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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하 展
Harmony2201-그해, 그날_72.7x100cm_Acrylic on canvas_2022
Harmony2222-찰나_182x112.1cm_Acrylic on canvas_2022
화면 위에 흐르는 일상의 음악적 풍경과 행복
내가 이세하 작가를 처음 조우한 것은 2017년 즈음, 군산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가원회 초대전 개막식에서였다. 그 당시 작품도 '하모니'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작가는 서양 고전음악에 깊이 매료되어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바이올린협주곡을 특히 좋아하여 캐나다에 체류할 때는 세계적인 연주자들의 실황 공연을 직접 듣는 기회가 많았다고 한다. 이는 그의 작품세계의 중요한 모티브이자 영감의 원천이 되었다. "내가 추구하는 미학의 기조는 'Harmony'이다"라고 작가노트에서 선언하듯 말할 정도로 작가의 하모니에 대한 사랑과 열정은 각별한 것이며, 그 이후 현재까지도 지속되고 있다.
음악은 추상이다. 구체적인 것을 추상적으로 표현하는 순수추상이다. 그런데 작가는 고도의 추상적인 음악을 구체적 형상을 추구하는 구상회화로 옮겨놓는 작업을 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화면에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바이올린, 바이올린브릿지, 커피포트, 벚꽃 나팔꽃 튤립 등 다양한 꽃들과 부안 앞바다의 솔섬, 해, 달, 자전거, 포도나뭇잎 등 주변의 일상적인 사물들을 재구성하여 일상적이지 않은 환상적, 비현실적 공간으로 재탄생시키고 있다.
Harmony2203-익산의 기운_132x162.2cm_Acrylic on canvas_2022
작가는 바이올린과 벚꽃, 자전거 등 서로 연관이 없는 사물들을 한 화면에 배치하였는데도 전혀 어색하지 않고 잘 어우러진다. 이는 초현실주의자들이 사용했던 떼뻬이즈망dépaysement 기법과 유사하기도 한데, 적당한 면 분할과 바다 위 솔섬을 멀리 잡고 검은 실루엣으로 처리하여, 화면 중앙을 비우는 시원한 공간구성을 보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한 톤다운 된 그러나 어둡지 않은 밝고 부드러운 색채는 평화로운 일상과 잘 조화를 이루고 있다.
작가는 음악은 물론 문학에서도 작품의 소재를 가져온다. 한동안 2차원 평면 위에 '하모니'의 세계를 반복되는 색상과 소재의 변주로 보여주더니, 2020년엔 전시장에 직접 바이올린을 오브제로 쌓아놓는 설치미술 installation을 선보인다. 상처 입어 붕대를 감은 바이올린이 흩어져있기도 하고, 작품 <Harmony2010-데미안>에서는 "더 큰 세계를 위해서는 알에서 깨어나야 한다"는 헤르만 헷세 소설의 한 구절을 연상시키는, 알과 같은 흰 막을 뚫고 나오는 바이올린의 모습을 연출하는데 이는 더 큰 세계를 위해서 지금의 상황을 벗어나 날고 싶어 하는 작가의 욕망, 의지를 잘 드러내 보여준다. 작품<Harmony2060-심포니>에서는 지구라는 행성에 끈으로 묶여있는 바이올린 무리들이 허공을 향해 새 떼처럼 힘차게 날아간다. 이쯤 되면 이제 바이올린은 단순한 악기를 넘어 스스로 음악이 되어 모든 사람들에게 아름다운 하모니를 들려주고 싶은 작가 자신이라고 할 수 있다. 작품<harmony- 날다>에서는 드디어 바이올린 양쪽 어깨에 흰 날개가 눈부시게 돋아나 있다. 날개를 달고 마침내 작가는 우주 천체 가득 빛을 발광하는 별, 행성을 발견한듯하다. 작품<하모니-2012>.
Harmony2204-Now_Acrylic on canvas_2022
최근 일련의 작품들을 살펴볼 때, 암울하던 20대 작가의 고독과 상처가 이젠 치유가 되었다고 보여 진다. 치유가 되어 건강해진 작가는 직접 배를 만들고 거대한 작살을 깎아 -작품<Harmony2084-노인과 바다>- 넓은 바다로 모험을 떠난다. 예술가라면 누구나 꿈꾸는 자유롭고 싶은 욕망을 형상화 시키는 과정에서 그동안 평면 회화에서는 완전히 표현할 수 없었던 잠재된 에너지와 갈증이 설치작업을 통해 폭발한 듯 보인다.
작가노트에 밝혔듯이 젊은 시절에 섭렵한 문학작품들은 작가의 발걸음에 위로와 용기를 주었고 그 속엔 항상 바이올린 선율이 함께하고 바이올린은 작가에게 따뜻한 위로이며 삶을 행복하게 하였다. 끊임없이 변화를 시도하는 작가의 아직 가지 않은 길을 지켜보며, 2022년 봄 작업실 이전 이후, 아직 세상을 접하지 않은 이번 전시에서 만날 작품을 기대하며, 나는 설렘을 감추지 못한다.
화가 최예태
Harmony1894-녹두꽃이 피었다_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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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물을 끌어당기던 달의 힘이 감지되던 그해 그날 이후도, 꽃은 피고 지고, 우주의 질서는 여전히 흐트러짐 없다.
찰나의 자작소리를 붙든다. 아름다운 시절도, 혁명의 그날도, 현실로 다가온 멸망의 한 조각을 순응하며, 불협화음을 조율하는 작가의 연주는 오늘도 멈추지 않는다.
- 작가노트 중에서 -
Harmony2299-조율 중
Harmony2022-그 때
Harmony2022-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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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세하 | Lee Seha
Homepage | www.seha.artko.kr E-mail | lee-seh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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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메일에 등록된 모든 이미지와 글은 작가와 필자에게 저작권이 있습니다. * vol.20221224-이세하 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