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녀(父女)의 생각展

 

민다예 · 민형기

 

 

 

 

2022. 11. 18(금) ▶ 2022. 11. 22(화)

Opening 2022. 11. 18.(금) 오후 6시

전라남도 순천시 삼산로 16 (석현동)

 

 

www.suncheon.go.kr/scart

 

 

부녀(父女)의 조각전에 모시는 글

 

아빠와 딸이 각자의 삶을 살면서 같은 길을 걷는다는 일이 그리 흔치는 않으리라 생각됩니다. 그것도 전남교육 현장에서 동일 과목을 전공하고 동 교과를 가르친다는 것, 그 의미를 크게 느끼고 있습니다.

여기에 한 번 더 부녀의 '같은 생각 다른 표현'이 담긴 조각전을 통해 삶의 의미를 부여받고자 합니다.

귀한 시간을 통해 감상자가 되어주신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습니다.

 

2022년 11월에 민다예 · 민형기

 

 

다예(多藝)의 생각

 

민다예 作_Good night_과태말라석, 오브제(파이프렌치)_2013

 

 

돌이라는 재료의 본질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보고 싶었다.

돌에 가장 반대되는 물성(物性)을 가진 것은 무엇일까?

...

이 작품의 가장 큰 의미는 최대한 돌이 돌 같지 않게 만드는 것, 그리고 '기계의 휴식'이라는 메시지를 주고자 했다.

...

고된 하루를 마치고 돌아가 잠들 때 가장 편안하고 행복한 것처럼… 이 작품이 관객들에게 조그마한 위로가 되기를 바라면서 작업하였다.

 

2013 작업일지 중에서

 

 

민다예 作_휴식(休息)하는 지구_카라라석, 오석_2022

 

 

휴식은 언제나 지친 마음과 몸을 가볍고 편안하게 만든다.

'번아웃(burnout) 증후군'이라는 말이 있다.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불태워 어떤 목표하는 일을 끝마친 후 모든 기력이 소진되어 심신이 지쳐있는 무기력한 상태를 뜻하는 단어다.

내 인생에서도 큰 번아웃 증후군이 왔었다.

어쩌면 지금도 번아웃의 탈진 상태에서 완벽하게 빠져나오지 못한 것 같다.

번아웃 증후군은 언제나 바쁘고 빠르게 돌아가는 현대사회 속에서 지친 현대인이라면 한 번쯤은 번아웃 증후군을 겪어보았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를 겪어 본 사람이라면 휴식이 얼마나 최고의 처방인지 공감할 것이다.

나의 작품에는 언제나 피곤함과 싸워 지친 나와, 바쁘게 돌아가는 고단한 삶에 지친 현대인과 노동자들, 그리고 현재의 지구 모두에게 휴식을 취하자는 메시지가 담겨있다.

 

 

민다예 作_휴식(休息)_카라라석, 오석, 분필_2022

 

 

민다예 作_휴식(休息)_카라라석, 오브제_2022

 

 

나의 작업의 과정 또한 그렇다.

처음엔 그저 걱정거리였던 무겁고 커다란 돌덩이가 여러 조각들과 작은 파편들로, 그리고 가루가 되어 깎이고 깎여 나아가 어느샌가 푹신하고 가벼운 쿠션의 형상이 나타나면 그제야 비로소 편안함이 몰려온다. 돌이라는 재료를 이겨내고 싶었던 길고 길었던 작업의 과정 끝에 오는 휴식..

 

 

민다예 作_muse_카라라석, 오석_2020

 

 

전혀 다른 물성을 지닌 재료를 한 작품 속에 표현하고 싶었다. 나의 작업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내겐 감히 다루기에도 버거운 돌이라는 무겁고 단단한 재료를 처음 마주했을 때 나는 이 재료를 이겨내고 싶었다. 그 방법으로 돌의 성질과 전혀 반대의 물성을 지닌 오브제를 돌이라는 재료로 표현하는 방법을 택했다.

