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숙연 초대展

 

Dancing in the sunshine_100x72.7cm_Mixed media on Canvas_2022

 

 

아트보다

 

2022. 11. 14(월) ▶ 2022. 12. 4(일)

서울특별시 종로구 삼일대로 461 SK허브빌딩 101동 B106호

 

 

Joyful Joyful !! 1_90.9x65.1cm_Mixed Media on Canvas_2022

 

 

“그린다”는 행위는 여행을 떠나는 행위와 비슷하다. 여행을 떠날 장소를 생각하고, 기대감과 설렘을 가득 안고 여행에 필요한 것들을 준비하고 계획한다. 막상 여행을 떠난 후에는 매사가 계획대로만 흘러가지 않는다. 기대했던 만큼 만족스러운 경우도 있지만 종종 실망하는 경우도 있고, 예상치 못한 일로 죽도록 고생하거나 뜻밖의 행운을 만끽하는 일도 생긴다. 그렇게 여러 일들을 겪고 돌아온 여행들은 각각의 제목과 이야기를 담아 추억 속에 배열된다. 그림을 그리는 행위도 마찬가지이다. 대략적인 이미지를 구상하고 스케치한다. 그러나 막상 캔버스에 그려나 가다 보면 당초 구상과는 다른 길로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어쩌면 나조차도 그림을 마치기 전까지 어떤 작품이 될지 모른다. 캔버스 속 세상을 구석구석 방황하다 보면 비로소 그림 속에 숨어 있던 특별한 순간의 이미지와 마주친다. 그러면 나는 캔버스 속 특별한 순간의 첫 방문객 으로 방명록에 서명함으로써 그리기를 마친다.

나는 상상의 시간 속 특별한 순간의 이미지를 좀더 명료하게 표현하기 위해 바람이라는 소재에 주목하게 되었다.무심결에 인식하지 못하고 지나치는 바람은 그 순간의 온도, 향기, 음악을 실어날라 특별한 아이덴티티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바람에 실려온 따스한 온기, 향긋한 꽃 향기를 통해 봄의 정취를 느끼고, 시원하고 청량한 바다 바람을 통해 여름의 정취를 느끼듯이 바람은 그 장소와 시간이 가지는 뉘앙스를 오롯이 전달해준다. 나는 특별한 순간 속에서 느껴지는 생생한 감정들을 그림의 배경에 켜켜이 결을 내어 흘러가는 바람으로 표현하고자 하였다. 아울러 바람의 음악적인 특성에도 주목해보았다. 바람은 시간에 따라 고유의 선율과 리듬을 통해 흘러간다. 이러한 결의 선율과 리듬을 통해 작품에서 그려내고자 하는 다양한 순간의 감정을 좀더 동적으로 표현하려고 하였다. 은은히 퍼져나가는 밤하늘의 바람결은 편안하고 고요한 실내악의 느낌을, 맑고 청량한 봄바람은 활기차고 발랄한 무곡의 느낌을 살리고자 하였다.

 

 

꽃의 왈츠_65.0x65.0.0cm_Mixed Media on Canvas_2021

 

 

마지막으로 바람을 통한 조화의 의미에 주목해보았다. 바람은 항상 흐른다. 높은 곳에서 낮은곳 으로, 따뜻한 곳에서 추운 곳으로 흐른다. 즉 바람이 가지는 관계맺음의 의미가 조화의 느낌을잘 살려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 하였다. 꽃, 나뭇잎, 풍선 등 사람들의 다양한 감정들을 나타내는오브제들을 바람에 마음을 실려 보내 서로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아름다운 세상의 모습을 작품을 통해 그려내 보고자 하였다.

작품을 그리는 과정에는 그 순간의 감정과 기억에 충실하지만 막상 그리고 나면 아쉬움이 느껴진다. 아직까지는 나의 그림이 세상에서 갖게 되는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이어서 그럴지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리는 행위의 의미를 찾기 위한 고민을 끊임없이 이어나가고 그 과정을 세상과 소통하는 것이 작가의 숙명일 것이다.

오늘도 다음 여정을 떠나기 위해 캔버스 앞에 앉아 그림과의 대화를 준비한다.

 

 

달빛 콘서트_90.9x60.6cm_Mixed Media on Canvas_2022

 

 

 

 
 

 
 

* 전시메일에 등록된 모든 이미지와 글은 작가와 필자에게 저작권이 있습니다. *

vol.20221114-조숙연 초대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