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연 展

 

The scene of my mind

 

 

 

갤러리 도스

제2전시관

 

2022. 11. 29(화) ▶ 2022. 12. 5(월)

서울특별시 종로구 삼청로 7길 37 | T.02 737-4678

 

www.gallerydos.com

 

 

The scene of my mind_92x165cm_collage, (mixed media), digital print_2022

 

 

연극적(演劇的) 인생

어느 날 나는 인생이 TV드라마나 연극처럼 잘 짜인 각본에 의해 움직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들었다. 인간의 삶은 어쩌면 개인이 만들어 가기도 하지만 자신도 알 수 없는 극적(劇的) 대본의 흐름대로 사는 것은 아닐까?

그렇게 우리 삶은 연극무대에 걸어 들어오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어떤 자가 주인공인지 나와 인연이 될지 모른 채 많은 사람과 무대에서 스쳐지나가기 마련. 기나긴 러닝타임 중에서 대부분 그 과정을 반복하며 살아가고 있다.
처음 겪는 일을 마치 이전에 했던 것 같은 이상한 기시감을 느끼며 이 대본에서 벗어나려 하지만 그럴 수 없다. 예정되어 있던 ‘나’라는 연극을 완성시키기 위해 수많은 복선이 깔려 있는 것처럼 이 단단한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래서 그런가? 나이를 먹으며 나 이외의 사람에게 눈길이 간다. 때때로 다른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무관심으로 가장하거나 혹은 스스로 다가가 알아보고 싶기도 하다. 저 사람만의 연극은 어떤 식으로 짜여있는지, 어떤 대본이 저 사람을 이끌어갈지 자못 궁금하다.

‘아무것도 없는 빈 공간을 그것을 빈 무대라 불러 보기로 하자. 어떤 이가 이 빈 공간을 가로지르고 또 다른 누군가가 그것을 지켜보고 있다면 이것만으로도 하나의 연극 행위로서의 구성 요건은 충분하다.’ 피터 브룩 Peter Brook의 저서 「빈 공간」중에서

연극 연출가 피터 브룩은 '빈 공간(Empty Stage)'이라는 개념 자체에 텅 빈 무대를 배경으로 하며 보는 사람 저마다의 공간을 만들어 연극적 상상력을 확장할 수 있다고 했다. 여기에 상징화된 사물들이 들어서면서 관객의 상상력은 극대화된다. 그는 연극과 삶에 대한 넓은 시야를 바탕으로 그의 ‘빈 공간’을 효율적으로 채워가도록 어떤 구분도 짓지 않으며 다만 삶에 의존한다. 연극이 시작되는 바로 그 순간, 꾸밈없이 가장 함축적이고 강력한 삶의 모습을 보여주려는 것이다.

 

 

The scene of my mind_66x100cm_collage, (mixed media), digital print_2022

 

 

인생의 전환점인 문을 열고 들어갈지는 이미 선택되어있으나 우리는 그 앞에서 매번 망설이고 고민한다. 지금까지 얻은 것을 내려놓고 갈 것인가 그냥 저 문을 과감하게 열고 들어갈 것인가. 그러다 발걸음을 옮겨 문을 열었을 때 안전함을 느끼면 안도감과 함께 공허함이 밀려온다. 이 시간이 지나면 또 어떤 일과 마주하게 될지 불안함도 조금 얹어서 말이다.

나의 작업은 인간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상징과 은유적인 상황으로 표현한다. 그것은 때때로 새, 꽃, 나무, 어떤 공간 등으로 분한다. 현재를 화면 위 하나의 인생으로 만들어 관객에게 각자가 가진 그 사람만의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싶다.

이제 나는 나의 대본을 받아들고 계속 무대 위를 가로지르려 한다.
반복된 내용이라도 어쩔 수 없다. 내가 출연하는 이야기의 파도는 계속 몰아쳐 올 것이다. 온전히 인생이란 연극 속에서 연기함을 체감할 때 비로소 ‘아! 이것은 한낱 꿈이었다.’깨달으며 대단원의 막과 함께 무대를 떠난다.

내일의 태양처럼 새롭게 시작하는 막이 오르고 저마다 등장인물로서의 소임을 다한다.
극중 나에게 주어진 배역이 미미할지라도
이미 연극은 시작되었으므로.

 

 

The scene of my mind_70x105cm_collage, (mixed media), digital print_2022

 

 

The scene of my mind_70x105cm_collage, (mixed media), digital print_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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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221129-김정연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