가벼운 소재인 솜, 포근함과 편안함의 오브제인 베개와 쿠션처럼 가장 부드러운 물성을 지닌 오브제를 가장 단단한 재료로 완벽하게 표현해내는 것. 그것이 내 작업의 주제이자 목표가 되었다.

 

2022 작업일지 중에서

 

 

 

 

형기(亨基)의 생각

 

민형기 作_온고지신(溫故知新)_오석에 물광 정질+황동단조

 

 

2022년 4월의 가장 멋진 날 30일, 토요일에 딸 다예가 결혼하였다.

아빠로서 당부해준 축하 메시지가 아른거린다. 여기에 같은 과목으로 대를 이어 교사의 길을 걷는 딸과 『부녀의 생각』이란 주제로 조각전을 가질 수 있어 큰 축복이 아닐 수 없다. 작품을 준비하면서 딸에 대한 다산의 부정(父情)넘치는 글이 자꾸 생각났다.

1813년, 강진유배 중 다산 정약용은 '하피첩'을 만들고 명주 치마 남은 천으로 딸을 위해 그림을 그렸다. '매조도(梅鳥圖)'다. 매화나무 가지에 앉아 있는 작고 단정한 새 두 마리. 화폭 맨 위에 아담하게 그림을 그리곤 그 아래 시를 쓰고, 그 옆에 그림을 그리게 된 사연을 이렇게 적었다.

편편비조 식아정매(翩翩飛鳥 息我庭梅) - 사뿐사뿐 새가 날아와 우리 뜨락 매화나무 가지에 앉아 쉬네,

유열기방 혜연기래(有烈其芳 惠然其來)-매화꽃 향내 짙게 풍기자 꽃향기 사모하여 날아왔네.

원지원서 락이가실(爰止爰棲 樂爾家室) - 이제부터 여기에 머물러 지내며 가정 이루고 즐겁게 살거라.

화지기영 유분기실(華之旣榮 有賁其實)-꽃도 이미 활짝 피었으니 그 열매도 주렁주렁 많으리.

결혼한 딸과 사위가 자식 많이 낳고 행복하게 잘 살길 바라는 아버지의 마음이 애틋하면서도 따스하게 전해온다. 그림 속 참새 두 마리는 딸과 사위를 상징하며 '하피첩'에서 다산은 이렇게 훈계했다. 내가 너희에게 전답을 남겨주지는 못하지만, 평생을 살아가는 데 재물보다 소중한 두 글자를 주노라. 하나는 근(勤)이요, 또 하나는 검(儉)이다. 근면과 검소, 이 두 가지는 좋은 전답보다도 나아서 한평생 쓰고도 남는다. 딸 가진 모든 아빠의 마음이 아닐까.

 

 

민형기 作_초겨울풍경(전)_오석에 물광+정질

 

 

고전적 배경(Gestalt)이 동반된 조각 구축

 

작업은 나의 일상이고 숙제이며 축제이다. 더더구나 딸과 함께 할 수 있으니.

또한, 작업 과정은 오늘 내가 사는 방법의 하나다. 하여, 이번 작품을 준비하면서 또 어떤 화두 하나 던져볼까 고민 끝에 앞서간 작가들의 회화작품 속에 숨어있는 입체적 조형성이 가능한 몇 작품을 선정에 입체화해보았다.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 강희안의 '고사관수도', 추사 김정희(秋詞, 金貞喜 1786~1856)의 대표적인 문인·산수화로서 제주 유배 5년째인 1844년(헌종 10년) 제자 우선(藕船) 이상적(李尙迪, 1804~1865)이 청나라 연경에서 구해온 책을 보내주는 등 변함없는 사제의 의리를 지켜준 것에 대한 고마움을 세한송에 비유하여 그려준 최고의 명작으로 꼽는 세한도, 국보 260호 분청사기 박지 모란무늬 자라병에서 새싹이 발아되는 온고지신, 그리고 서구의 팝아트 미술을 추구한 키스해링의 작품 등에서 조형성을 찾아 입체화하는 과정에 시간 가는줄 몰랐다.

