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의 공간 : 정신적 영역으로 열어가는 비움 展

Reflective Space : Void Towards The Realm of The Mind

 

김인겸 · 김동형 · 정민희

 

 

 

비비안초이갤러리 청담

 

2023. 3. 16(목) ▶ 2023. 4. 14(금)

서울특별시 강남구 도산대로 85 길 30, 2F | T.02- 2088 3566

 

https://vivianchoigallery.modoo.at

 

 

김인겸 作_Space-Less_Acrylic Ink on paper_39x54cm_2015

이미지 제공: VIVIAN CHOI GALLERY 비비안초이갤러리

 

 

“저는 작품의 영혼성에 대해 관심이 있습니다. 작품에서 육성이라는 것은 장식성이라든가, 어떤 모양, 표피적인 미감 등의 요소를 말할 수 있습니다. 저는 가능한 이러한 요소들을 내려놓음으로써 육성을 제거해버리면 남는 것이 정신성, 영성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물질은 유한한 것이고 정신은 무한한 것이니까, 저는 유한한 것에서 무한한 것으로 가는 이러한 세계에 관심이 있습니다.” 김인겸 (1945 - 2018)

비비안초이갤러리는 2023년 3월 16일부터 4월 14일까지 《사유의 공간 : 정신적 영역으로 열어가는 비움 (Reflective Space : Void Towards The Realm of The Mind)》 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예술 행위란 무엇인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에서 시작되었다. 작가 김인겸은 무언가 새로운 형태를 만든다는 의식에서 벗어나 이미 만들어진 것을 발견함으로부터 그의 작업이 시작된다고 말한 바 있다.

“오랜 시간 동안 햇볕에 그을리고 비바람에 할퀴어져 버려진 합판들을 수집해 깊이 멍든 곳은 도려내고 치유될 만한 곳은 태워 다듬으면서 내 작품 속으로 끌어들이기 시작했다. 쓰레기장으로 나갈 수밖에 없는 버려진 것들로부터 새 생명이 심어지는 고통 속에 다시 생생하고 당당한 하나의 작품으로 탈바꿈되는 모습을 보며 마치 구원을 받은 한 생명을 대한 듯 기쁜 감동을 느낀다” 김인겸 (1945 - 2018)

 

 

정민희 作_Discover-garden space #48_Acrylic on canvas_60.6x72.7cm_2023

Courtesy of Min Hee Jung Studio 이미지 제공: VIVIAN CHOI GALLERY 비비안초이갤러리

 

 

김인겸 작가는 “작품은 남기는 데 의의가 있는 것이 아니고 추진해가고 있는 작가의 정신적인 움직임과 판단, 행위 자체에 중요한 가치가 있다”고 믿었기에 작업의 시작과 과정을 중요시 했다. 이번 전시, 《사유의 공간 : 정신적 영역으로 열어가는 비움 (Reflective Space : Void Towards The Realm of The Mind)》 의 참여 작가 김인겸, 김동형, 정민희는 작품 창작 자체에 의미를 두기 보다 이미 존재하는 것을 새로운 시선으로 보고 새로운 가치를 불어 넣어 작품의 물질적 영역을 넘어 자기 성찰이라는 정신적 영역으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작품 창작의 의미를 찾는다.

1995년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대표 작가로 선정되었던 작가 김인겸은 1996년 한국 작가 최초로 파리 퐁피두 센터 아틀리에 입주 작가로 초청받았다. 조각가인 김인겸은 파리에서 철재 등 작품 재료를 구하는데 제약을 느끼고 이 시기에 스퀴지를 이용한 드로잉 작업을 시도하며 작품세계를 확장하는 새로운 변화를 이끌게 된다. 화면 위를 넓은 붓이 빠르게 스치듯 완성된 김인겸의 드로잉은 부드러운 고무 재질의 스퀴즈로 종이에 완성한 작품이다. 작가 특유의 평면 조각을 2차원의 종이에 옮겨 놓은 듯 평면 위에서 투명하고 맑은 공간을 표현하는 김인겸의 드로잉은 공간의 전통적인 개념을 벗어나는 것부터 시작한다. 평면의 고무판으로 종이를 훑어감으로써 넓은 색면이 화면 위에 형태를 구성하는 방법으로 완성되는데 자유로우면서도 단아한 절제미를 보인다. 작품 제목인 ‘Space-Less’ 는 공간 개념을 없앴다는 것이며 조각이 지닌 물성, 입체성, 공간성을 동시에 초월해보려는 작가적 신념을 상징하는 것으로 무한성(無限性) 과도 통한다. 평면 위에 투명하고 밝은 공간을 표현하는 김인겸의 드로잉은 2차원의 평면 위에서 면의 분할로 공간을 창출하며 초공간적인 새로운 감각을 제시한다.

 

 

정민희 作_Discover-garden space #27_Acrylic on canvas_91x116.8cm_2022

Courtesy of Min Hee Jung Studio 이미지 제공: VIVIAN CHOI GALLERY 비비안초이갤러리

 

 

