’이요, 중첩이다, 수묵 용필은 농담과 속도, 비수(肥瘦), 힘, 선염으로 작가의 대상의 인식상 중시하는 점과 입체감의 표현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수묵화의 경우, 수묵의 특징인, 중요한 인식을 용필의 속도, 비수, 힘을 가진 선線보다 대상의 질감 표현과 그것에 필요한 농담, 배채, 중첩이 사용되고 있다. 남빛은, 뒤에서 배채를 한 후, 앞에서 먹의 흔적이 표피의 세계로 표현되는 농묵濃墨의 중첩을 통해, 잎새 하나 달리지 않은 어지러운 줄기만의 거대한 겨울 나목 한 그루를 극화極化함으로써, 현 상황하에서의 40대, 여성작가로서의 미래와 모성과의 힘든 경계를 강렬한 흑백 대비로 나타내는데, 그 엄중함은 여백조차 그 긴장을 줄이지 못하고 있다. 김정옥은, 예를 들어, 지상의 모든 존재는 빛과 타자가 없으면, 자신을 볼 수 없고, 물, 유리, 물에 비친 모습을 보고 자신을 이해할 수밖에 없는 존재이므로, 존재와 존재를 보게 하는 것의 관계에 주목하면서 존재를 알아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전통적인, 여백의 바다나 강물 대신, 물에 수묵이 가미되어, 비유로 현 상황의 위중함을 전하고, 일렁이는 바다나 강, 즉 ‘물’에서 하나 하나가 자유로이 노닐어야 할 물고기들이 곧 죽음을 예고하는 ‘유리’ 수족관 속에 쌓여 있으면서, 죽음을 앞둔 물고기를 선염渲染과 정세한 표현으로 대상을 알아가는 한편, 생명성을 강조함으로써 생사(生死)의 극적인 대비를 통해 현 상황을 극화함으로써, ‘그 생사生死에 대해 어쩔 수 없음’이, ‘마치 우리같음’이 우리의 불안을 가증시키고 있다.
남빛 作_개와 늑대의 시간I_145.5x112cm_한지에 먹_2019
송지은은, 일찌기 플라톤이 인생을 ‘죽음에로의 길’이라고 했고, 부처님은 인간의 가장 큰 고통을 사고(四苦, 생노병사生老病死)라고 했듯이, 죽음[死]은, 예정된 것임에도, 특히 부모, 자식의 경우는, 인간에게 가장 큰 슬픔이다. 작가는 자신이 진도에서 본 화려한 장례 형식에서의 꽃상여와 상여의 부속물인 저승길로의 인도자인 인물상, 혹은 동물과 식물의 형상인, 극채의 목우木偶 꼭두를 보고, 전통 산수화나 화조화에서 장엄으로(금벽金碧산수화), 또는 아름다운 화조화의 구륵전채鉤勒塡彩로 우리를 위로하던 채색을, 역설적으로 사용하여 붓질 하나, 색 하나하나가 아름답고, 정성스러운 극채색의 장례 행렬을 준비한 결과, 망자亡者에 대한 위무와 좋은 곳으로의 천도를 기원하는 ‘어머니의 죽음의 마지막 여정’을 창안하였다. 그러나 이들 요소는 작가의 상상력에 의한 크기와 배열이다. 위태위태한 큰 버섯 위에 장대한, 아름다운 궁전들처럼 우리가 그 앞길을 알 수 없지만, 실제보다 훨씬 큰 물고기가 자유로이 선도하고, 질서있게 그 길을 따라가며 호위하는 오리들, 주위의 의인화된 동식물 등을 통해 극락으로의 길이 안전하게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염원과 망자의 이승에서의 고단함에 대한 미안함과 위로, 안전과의 긴장감이 오히려 관자觀者와 작가에게 위로와 평안을 가져다준다.
2023.3.23 김기주(金基珠, 미학·미술사, 철학박사)
송지은 作_꽃길따라 두둥실_176.5x44cm_화판에 마대천, 황토, 석채, 24K금박_2022
안종임 作_사유의 공간(A Space of Thoughts)_260.6x648.8cm_장지에 채색_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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