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철 展

 

원 위에 숨

 

 

 

가나아트 보광

 

2023. 3. 3(금) ▶ 2023. 3. 19(일)

서울특별시 용산구 보광로 42 (보광동, 중소기업은행) | T.02-395-5005

 

www.ganaart.com

 

 

Untitled 2022_white porcelain clay, celadon glaze_30.5(d)x2.5(h)cm

 

 

가나아트는 백자토로 만든 서정적이고 섬세한 형태의 도자에 불을 밝힌 설치 작품으로 호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김성철(b. 1980)의 개인전을 개최한다. 김성철의 작품은 바티칸 교황청, 아모레 퍼시픽 미술관, 서울대학교 박물관 등에 소장되어 있으며, 그가 2022년부터 심혈을 기울여 완성한 다수의 신작이 《원 위에 숨》 전시에 공개된다. 가나아트는 재료의 물질성, 작가의 내면에서 메아리치는 다양한 이미지, 삶의 에너지를 시각화한 이번 전시의 결과물을 통해 김성철의 작품에 드러나는 조형적 미학과 가능성을 조명하고자 한다.

‘호롱’은 기름을 채워 불을 밝히는 등잔(Oil lamp)으로, 인류가 정착 생활을 시작한 아득한 과거부터 어두운 공간을 밝히는 실용적인 목적으로 제작되었다. 국내에서는 조선 후기 도자기로 만든 작은 종지형 등잔이 사대부 계층에서 유행했으며, 이는 19세기 말 석유가 국내에 수입되면서 심지뽑이 뚜껑이 있는 등잔의 형태로 변모했다. 이처럼 시대와 문화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자리 잡은 호롱은 오늘날 그 기능을 잃고 장식적인 오브제로 전락했다. 하지만 호롱은 본래의 실용적 목적이 사라진 과거의 산물이면서도, 오랫동안 빛의 환영으로 사람들을 매료시킨 사물이다. 작가가 호롱에 주력하게 된 시발점은 유년기에 집에서 발견한 오래된 사기 등잔이었다. 투박하지만 결코 흉내 낼 수 없는 시간의 흔적이 남아있는 표면의 질감과 호롱의 오묘한 내부 구조는 작가의 기억에 선명하게 남아있었다. 김성철은 이러한 사물에는 만든 이의 심상과 더불어 그것을 사용한 이의 개인적인 이야기와 숨결이 잔재한다는 사고방식을 작품을 통해 내비친다. ‘원 위에 숨’이라는 전시명이 은유하듯, 김성철의 영감의 원천이 된 둥근 호롱은 사람들의 들숨과 날숨에 따라 흔들리는 다채로운 빛의 환영을 선사한다. 이에 가나아트는 관객이 좁은 창과 문을 통해 작품을 관찰하도록 유도하는 전시 구성을 통해 호롱의 불빛이 만들어내는 공간감을 시각화하고자 한다. 이로써 관객은 마치 오래된 집이나 성전에 발을 디딘 듯한 감각을 느끼게 된다. 또한 삼각형 또는 육각형으로 놓여진 구조물은 주변의 빛을 차단하여 오롯이 작품에 집중하도록 함으로써, 작가가 구축한 정서적인 세계와 관객이 서있는 실제 공간을 구분 짓는 동시에 연결시키는 매개물로서 자리한다.

 

 

Untitled 2022_white porcelain clay, manganese glaze_32(d)x2.5(h)cm

 

 

이처럼 김성철의 작업 세계에서 호롱은 오래된 기억과 삶의 표상으로, 작가는 호롱의 기능적인 가치를 판단하는 대신 오랫동안 우리의 삶의 공간을 밝혀온 사물에 담긴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작가에게 처음으로 영감을 주었던 오래된 호롱을 원형으로 하여 제작된 본 전시의 출품작은 신형 등잔, 즉 액체 연료를 담는 몸체와 심지뽑이 뚜껑으로 구성된 호롱의 형태를 단순화하여 부드러운 곡선과 원형이 주를 이루는 것이 특징이다. 모든 단계가 수공으로 이뤄지는 김성철의 작업 과정은 달항아리의 성형 방식처럼 상하부를 동일한 형태와 크기로 물레 성형한 뒤 이를 하나로 결합한 것이다. 또한 김성철의 작품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 작고 가느다란 심지뽑이는 정교한 물레성형 기법의 극치를 보여준다. 조각의 전통적인 자연 소재인 흙을 바탕으로 작가는 유약이 번지거나 흘러내리며 만들어내는 효과와 독특한 질감 표현을 통해 독자적인 조형 언어를 선보이고 있다. 아울러 본 전시의 출품작들은 기존 작업의 정형화된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몸체에 뚜껑, 손잡이, 굽 등을 ‘덧붙이기(조립)’하며 다양한 형태변형을 꾀한 결과물이다. 마치 버섯이나 균류가 성장하는 풍경을 연상시키는 해당 작품들은 작가의 유희적 감각과 판타지적 상상력이 가미된 모티브로서, 유기적인 형태가 자유롭게 결합하여 전형적인 호롱의 형상에서 거듭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이처럼 이번 전시의 다양한 도자기를 통해 투명유, 결정유, 청자유, 망간유 등 유약의 사용과 형태에서 변화를 시도하며, 작업에 새로운 장을 열고 있다. 이번 전시가 실용적 기능을 넘어서 하나의 조형물로서의 미학적 가치를 지닌 김성철의 작품을 재발견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

 

 

Untitled 2022_white porcelain clay_4.5(d)x7(h)cm

 

 

Untitled 2022_white porcelain clay_5.5(d)x7(h)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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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230303-김성철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