한 작품이 마무리될 때쯤이면 그동안의 번거로웠던 일련의 과정과 시간들은 한순간에 사라지고, 눈 속에 핀 매화를 발견했던 기분처럼 오롯함이 밀려온다. 그 이상의 무슨 또 다른 표현이 있을까? 결국, 작품과 내가 떨어져 있지 않다는 친밀감을 의미한다. 늘상 하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작업은 마음에 불안과 설렘을 동시에 교차하게 하지만 또 다른 이야기보따리를 푸는 신선한 과정이었다.

 

2022 작품 준비 중에

 

 

민형기 作_세한도(歲寒圖)_카라라석에 음각+먹물

 

 

민형기 作_인왕제색도_오석에 물광, 정질

 

 

작품 구성방식과 축제

 

그동안 조각의 장르를 통해 미술 분야에 천착해 오면서 어떤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주변 이야기들을 조각에 끌어들여 주로 문학적, 서술적인 측면에서 접근하는 작업을 해왔다. 작품에 주제나 방법 또한 조각의 기초적 중량감에 한정하지 않고 회화 수법이나 물성(物性)의 체험과정에서 얻어지는 재미나는 수법들을 표현방식에 끌어들였다.

이렇게 체득된 작업방식과 새롭게 터득한 기법의 모색을 통한 일련의 작업들을 동시대에 사는 사람들과 소통해보고 싶다. 작품이 작가의 자유로운 발상에서 지각되고 형상화되는 것처럼 나의 작업에도 늘 나의 주변 이야기들이 자유롭게 등장한다. 삶과 작업이 일치되어 새롭게 태어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현대조각의 성과 중 하나는 고정관념에서 탈피하여 어떤 양식이나 경향이라는 외적 이즘에 제한을 받지 않는다는 점이다. 과학기술의 발달에서 오는 새로운 재료개발과 표현기법이 조각의 형태를 확장해 주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지만, 내가 취한 주 대상으로는 일반적으로 인간과 자연, 그리고 우리네 전통 내용이 자주 등장한다. 그것이 현실적이든 비현실적이든, 입체적이든 반입 체적이든 아니면 설치든 간에 한계를 구별 짓는 것 자체에 별 의미를 두지 않는다. 기분에 따라 자유스럽게 구상되고 행해져야 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예술가들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 아니겠는가. 그리고 내 자신에게 위안을 주는 축제이다.

 

2009 민형기 돌 이야기 중에서

 

 

민형기 作_고사관수도(高士觀水圖)_오석에 정질

 

 

 

 

 
 

민다예 | 閔多藝

 

2013 전남대학교 예술대학 미술학과 졸업 | 2017 한국교원대학교 대학원 졸업(석사)

(논문 : 미술관 서포터즈 활동이 미술인식의 변화와 자기계발에 미치는 영향 Exploring an Influence of Art Museum Supporters’ Activities on the Awareness of Art and Self-development)

 

2인전 | 2022 <부녀(父女)의 생각>展-전라남도교육청 이음갤러리(무안) | 순천문화예술회관 전시실(순천)

 

공모전 | 2011 순천미술대전 입선 | 2012 한국구상조각대전 입선 | 2012 순천미술대전 우수상 | 2013 순천미술대전 특별상 | 2013 한국구상조각대전 특선 | 2014 순천미술대전 특별상 | 2014 전라남도미술대전 특선 | 2015 전라남도미술대전 입선 | 2015 순천시미술대전 추천작가 | 2020 전라남도미술대전 특선 | 2021 전라남도미술대전 특선

 

그룹전 | 2020-2021 전남중등미술교원전 문화예술회관(목포)

 

현재 | 순천시미술대전 추천작가, 전남중등미술교육연구회원, 광양중동중학교 미술교사

 

E-mail | mde0306@naver.com

 

 

민형기 | 閔亨基

 

1987 전남대학교 사범대학 미술교육과 졸업 | 1995 한국교원대학교 대학원 졸업(석사)

 

