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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우향 展
gallery is
2022. 11. 2(수) ▶ 2022. 11. 8(화)
서울특별시 종로구 인사동길 52-1 | T.02-736-6669
http://galleryis.com
Refresh : 잊혀지고 희미해지는 조각들을 위하여
마구잡이로 쌓여 가는 관계 속에서 너무나 많은 것을 사랑하기에, 수많은 관심으로 가득 넘쳐버린 제 마음을 살펴보는 것에 서툴러졌다. 현대사회에서의 관계란 외나무다리와 같아서, 불특정 대상들에게 일방적으로 나를 나타내기도 하고, 나를 받아들이게끔 하게 된다. 보여주고 싶은 것과 보고 싶은 것만 드러나게 되는 관계 속에서 내가 원하는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그 틀 안에 자신을 가두어 조종한다. 틀에 맞추어진 관심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제 눈을 가려 스스로를 감춰 버리고, 결국 나 스스로에게 권태감이 발생된다.
돌보지 못해 지치고 나약해진 자신을 진정성 있는 마음으로 치유받기를 원한다. 자신이 원하는 것만 골라내어 들여다보게 하는 ‘돋보기’같은 관계가 아닌, 조금 더 가까이서 나의 진실한 모습을 마주하여 마음의 안정을 바라는 것이다. 치유는 나 자신을 보듬고 사랑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공허한 내면을 회복시키고, 긍정적인 에너지로 생기를 불어넣도록 발돋움이 되어준다. 익숙함에 살펴보지 못했던 순간들을 나의 일부분으로 다시금 받아들인다. 우리는 계속해서 상처받고 치유하고 회복되어가는 과정을 통해 조금씩 천천히 마음의 성장을 해간다.
우리가 마주한 모든 순간은 비슷하지만 약간의 다름에서 느낄 수 있는 감정은 아주 세밀하고 다양한데, 그중에서 어쩌면 특별함을 알아차리지 못한 채 지나쳐버리곤 한다. 모든 사람들이 무언가 기억해 내는 순간은 머릿속에 길게 자리 잡을 만큼 매우 특별하고 강렬했던 경험이다. 이러한 경험마저도 더 특별한 무언가가 가미되지 않는 이상 익숙해지기 시작하면 기억해 내기 쉽지 않다. 우리는 더욱 새로운 자극을 갈구하며 재촉할 뿐이다.
소소한 일상, 어쩌면 따분함이 가득할 수도 있겠지만 그 가운데에서 생겨난 감정과 생각들, 또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로 주변의 자극으로 인해 경험되는 것들. 우리는 이 사소한 하나하나의 것이 나를 만들어가고 있지만 익숙함으로 받아들인다. 나는 새로운 자극보다 이 익숙함을 자세히 들여다보도록 한다. 잊혀가고 희미해지는 익숙함 들을 다시 꺼내보게 된다면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또 다른 새로움과 낯섦을 마주하게 된다. ‘순간’이라는 지나쳐가는 시간 안에서 익숙함을 느끼는 감정들을 보여주므로 놓쳐버린 내면의 조각들을 재조명하려 한다.
나는 이번 작업을 통해 휴식으로부터 각기 다른 모양과 방식으로 치유하는 모습들을 이야기하려 한다. 또한 그러한 모습이 스며든 평범한 일상들을 인물을 통해 선(線)에서 우리의 외면을 비추는 거울처럼, 색(色)에서 우리 내면의 감성을 표현하려 했다. 동양회화에서 인물 묘사는 단순히 외형적 닮음에 그치지 않고 대상의 본질을 파악하고 내면의 표현에 무게를 두었다. 현대에 이르러 인물화는 동양 인물회화의 전신사조(傳神寫照)를 바탕으로 시대의 사회 성격과 사상에 따라 다양한 변화와 발전을 이루었다. 나는 현시대를 반영하여 휴식하고 치유하는 인간 내면의 기운에 대해 형(形)과 신(神)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를 염두에 두며, 가슴을 일렁이는 작은 특별함으로 모두의 마음을 보듬어줄 수 있는 작업을 이어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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