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준 展

 

 

 

 

2022. 10. 20(목) ▶ 2022. 11. 24(목)

Opening 2022. 10. 20(목) pm 5

Gallery LVS | 서울특별시 강남구 도산대로27길 33 | T.02-3443-7475 | 월~금 | 9:00 - 18:00 | 토 | 10:00-17:00

응운당(鷹雲堂) | 서울특별시 종로구 백석동2길 57 | T.02-3443-7475 | * 사전예약제로 운영 | 주차 공간 없음

 

www.gallerylvs.org

 

 

갤러리LVS에서 10월 20일부터 11월 24일까지 김동준 개인전을 개최한다. 20여점의 달항아리로 이루어진 전시는 신사동 갤러리LVS 본관에서 15점을, 부암동 응운당(鷹雲堂)에서 5점을 특별전으로 선보인다.

 

달항아리는 가장 사랑받는 유물, 문화재를 넘어 창작자에게 시대를 뛰어넘는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이다. 백百은 시작과 끝, 하늘과 땅, 무와 유 다양한 물질과 개념을 설명한다. 백색을 들여다보면 아무것도 없는 듯 하지만 모든 것을 가득 머금은 듯 여유로움과 품위가 느껴진다. 언제나 백의를 입어온 민족이 있었고, 백자를 일평생 계승하려고 하는 사람이 있었듯, 백색은 인간이 숭상하여 닮고자 한 궁극의 우상이다.

 

김동준의 달항아리는 시대와 인간을 어우르는 삶 그 자체를 조명한다. 유구한 역사 속에서 짧은 세기에 머물렀던 달항아리가 옛 것에 그치지 않고 현대 공예의 장르로 존재를 영위하는 모습은 마치 세대 간에 이어지는 굴곡지지만 빛나는 인생과 닮았다. 흙과 인간의 의지가 만나 탄생하여 시간이 흘러도 썩거나, 무無로 돌아가지 않고 시대를 묵묵히 견뎌온 백자호白磁壺와의 조우가 김동준을 계승과 창작의 길로 이끌었다. 오래된 달항아리가 품은 끝없는 시간을 들여다보면 기쁨과 슬픔이 함께 있어, 고통에 스러져도 가치 있고 행복한 삶을 이루고자 하는 인간의 염원이 보인다. 달항아리는 인간의 의지가 손끝을 벗어나 만들어진 기물이자 고고하게 시대를 살아가는 생명력 있는 기물이다.

 

본 전시의 달항아리는 당해 장작가마로 제작한 신작들로 이루어져 있다. Part 1 본관 전시는 신사동 갤러리 LVS에서 열리며, Part 2 특별전은 부암동 응운당에서 사전예약제로 한정 시간 운영한다. 부암동 응운당은 이원주 갤러리LVS 대표가 새롭게 선보이는 공간으로 산 속 작은 고택을 전시 공간으로 운영하여 첫 공개를 앞두고 있다.

 

갤러리LVS 이유진

 

 

대호 大壺_55x55cm_2022

 

 

인연이란 대체 무엇이기에 인간의 삶을 결정하는가.

개인의 힘으로 어찌해볼 수 없는 시대가 있다.

특히 장기간 이어지는 전쟁이나 국체가 바뀌는 격변의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스스로의 삶을 결정하기가 어려워진다.

풍랑에 몸을 맞기고 항해를 하다보면 뜻밖의 어려움과 고난에 직면하기 십상이다.

나의 조부모의 세대 또한 그랬다.

그들은 마지막 조선인으로 태어나 일제 강점기시대를 살고 첫 번째 한국인이 되었다.

해방이 되자마자 남과 북으로 나뉘어 극렬한 이념갈등이 시작되었고 결국 전쟁이 일어났다.

동족상잔은 그자체로 비극이었다.

격변의 시대는 누군가에게는 기회가 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큰 고난을 경험해야한다.

나의 작업에 앞서 이제는 잊혀져가는 전세대의 삶을 서술하는 까닭은 결국 나의 삶이 그들과 무관하지 않으며 내 작업의 미적 근원이 내 조부모의 경험으로부터 시작하기 때문이다.

