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지 展
'요소'와 요소
아리오소
arioso
2022. 11. 7(월) ▶ 2022. 11. 13(일)
울산광역시 중구 새즈믄해거리 19 (성남동) 3층 | T.052-233-5636
emotional 2022_oil on canvas_259x162cm
‘요소’와 요소
아이 낮잠을 재우려 방에 들어갔다. 내가 없으면 아이는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다. 항상 나의 팔베개를 베고 나의 옷소매를 끌어당겨 꼭 붙어서 잠을 자는데 침대에 누워 천장을 보았다. 집은 옷장이나 가구 등 원목으로 이루어진 곳이 많았고 천장도 그러했다. 천장에 있는 원목의 단면들은 수많은 옹이와 나이테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 옹이들이 수많은 나이테로 연결되어 있는데, 마치 꼭 붙어서 낮잠을 자는 딸아이와 나를 보는 듯했다.
-작가 노트 중에서
일반적인 또래의 친구들과 달리 일찍이 새로운 가족을 맞이하여, 살아가면서 맺어가는 “관계” 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박은지 작가는 기본 조형 요소인 점, 선, 면을 이용하여 드로잉, 페인팅, 설치로 다양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이번 전시 ‘요소’ 와 요소에서는 크고 작은 평면 회화 작품을 보여주는데 시각적으로 확연히 다른 드로잉, 페인팅 작품이 비례하게 전시되어 우연적이고 필연적인, 살아가면서 맺어가는 관계의 이야기를 시각화 한다.
rational 2022_pencil ink and paper on panel_259x162cm
rational, 종이에 먹으로 찍은 검은색의 점들과 굵기와 농도가 다른 수많은 선이 점들 사이를 연결했다. 유동적인 형태로 끌어당기거나 밀어내는 흐름을 나타내고 그 흐름이 반복되어 율동이나 리듬감이 느껴진다. 추상적으로 보일지라도 그것은 자기장이나 등고선, 나이테를 연상시키기도 하며 종이 위에 우연적인 요소인 점의 splash와 의도를 가지고 그어 나가는 선들은 관계에 있어서 우연의 만남을 인위적으로 맞춰 나가는 모습들을 묘사한다. 이번 작품 “rationa(2022)l”에서는 복잡한 관계성을 페인팅에서 주로 쓰였던 중첩과 반복을 콜라주 기법을 통해 연관성을 주었다.
작품을 진행할 때 작가는 아내로서, 엄마로서 시시각각 바뀌는 역할들을 받아들이고 순응하며 관계를 이어 나가면서 생기는 갈등과 충돌을 이미 알고 있지만, 그것에 대해 거스르지 않고, 서로 존중하고 함께 호흡하자는 태도로 작업에 임하고 있다.
emotional, 무엇을 재현하기보단 “그리기“ 라는 본질적인 행위에 집중한다. 드로잉에서 해소되지 못한 욕구들을 물감의 물성, 붓질의 속도, 즉흥적이고 우연적인 과정들로 관계를 표현한다. 캔버스에 올라간 물감들을 닦아내고, 긁어내어 밑에 있던 색채들이 올라오기도 하고, 그리기를 반복하며 레이어를 쌓아 역설적으로 먼저 그렸던 색들이 가려지기도 한다. 물감들의 뒤엉킴과 덩어리 닦아 내기와 그리기의 반복은 억압된 감정의 표출이며 무의식 영역으로 본능적이고 원초적인 내면의 감정을 보여주는 거울과 같다. 다양한 색감과 기법을 통해 융합적인 관계성을 모색한다.
untitled 2022_oil on canvas_34.8x27.3cm
untitled 2022_oil on canvas_34.8x27.3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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