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미영 展

 

 

 

갤러리 이즈

 

2023. 2. 22(수) ▶ 2023. 2. 28(화)

서울특별시 종로구 인사동길 52-1 | T.02-736-6669

 

http://galleryis.com

 

 

 

 

초록 담소

너는 나의 과거이면서 내 존재의 근거나 배경이기도 하고 나의 원인이며 이유이기도 한, 그러면서 그 자체로 하나의 객체적 결과이고 대상이기도 하지만, 또 한편 내 존재의 본향 같기도 하여 내 마음이 가 닿아야 할 곳 어디에 늘 너는 있었다. 나를 인식하면 할수록 너는 거기 어디에 있음이 점점 내 마음에 각인되었고 그러면서 너를 향한 나의 그리움은 내 안에 허기를 채우고 그 허기는 네게로 가는 길을 이어주는 자생적인 힘이 되어준다.
하여,너를 향한 내 존재의 의미는 차곡차곡 쌓이더니 이내 따스함을 품은 자리 혹은 공간을 이루어 내고 묵묵한 그리움은 나와 너를 통하게 하고 만나게 하고 마침내는 초록 초록 보드란 싹을 피워내는 것이다.

나란 존재를 이루는 본질적인 요소/원인/이유는 내가 소속되어 있는, 나를 포함하고 있는 나보다 더 큰 무엇인가로 이쪽과 저쪽이 관계 맺어져야 하는 한 가닥 실 자체로 그 시작이나 끝을 알 수 없지만 거기 존재하면서 어디에서부터인지 어디로 인지 어디까지인지 모른 채 풀어져 있고 이어져 있다.
그 실의 끝에 날실이 씨실을 만나고 씨실이 날실로 엮어지며 짜낸 이어짐은 뚜벅뚜벅 걸음을 담고 인연을 스치며 옷가지가 되기도 하고 가방이나 보따리를 이루기도 하고 옹기종기 집들이 모인 마을을 자리하기도 하며 지워진 유년의 기억마저 따뜻한 그리움으로 돌아오게 하고, 내가 찾고 헤매던 존재의 의미들도 그 속에 몸을 풀고 추위를 녹이고 허기를 채우는 치유와 충만의 공간이 되어 한 움큼 실타래는 삶을 이끌고 미래를 지어내는 시간으로 태어난다.

 

 

 

 

뜨개질의 입체감과 실체감이 그대로 전해지도록 뜨개것(뜨개질한 결과물)을 짜듯이 한 점 한 점 찍어가며 이미지를 완성하는 점묘법으로 치유와 희망을 불어넣으며 그 한 세계를 짓는다. 그리고 그 한 점 한 점이 한 땀 한 땀 뜨개질하는 손길을 그대로 담아낼 수 있게 끔 한지를 개고 거기에 가장 자연스러운 색의 물감을 입히는 방법을 찾아 내었다.화폭 안에 마치 호옵같은 한 점 한 점을 수없이 채워나가는 과정을 통해 긍정과 치유의 승화된 공간을 형상화하는데 주력하였다.

향수가 미지의 어떤 세계에 대한 동경에서 나오는 것이라면 그리움은 좀 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삶의 경험과 시간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삶이 치열하면 할수록, 무언가를 갈구할수록 더욱 애타고 간절하게 그 길을 구하게 하는 그런 내재적 힘이 생성될 수 있는 것이어서 어떤 부재로부터 시작되지만 주체의 현실에 대한 인식과 노력으로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자생력을 키워낼 수 있다. 그리움으로 옷을 짓고 집을 짓고 손바닥과 가슴에 새기 듯, 소담소담 체온을 나누며 치유의 세상을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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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230222-유미영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