나의 조상들은 멸문의 화를 피해 깊은 산골에 숨어들었다.

할머니 또한 해방이후 이념갈등으로 풍비박산이 난 집안의 화를 피해 같은 산골로 피신하였다가 조부를 만나 가정을 이루었다.

 

나의 유년시절의 첫 기억은 언제나 할머니의 품속이었다.

할머니는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아리랑을 부르셨다.

할머니의 품에 안겨듣던 구슬픈 가락의 아리랑은 어린 나에게 형용할 수 없는 북받침과 이해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었다.

오랫동안 그때의 울림을 이해하고 표현해 보려 노력해 보았지만 한 개인의 삶속에서 오랫동안 축적된 비애의 감정을 나로서는 충분히 해석해 내기가 어려웠다.

슬프지만 아름답다. 그 모순된 감동을 체득하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유년시절이후 나에게 그런 깊이 있는 감정을 느끼게 해주는 무언가를 한참이나 만날 수 없었다.

시간은 흘러 나의 20대의 어느 날 심심하고 무덤덤한 항아리를 만났다.

오랜 세월 사용하며 이도 나가고 이리치고 저리 치이며 금도가고 이런저런 상흔으로 스크래치도 많았지만 그런 것쯤 별것 아니라는 듯 무심히 깊고 무거운 자태로 내 앞에 마주한 그것은 조선의 백자항아리였다.

 

 

대호_도자_50x50x55cm

 

 

인간은 누구나 어머니의 자궁을 벗어나는 순간부터 고통의 시작이다.

에덴동산을 벗어나 탯줄을 자르고 나면 당장의 추위와 더위 질병과 굶주림이 모든 인간 앞에 평등이 기다린다.

살아간다. 그것만으로도 인간의 삶은 무겁다.

하지만 인간의 삶은 또한 가치 있고 아름답다.

누구에게나 삶에서 오는 고통과 신명도 함께 존재하지 않는가.

백자항아리가 오랜 세월로 인해 지니게 된 상흔의 아름다움은 인간이 살아가며 받은 고난과 상처를 담담히 아름다운으로 승화시킨 듯 이미 모든 것을 초탈한 구도자의 모습으로 나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다.

슬프지만 아름답다. 오랫동안 해갈하지 못했던 감정의 갈증을 조선의 항아리가 채워주었다.

안료로 그림을 그리기위한 목적의 백자와는 달리 무문의 백자는 자연의 재료에서 얻을 수 있는 순수한 백색의 아름다움 그 자체에 집중하여 작업을 할 수 있다.

백자는 그 자체로도 사치스럽고 화려하다. 내가 원하는 백자는 본연의 화려함을 숨기지만 품위를 잃지 않고 안으로는 스스로를 드러내지 않지만, 속이 깊고 생동하는 기물이다.

예전에는 기술적으로 완숙해지면 내가 원하는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작업이 흘러갈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더욱 중요한 것은 인간의 의지였다.

물론 좋은 도자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 정도의 노력은 기본이고 그 이상을 끌어내는 것은 그것을 행하는 인간의 의지다.

인간의 의지에는 그의 삶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결국 작업은 작가의 삶을 담는 것이다.

 

김동준

 

 

 

응운당 전시

 

 

응운당(鷹雲堂) 특별전 소개

 

응운당은 매와 구름이 노니는 집이라는 의미를 담아 만든 갤러리 LVS 이원주 대표의 세 번째 전시 공간이자 110년이 넘는 초가집터가 남아있는 옛 터이다. 흰 돌이 많은 북악산과 백사실 계곡을 이르는 백석동천 근처에 위치한 이 곳은 예로부터 산과 물이 모두 있어 경관이 수려하 기로 유명했지만, 조선 후기의 열악한 농부들의 터이기도 했다. 황토와 짚으로 벽을 세운 옛 조선 초가집 터 옆에 작은 근대 양옥이 들어섰고, 오랜 세월 옛 모습을 간직한 이 공간을 새 롭게 바꾸어 '응운당'이라는 이름으로 관람객들에게 첫 공개를 앞두고 있다.

 

 

응운당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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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221020-김동준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