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진 展

 

하루살이 상상화

 

심연 꽃무리_틀 없는 린넨에 아크릴, 연필, 펜, 글라스데코, 종이 잘라 붙이기_167.5x366cm_2023

 

 

오재미동 갤러리

 

2023. 3. 4(토) ▶ 2023. 4. 1(토)

서울특별시 중구 퇴계로 지하 214 (충무로역 지하1층 개찰구 안) | T.02-777-0421

 

www.ohzemidong.co.kr

 

 

혈관 꽃_종이에 쪽물, 그 위에 목판화, 모노타입, 트레이싱지 잘라 붙이기, 아크릴, 연필, 글라스데코_

54x39cm_2023

 

 

2022년 12월 16일, 베를린에 있는 한 호텔의 거대한 원통형 수조가 깨졌다.
급작스러운 폭발, 펑 깨지는 소리, 터져 나오는 물줄기가 한꺼번에 펼쳐진다.
물줄기를 뚫고 공기를 헤엄치니 생전 느끼지 못한 바람이 비늘에 쓸린다.
유영하며 추락한다. 온몸에 유리 파편이 박히고 불이 붙은 듯 뜨거운 희열이 차오른다.

사람이 아닌 다른 무언가로 태어나고 싶을 때가 있다.
내가 아는 모든 것을 버리고 새롭게 채우고 싶을 때. 그러면 나는 어떤 세계를 상상한다.
그 어떤 법칙도 필요하지 않은 세계가 있다. 강자도 약자도 없고 삶과 죽음, 빛과 어둠도 없다.
물질도 정신도 없다. 부재의 시공간에 당신과 내가 합쳐진 상상이 피어난다.

나에게 빈 대지(종이나 천)는 상상이 실현되는 땅이다.
선을 긋고 색을 칠하면 어떤 형상이 나타나고 그것을 무엇이라 칭하면 “그 무엇”이 마음껏 될 수 있다.
소소하면서도 오만하며 약속된 답이 없는 그림의 성격이 재미있다.

물감을 흘리고 뿌리고 찍고 문지르는 등의 우연적인 표현기법으로 배경을 만들고,
그 효과에 기대어 종이를 잘라 붙이고 드로잉을 얹어나간다.
의도하지 않은 형상에 곡선과 점을 채워나가면 작은 생명들이 나타난다.
이들은 제각각 가시, 섬모, 더듬이, 날개, 뿔, 지느러미를 달고 있고 모공과 기공을 통해 포자, 씨앗을 퍼뜨린다.
세상의 모든 생명체가 몸 안팎의 작디작은 기관으로 연결되어 삶을 공유하고 있다는 상상은 아름답고도 낭만 어린 착각이다.
나는 기어이 착각에 빠져 그림으로 생의 감각을 살려내는 하루를 이어가고 싶다.

 

 

줄기 벌레_종이에 쪽물, 그 위에 목판화, 모노타입 잘라 붙이기, 수채, 아크릴, 연필_49x39cm_2023

 

 

혓바늘 잔디_Fabriano 종이에 잉크, 그 위에 목판화 잘라 붙이기, 아크릴, 연필_56x50cm_2023

 

 

Melancholic Flowers 5_BFK Rives 종이에 마블링, 수채_76x55.5cm_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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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230304-이유진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