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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수 展
푸르고 푸른 - 산조
산조2232_161x130cm_캔버스에 채색_2022
2023. 3. 1(수) ▶ 2023. 3. 26(일) 서울특별시 종로구 인사동길 32 | T.02-733-4867
산조2302_161x130cm_캔버스에 채색_2023
푸르고 푸른 - 산조
- 늘 그대로 멈추어 있는 것 같지만 시간의 흐름에 따라 메마른 가지에서 혹은 여전히 푸르른 가지에서도 또 다시 푸르고 새로운 것들이 계속 생겨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내 몸을 비롯한 온 세상의 삶과 존재들은 새로운 것들을 계속 만들어내고 있다. 스스로 내부의 힘으로부터 밀어 낸 것이다, 이러한 힘은 어떻게 만들어지고 또 어떻게 외부의 그 무엇과 접촉해서 그 자리에 머무는지 알 수는 없으나 밀려온 만큼 어디론가 밀려난 것이 있다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그러므로 끝없이 채우려고 하는 우리들의 욕망 혹은 시간과 행위들처럼 존재하고 있는 한 계속 밀려오고 밀려나면서 평형을 이루게 되는 것이고 밀려난 것들은 지금 여기에 보이지 않아도 어딘가에는 있게 되므로 결코 사라지지 않는 것이다. 이처럼 세계 내에 존재하는 모든 사물들은 한시도 멈추지 않고 변화하고 있다. 그것들이 움직이며 만들어내는 변화들을 따라가면 결국에는 선이 되고 형상이 되었다가 다른 모습으로 끊임없이 순환하고 있음을 본다. 이러한 변화와 순환의 과정 속에 있는 우리들의 반응-삶의 단편들을 산조와 판소리에 배어 있는 가락처럼 드러내고자 하는 것이다.
산조2305_118x91cm_캔버스에 채색_2023
- 봄눈이 내리고 녹고 살갗의 긴장이 조금은 완화되었을 무렵 마루에 앉아 마당과 늘어선 산과들을 번갈아 바라보기도 하고 비질을 하고 서성거린다. 눈 녹은 물이 떨어지면서 살짝 얼고 녹음을 반복한 그 결과 조그만 구멍들이 추녀 끝 아래 줄지어 만들어지고 있다. 머지않아 이 구멍들 속에서부터 생명이 움트고 꽃이 피고 여기에는 사람들로 북적댈 것이다. 또한 천지는 온통 푸르러질 것이며 마침내 극성스럽던 어두움과 추위는 이들 속으로 숨어버리고 말 것이다. 가까운 곳에서 산을 보면 험난하기도 하고 웅장하고 감동적인 장면으로 보이지만 조금만 멀리서 보게 되면 혹은 길을 나설 때 좌우로 펼쳐지는 산들은 그저 가느다란 선들로 나지막하게 엎드려 움직이고 있다. 또한 바다위에서 바라볼 때에도 산들은 물과 하늘과 같은 선들로 층층이 쌓여 리듬감 있게 반복되고 있다. 안반데기. 말로만 듣던 이곳을 직접 본 그때의 충격은 언어를 넘어서는 침묵 그 자체였었다. 가파른 비탈에 새겨진 밭고랑의 선들은 산들의 높낮이와 멀리 보이는 바다의 물결과 이상하리만치 닮아 있고 무수히 반복되고 있어서 마치 인식과 감각을 초월한 비현실적인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세계의 곳곳에도 이러한 흔적이 있지만 내가 자란 이 땅에서 면면히 이어져오는 생명들의 노고와 흔적이기 때문에 무한함과 숭고의 감정을 동시에 느끼게 되는 것이다. 여기 척박한 현실의 땅에서도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철따라 꽃들이 피어나고 새가 울고...이 곳에 살다가 떠난 수많은 사람들뿐만 아니라 나의 친구들과 그들의 가족들이 희로애락을 함께 하며 처절하게 어쩌면 아득한 상태로 살았을 것이다. 내가 그들을 떠 올리며 살아 있음을 느끼는 이 순간 또한 아득하기만 하다.