2017 도솔미술대전 한국화 부문 대상을 수상한 김동형 작가는 오래된 건축 벽면에 남은 균열이나 혹은 녹슨 현상들을 통해서 세월의 흔적이 건축 벽면에 축적된 이미지를 재해석하고 확장하여 자연과 인위의 관계에 대한 작가의 사유를 작품을 통해 표현한다. 유년 시절 건축 일을 하는 아버지의 영향으로 건축 현장을 접한 김동형은 건축물의 외벽이나 내벽의 도면에 주목하고 그 안에 저절로 새겨진 흔적에서 느끼는 작가의 심상을 작품에 담아낸다. 김동형 작가는 인위적 재료인 아크릴릭필러와 같은 건축용 자재를 사용하여 먼저 캔버스에 질감을 조성한다. 그 위에 자연의 재료인 한지를 덮어서 거친 질감을 중화시키고 선긋기를 반복하거나 여러 겹의 색 층을 올린다. 이후 작가는 흰 물감으로 작업의 모든 과정을 지우는 수행을 반복하는데 작품 창작의 인고의 과정을 흰 색으로 덮어가며 이미 그린 그림을 다시 지우는 행위는 역설적으로 작품을 완성하는 하나의 과정이 된다. 작품을 그리고 다시 지우는 모순된 방식은 김동형 작품의 근본적인 논리를 대변한다. 세월의 흐름으로 마모되고 해체되어 질감과 물성만 남은 건축 벽면의 흔적을 통해 작가는 인간의 인위적 노력이 자연의 이치에 순응하는 과정을 시각적으로 표현한다.
작가 김동형의 작품에서 눈길을 끄는 요소 중 하나는 뚜렷하게 정의할 수 없는 모호한 색감이다. 확연한 색감의 표출보다는 미연의 여백으로 작품을 완성하는데 동양화를 전공한 김동형은 동양화의 대표적 특성인 여백을 ‘지우는 행위’를 통해 표현한다. 칠하고 지우기를 반복하면서 생성되는 모호하고 중성적인 색감은 미지의 여운과 울림을 남긴다. 감추면서도 드러내는 이중성과 비우면서도 충만하게 채우는 순백 (純白)은 지나온 모든 과정이 원점으로 돌아가는 순환적 삶을 연상시키며 물질과 정신, 동양 철학의 전우주적 (全宇宙的) 시각을 전개한다. 홍익대학교 동양화과 석사, 단국대학교 동양화과를 졸업한 김동형 작가는 고양어울림누리 어울림미술관 개인전, 강릉시립미술관 단체전을 비롯하여 국내 유수 미술관과 갤러리에 초대되어 전시하고 있다.

 

 

김동형 作_Equilibrium#200518.53(Re-touch ver.)_Hanji, mixed media on canvas_60.6x72.7cm_2020

Courtesy of Kim Dong Hyung Studio 이미지 제공: VIVIAN CHOI GALLERY 비비안초이갤러리

 

 

2022년 겸재정선미술관의 ‘겸재 내일의 작가상’을 수상한 정민희 작가는 ‘붓질’ 이라는 근원적 예술 행위를 기반으로 작가가 삶 속에서 겪은 심리적 경험들을 자유분방한 붓질과 강렬한 색의 에너지로 표출한다. 작가 정민희의 작품은 자본주의 사회 구조 속 일상생활에서 겪게 되는 소외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의 시각적 표현이다. 철학자인 앙리 르페브르 Henri Lefebvre 는 ‘일상의 공간’이란 소비 자본주의에 의해 전유된 공간이며, 현대인에게는 기술 문명과 소비적 특성에 의해 끊임없이 불만과 불안의 상태에 놓여있는 소외의 공간임을 설명한다.

정민희 작가는 소외의 공간 속에서 불안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사회적 관계와 구조가 공간적으로 어떻게 해석되는지 관찰한다. 관찰은 ‘산책하기’와 ‘수집하기’의 행위로 이어지는데 작가는 인위적 자연, 즉 도시 공원의 숲에서 보이는 자연의 패턴을 수집한다. 그 패턴은 일정한 듯 하지만 무질서하고 연결된 듯 보이지만, 도시라는 제한된 생태계에서 끊어지게 된다. 숲 속에서 발견되는 틈과 연결되고 끊어지는 지점에서 반복적으로 보여지는 자연의 패턴을 힘찬 붓질로 캔버스에 담아낸다. 정민희 작가는 이 행위를 ‘실천’ 이라고 표현하는데 익숙하게 살고 있는 공간에서 낯설게 다가오는 것들을 새롭게 발견하고 찾은 비(非)-일상의 공간은 외부적으로 발생되는 소외와 그로 인한 불안을 극복하게 한다고 설명한다.
“자본주의 사회구조 속에서 만들어진 모자란 자연을 가지고 확대하고 축소하며 정원을 가꾸 듯 가상의 정원 공간을 만들어 낸다. 이 사회 구조 속에서 ‘쓸모’란 무엇인지, 작가로서 ‘작품’을 만들어 내는 것이 과연 쓸모 있는 행동인지 그리고 그 쓸모를 위해 희생당하고 소외되고 버려지는 것들의 쓰임새를 다시 생각한다. 불안의 현실 속에서 쓸모 있는 것과 없는 것들 사이에서 무언가를 찾는 행위를 계속해 나간다.” 정민희 작가 노트 中
정민희 작가는 한성대학교 동양화과 석사, 한성대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하였으며 겸재정선미술관, 세종문화회관, 서진아트스페이스, 인천문화예술회관 등 국내 유수 미술관과 갤러리에서 다수의 개인전 및 단체전을 개최하였다.

 

 

김동형 作_EQ220518.131_채워지는 비움_Hanji, mixed media on canvas_60.6x72.7cm_2022

Courtesy of Kim Dong Hyung Studio 이미지 제공: VIVIAN CHOI GALLERY 비비안초이갤러리

 

 

“그림에서 그리는 것도, 표현하는 것도, 지우는 것도 모두 표현” 이라고 했던 김인겸 작가의 말처럼 이미 존재하는 것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새로운 가치를 불어 넣은 김인겸, 김동형, 정민희 세 작가의 3인전 《사유의 공간 : 정신적 영역으로 열어가는 비움 (Reflective Space : Void Towards The Realm of The Mind)》 을 통해 관념화 된 틀을 지워내는 만큼 작품을 폭넓게 이해할 수 있음을 느껴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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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230316-사유의 공간 : 정신적 영역으로 열어가는 비움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