개인전 | 22회 | 1993 제1회 <남도(南道)의 표정>展-뉴코아문화센타(순천) | 1995 제2회 <5월에 부는 황토바람>展-빛고을갤러리(광주), 진남문예회관(여수), 뉴코아백화점갤러리(순천) | 1996 제3회 <詩가 곁들인 조각>展-공작가든야외전시장(순천) | 1997 제4회 <순천만이야기>展-순천만(순천) | 1998 제5회 <설치와 自然의 조화>展-공작갤러리(순천) | 2000 제6회 <자매의 노래>展-문화예술회관(순천) | 2001 제7회 <故.鄕이야기>展-인사갤러리(서울) | 2002 제8회 <일상사2002>展-문화예술회관 (목포, 순천) | 2004 제9회 <추억.그리움>展-문화예술회관(순천) | 2006 제10회 <귀향>展-문화예술회관(순천) | 2009 제11회 <민형기 돌이야기 출간>展-문화예술회관(순천), 연갤러리(제주) | 2010 제12회 <부조 이야기>展-전남학생교육문화회관 린갤러리(여수), 순천시청별관전시실(순천) | 2011 제13회 <2011얼굴 표정>展-문화예술회관 (광양) | 2012 제14회 한국구상조각회 개인부스초대展-세종문화예술회관 (서울) | 2013 제15회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초대展-정원박람회장 내 갯지렁이갤러리(순천) | 2013 제16회 제자와 함께한 광양문화원 초대展-광양문화원 전시실(광양) | 2014 제17회 <시간 여행>展-전라남도교육청 이음갤러리(무안) | 2015 제18회 <혜원 신윤복의 입체나들이>展-순천대학교박물관 전시실(순천) | 2016 제19회 <조각, 물을 만나다>展-전라남도교육청 이음갤러리(무안), 순천상사댐물홍보관 전시실(순천) | 2017 제20회 <문자 향 돌에 새기다>展-전라남도교육청 이음갤러리(무안) | 2019 제21회 <情. 꿈. Love>展-전라남도교육청 이음갤러리(무안), 순천문화예술회관 전시실(순천) | 2022 제22회 <부녀(父女)의 생각>展-전라남도교육청 이음갤러리(무안), 순천문화예술회관 전시실(순천)

 

초대전, 기획전, 그룹전 250여회 출품

 

공모전 | 1985 전라남도 미술대전 입선(서양화) | 현대미술 대상전 입선(서양화) | 전국 무등미술대전 입선(서양화) | 1986 전국 무등미술대전 입선 | 전라남도 미술대전 특선 | 1987 전라남도 미술대전 조각부문 우수상 수상 | 1988 전라남도 미술대전 조각부분 우수상 수상 | 전국 무등미술대전 입선 | 1989 전라남도 미술대전 특선 | 전라남도 미술대전 추천작가 지정 | 광주시미술대전 입선 | 전국 무등미술대전 입선 | 1990 MBC한국 구상조각대전 입선 | 1994 전라남도 미술대전 초대작가 지정 | 1996 전국시·도 교직원 미술작품교류전 조각부최우수상(교육부장관상 수상) | 2013 순천정원국제박람회 아시아아트주 조각공모 특선 | 2014 순천원미회상 수상 | 2017 전남기능경기대회 석공예 동상 | 2022 전남기능경기대회 석공예 은상 | 2022 전국기능경기대회(창원) 석공예 특별상

 

역임 | 전남대학교 사범대학 미술교육과/인문사회대학 강사 | 순천시 예술장식품 심의위원 | 전남미술대전 운영위원, 심사위원 | 순천미술대전 운영위원역임

 

현재 | 영암미술인회 | 전남미술대전초대작가 | 순천시미술대전초대작가 | 한국구상조각회 | 한국미술협회 | 合조각회 | 순천도조연구회 회원 | 문화재석조각 수리기능보유자(006869) | 석공예기능사(22000150009X) | 순천팔마고등학교 미술교사

 

E-mail | mhg1015@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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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221118-부녀(父女)의 생각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