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형 展

 

O

 

 

 

갤러리 소소

Gallery SoSo

 

2022. 10. 29(토) ▶ 2022. 11. 25(금)

서울특별시 중구 청계천로 172-1 | T.031-949-8154

 

www.gallerysoso.com

 

 

untitled(0137) 2022_oil, wax on canvas_72.7x50cm

 

 

점유하지 않고 점유하는 시선

대상을 설명하는 막연한 규정들 사이의 어딘가에 작가는 시선을 보낸다. 그의 홍채는 대상에 초점을 맞추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한다. 작가는 그 움직임이 멈춰 이미지가 고정되는 순간을 기다리지 않는다. 그는 그저 순간순간 눈에 일어나는 모든 과정에 감각을 곤두세울 뿐이다. 그러다 그의 시각이 포착한 대상의 어느 속성을 화면에 옮기기 시작한다. 그것은 때로 형태이기도 하고, 색감이기도 하며, 질감이기도 하다. 그리고 화면에 그것을 그리는 순간, 작가의 시선은 다시 움직인다. 시선이 초점을 맞추는 과정, 그 어딘가에서 포착된 이미지는 그것이 화면에 옮겨지는 동안에도 고정되지 않고 여전히 움직이는 것이다.

이진형은 회화의 본질에 충실한 작가이다. 그의 작업은 보고, 보이게 하는 행위로 이루어진다. 그가 본다는 것은 대상이 가진 맥락을 이해하는 것과는 다르다. 그는 철저하게 자신의 눈을 렌즈처럼 사용하여 시선이 움직이는 모든 순간에 집중한다. 그렇기에 그는 초점이 잡히기 직전 찰나의 순간을, 한 부분에 시점이 고정되며 주변이 흐릿해지는 줌 인의 순간을, 시선을 옮길 때 형태가 어그러져 보이는 순간을 ‘본다’. 그리고는 자신이 본 것을 화면에 옮겨 그것을 보이게 한다. 이 과정에서도 그는 보는 것을 멈추지 않기 때문에, 작품은 작가의 시선이 무엇인가를 포착한 순간마다 섬세한 겹을 갖추게 된다.

 

 

untitled(0458) 2022_oil on canvas_72.7x50cm

 

 

작가는 이 겹을 표현하기 위해 반복적으로 캔버스 전면을 도포한다. 켜켜이 물감이 쌓이며 붓 자국도, 물감의 묵직한 물성도 서서히 희미해진다. 종국적으로 아득히 가라앉은 여러 겹의 이미지 위에 물감의 고운 입자만이 남은 섬세하고도 아름다운 화면이 남는다. 작가가 시각의 모든 순간에 충실하며 그것을 치밀하게 옮기는 동안, 작품은 대상이 가진 원래의 모습에서 멀어지고 작가가 포착한 순간의 이미지들에서도 멀어지며, 오직 하나의 독립된 이미지로 완결되는 것이다. 이렇게 대상을 눈에 보이는 대로 화면에 옮긴 완벽한 구상화이자, 대상에서 추출한 순수 조형요소만으로 완성된 추상화인 그의 작품은 그 모두로부터 다시 한 번 멀어지며 이진형만의 회화가 되었다.

움직이는 시선이 대상의 표면 위에 잠시 머무는 순간들을 잡아 자신만의 회화를 만들어온 이진형은 이제 자신의 발걸음을 넓히려 하고 있다. 이번 전시 제목 ‘O’는 알파벳으로도 읽히고, 숫자로도 인식되며, 도형으로도 보인다. 다양한 해석을 향해 열려 있는 이 전시 제목처럼 그는 자신의 작품을 자유롭게 볼 것을 감상자에게 권유한다. 대상의 고정된 이미지에서 거리를 두려 하고, 고정된 해석에서 멀어지려 노력하며, 화면에 그려지고 있는 이미지에서조차 한걸음 물러서왔던 작가는 이것이 자신의 방식임을, 무척이나 열린 방식으로 단단한 정체를 갖추어 왔음을 말한다. 나아가 감상자의 눈을 통해 다시 한번 확고하게 자리잡은 이미지의 한계를 넘어서려 하는 것이다.

 

전희정(갤러리 소소

 

 

untitled(0620) 2022_oil on canvas_72.7x50cm

 

 

untitled(0717) 2022_oil on canvas_72.7x50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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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221029-이진형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