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 route: 사사로운 궤적 展

 

고영찬, 김은정, 손수민, 윤희수

 

 

 

신한갤러리 역삼

 

2022. 11. 15(화) ▶ 2022. 12. 24(토)

서울특별시 강남구 역삼로 251 강남별관 B1 | T.02-2151-7684

 

 

고영찬 作_티끌 모아 복합 매체_30장의 슬라이드 필름과 돋보기, 라이트박스에 인쇄된 사진_가변 크기_2022

 

 

우리는 어딘가를 향해 나아가는 중이다. 목적지도 다르고, 속도도 제각각이지만, 끊임없이 나름의 방향성을 갖고 발걸음을 내디딘다. 이러한 여정의 교차로에서 만나게 된 네 명의 작가와 기획자는 시작과 끝, 출발지와 목적지가 아닌, 그 중간 길목에서 채집한 경험과 이야기에 주목했다. ‘~로 가는 중’을 뜻하는 ‘en route’를 주제로 한 이번 전시는 고영찬, 윤희수, 김은정, 손수민 작가가 각자 고유한 형태의 궤적을 그리며 이어온 창작 작업을 선별해 소개하고, 그 짙고 여린 흔적들을 완성된 작품뿐만 아니라 이를 지탱하고 구성하는 아카이브를 통해 살펴본다. 여기서 ‘아카이브’란 작품의 근간이 되는 기록물을 비롯해 스케치나 글, 영감을 받은 책이나 오브제를 모두 포함한다. 전시를 통해 우리는 프랑스 남부 광산지역에서 시작해 바다의 항구와 옥탑 작업실, 그리고 네트워크 속 공간에 이르기까지 상이한 장소와 시간대를 경유하며 네 명의 작가들이 채집한 이야기와 소리, 현상과 질문들을 마주하게 된다. 한 장소를 일시적으로 점유하는 작품들은 어떠한 결론이나 뚜렷한 목적지를 가리키는 대신 무심코 흘려보내는 일상을 새롭게 탐색하고 감각할 수 있는 무수히 많은 경로를 제시한다.

‘아래로부터의 역사’를 방법론 삼아서 특정 장소들을 재주술화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고영찬은 사진이나 영상 같은 렌즈 기반(lens-based) 매체를 중심으로 폐광을 맞이한 프랑스 남부 광산지역을 기록하고 상상한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장소와 직접 관계 맺으면서 더 이상 접근 불가능한 광산을 탐구한 영상 <태양 없이>(2018)와 함께 그 장소와 시점으로부터 멀어진 현재의 관점에서 30장의 ‘부산물’인 사진을 재해석한 <티끌 모아>(2022)를 소개하며, 잊혀져 가는 지역 주민들의 이야기를 다각도에서 포착한다. 줄곧 인공과 자연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발생되는 비물질의 흔적을 채집하고 탐구하는 작업을 시도해 온 윤희수는 마찬가지로 접근이 어려운 세계를 탐구하되, 시각이 아닌 청각에 의존한다. 이번 전시에서 그는 바다의 항구라는 공간에서 관찰하고 경험한 미세한 현상들에 주목한 신작을 선보이는데, 쇳물로 드로잉 한 < Drawing as experimenting with deep sea space frequencies >(2022)는 수면 아래의 시간성에 의해 변화하여 흔적이 되어버리는 요소들을 쇳물의 물리적 특성에 빗대어 나타내는 한편, < barnacle unit 1, 따개비 1호기 >(2022)는 소리를 채집하는 조각으로, 내부에 설치된 녹음장치가 바닷속 소리를 파동과 진동으로 기록해 송출한다.

 

 

김은정 _연기나는 머리_캔버스에 유채_210x130cm_2020

 

 

두 작가와 대조적으로 김은정은 일상에서 늘 마주하는 크고 작은 현상을 적절한 거리를 두며 포착한다. 2018년 올림픽 개막식에서 본 비둘기의 형상을 옥탑 작업실에서 매일 만난 비둘기 떼와 겹쳐보며 수집한 역사적 사건과 정보가 수록된 『난민둘기』(2021)에서부터 ‘88올림픽 비둘기 통구이 사건’으로 불리는 비극을 조사하다 타죽은 새를 사람으로 바꿔 머리에서 연기가 나는 채로 트랙을 달리는 사람을 그린 <연기나는 머리>(2020), 개체수의 무한 증식에 일조하는 일종의 토템으로 작은 화면의 광고처럼 송출되는 <피죤밀크>(2022)에 이르는 일련의 작품은 모두 친숙한 사회의 모습을 회화적 상상력을 통해 재해석한 것이다. 반면 손수민은 그 사회를 구축하는 비가시적인 네트워크를 영상 설치 작업을 통해 조명한다. 오랜 시간 이방인으로 살아온 작가의 자전적 경험에서 출발한 퍼포먼스를 축으로 전개되는 <캐치볼>(2022)은 공을 주고 받을 수 있는 운동의 특징을 은유하며 평행선을 이루는 두 퍼포머의 대화를 기록한다. 오디오믹서에 각각 마이크와 헤드폰을 연결해, 확성된 상대방의 목소리와 숨소리가 내 머릿속을 꽉 채우는 상태로, 때로는 세상에 내 목소리만 존재하는듯한 상황에서 두 퍼포머는 대화를 이어간다. 인간과 인간의 대화에서 생물과 무생물의 관계로 이어지는 손수민의 작업은 주제를 관계성으로 확장하는데, 작가이자 이론가인 에두아르 글리상(Edouard Glissant)은 ‘관계 맺음’을 통해 경로의 다중성이 확보된다고 설명한 바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전시는 직간접적인 채집 방식을 통해 작가 개인이 변화하는 환경과 맺은 다양한 관계를 보여 주는 현장이자, 관객에게는 작품과 새로운 형식의 관계 맺음을 경험하며 자신만의 궤적을 그려 나갈 수 있는 기회로 작동하기도 한다.

 

 

손수민 作_캐치볼_2채널 영상_9분 48초_2022

 

 

윤희수 作_Drawing as experimenting with deep sea space frequencies_

메탈, 사운드 장치, 모터, 라이트_650x70cm_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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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221115-en route: 사사로운 궤적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