산조2306_161x130cm_캔버스에 채색_2023
- 부감적 시선 혹은 다시점과 이동시점은 공간의 깊이와 넓이에 대하여 무한히 확장하여 서술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즉, 일정한 시점과 초점 혹은 관점으로부터 벗어남이며 다가서는 것보다는 일정한 거리로 물러서는 것이다, 관조적 시선이 가능해지고 나아가 규정과 개념의 한계를 넘어서려는 시도이다. 그러므로 이 방법은 평면회화에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벗어나 자연과 인간과 그리고 사물들이 바글거리는 삶과 생명의 세계를 전체적으로 드러낼 수 있으며 이것과 저것을 동시에 드러낼 수 있는 방법이다.
- 바람이 먼지를 저편으로 씻어내듯이 시간이 기억을 씻어내듯이 시가 말과 글을 씻어내듯이 붓질과 비질이 모든 사물의 표면을 씻어낸다. 화면에 물감들이 쌓여진 만큼 씻어내려고 하는 것이고 씻어낼수록 처음의 그 무엇에 가까워진다. 조금 더 밝아지고 조금 더 명료해지고 조금 더 단순해지고 조금 더 담백해지는 것 같다. 씻어내는 것과 씻기어져가는 것들은 밀려오고 밀려나는 것들과 같이 서로 비벼대면서 그 속에서 양쪽 모두 조금씩 닳아가고 있는 것이다. 쓰라리고 아리지만 한 꺼풀씩 벗겨지고 나면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되는 것이다.
산조2308_161x130cm_캔버스에 채색_2023
최근의 나의 작업은 세계내의 모든 존재들과 인간들의 삶에 스며있는 변화와, 선과 색의 리듬들을 드러내는 것이다. 변화와 리듬은 어둠과 밝음, 불안과 위안, 이것과 저것이라는 것들의 위상에 관한 것으로서 궁극적으로 긍정과 밝음의 지점 혹은 환한 순간을 표현하고자한다. 때가 되면 온 세상이 또다시 푸르러 질 것이다. 그 푸르고 푸른 생명-우리 모두 살아 있음과 존재해 있는 것에 대하여 나지막하게 절을 하게 되는 것이다.
산조2314_118x91cm_캔버스에 백토,채색_2023
산조2315_91x72cm_캔버스에 백토,채색_2023
산조2318_72x61cm_캔버스에 백토,채색_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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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만수 | 李晩洙
1984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 졸업 | 1989 홍익대학교 대학원 동양화과 졸업
개인전 | 2022 - 리서울갤러리(서울) | 2020 - 동덕아트갤러리(서울) | 2019 - EDNA CARLSTEN gallery (University of Wisconsin-Stevens Point) | 2019 - L.A Artcore union center (U.S.A) | Proxyplace (L.A) | 2018 - 갤러리 담(서울) | 2017 - 그림손 갤러리(서울) | 2016 - P339 Gallery(NY, U.S.A) | 2015 - 강릉시립미술관 | 2015 - 갤러리 울(고양) | 2014 - L.A Artcore union center (U.S.A)
주요그룹 및 초대전 | 2022 - 사유하는 빛(안상철미술관) | 2022 – 멘토 멘티전(한원미술관) | 2021 - 광화문 국제아트페스티벌(세종문화회관 미술관) | 2021 - 현대 한국화의 길(한벽원미술관) | 2020 - Be Here Now(한벽원미술관) | 2019 - 현재를 바라보는 시선(강릉시립미술관) | 2018 - Nam Jun Park Hall(Korean Culture center, India) | 2017 - 멘토 멘티전(한원미 관) | 2016 - 광화문 아트 페스티발(세종미술관) | 2015 - 지금 여기(포항시립미술관) | 2014 - 마주보는 그림이야기(강릉시립미술관) | 2013 - 탄생(양평군립미술관)
현재 | 성신여자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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