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준호 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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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일호
2022. 11. 30(수) ▶ 2022. 12. 6(화)
서울특별시 종로구 삼청로 127-2 | T.02-6014-6677
www.galleryilh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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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약 반세기 전 백남준은 자석의 자기장을 이용하여 TV의 영상을 의도적으로 조작하여 티비에서 출력되는 이미지를 왜곡시켰다. 물리적인 간섭으로 가상세계속의 우상을 공격하고 전복시키려 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선구적인 예술가의 공격을 비웃기라도 하듯 가상세계는 여전히 그 세를 무한히 확장해가며 거대한 비현실 속의 영토를 이용하여 현실에까지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하지만 백남준이 보여주었듯 찰나의 순간 속에서 영원히 견고할 것 같은 이미지들은 매우 연약하고 물렁한 이면을 가지고 있다. 출력시스템에 대한 약간의 물리적 간섭, 명령어의 작은 실수, 시스템 상의 사소한 허점하나에도 마치 파쇄기에 출력물이 잘려 나오듯 이미지는 파괴되고 붕괴되기 시작한다. 우리가 현실과 분간하지 못할 정도로 철석같이 믿고 있는 이미지의 연약하고 취약한 본질이 여실히 드러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연약한 이면에는 어떠한 아름다움이 도사리고 있다. 나의 작업은 신기루 같은 이미지의 가죽 바로 밑에 자리하고 있는 근육과 혈관들을 드러내는 과정을 담아내는 것에 있다. 이미지에서 파생된 색으로 이루어진 무질서한 수평선이나 바코드, 기하학적인 도형들의 불규칙한 나열들을 이용하여 나타낼 수 있는 수많은 패턴의 조합들은 추상화의 그것만큼이나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품고 있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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