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재 화혼 재조명 기획전Ⅱ

 

박소은 展

 

행복산수(幸福山水)

 

산수놀이_194x260cm_순지에 수간채색, 펄_2022

 

 

제2기획전시실

 

2022. 10. 14(금) ▶ 2022. 11. 30(수)

서울특별시 강서구 양천로47길 36 | T.02-2659-2206

어른 : 1000원 (20인 이상 단체 700원) | 청소년 및 군경 : 500원 (20인 이상 단체 300원)

무료관람 : 7세 이하 및 65세 이상, 국가유공자, 독립유공자 및 그 유족

또는 가족, 장애인 및 그와 동행하는 보호자 1인, 다둥이행복카드 소지자 (등재된 가족 포함)

관람가능시간 및 휴관일 | 평일 10:00 - 18:00 | 주말 10:00 - 17:00 | 월요일 휴무

 

http://gjjs.or.kr/

 

 

별헤는 마음_73x53cm_순지에 수간채색, 펄_2022

 

 

박소은 - 행복 산수 혹은 산수놀이

 

1. 정교한 필치로 재현된, 한복을 입은 젊은 여성이 자연을 배경으로 단독으로 설정된 초상이자 인물과 자연, 생명체들이 공존하는 장면이 단출하게 연출되고 있는, 상당히 깔끔하고 맑은 채색화다. 세밀한 묘사와 섬세한 채색이 밀도 있게 올라가 있으면서도 후경은 마치 수묵화처럼 여백과 농담의 풍부한 변화를 동원하면서 시원하고 아득한 공간감을 동시에 겸비하고 있다. 그로 인해 정밀하고 견고한 채색화이면서도 담백하고 담담한 느낌이 한꺼번에 밀어 올라오는 그림이다. 그러니까 한복을 입은 젊은 여자를 중심에 놓고 세심하게 그려나간 후에 나머지 배경은 그와는 사뭇 다른 방법론을 통해 강한 대비감을 한 쌍으로 맞물려놓고 있다. 그러면서도 이 둘의 차이는 조화를 이루며 맞물려있다. 여기서 인물의 처리는 사실적인 재현술에 입각하여 그려졌고 배경은 간소화된 자연 이미지로 처리하거나 적조하고 명상적인 공간을 암시하는 허구적인 환영 연출에 의해 이루어졌다. 사실적인 표현과 환상성, 구체적인 것과 몽상적인 것, 인간과 자연, 정밀함과 간소함, 화려한 채색과 단색, 채색과 농담 변화 등의 여러 대조가 이 그림의 기본적인 구조를, 또한 이루고 있다.

단독으로 그려진 여자들은 매우 정태적인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익숙한 여성 이미지의 스테레오타입을 취하고 있는데 흔한 자태 혹은 여성스러움을 연출하는 형태감에 속하는 편이다. 여성스러움과 고요한 행복감의 감정 표현을 가시화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다소곳이 고개를 숙이고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거나(자신을 바라보는 관자의 시선을 의도적으로 피하고 있거나) 측면을 바라보거나 또는 화면 바깥으로 시선을 건네고 있다. 이러한 여성 인물의 시선은 그림을 보는 관객의 시선에서 비껴나 있으면서 보는 이에게 그림 속 여자가 취하는 관조적 시선을 공유하게 하는 쪽으로 유인해 낸다. 한편 이 여성 이미지는 특정한 젊은 여자, 여인의 초상이라기보다는 작가 자신이 꿈꾸고 있던 어느 이상적인 세계에 속하는 ‘환상적인 여자’에 관한 도상일 수 있다. 이 여인상은 어떻게 보면 한 여인상의 무수한 바리에이션이다. 한 화가의 요인이라는 심상이 총화 되어 구축된 전형적인 어떤 여인, 심상을 통해 머릿속에서 생겨난 그런 여인이 반복되는 변형인 것이다. 동시에 이 젊은 여성은 동시대 미인상의 표준적인 욕망의 도상일 수도 있다. 그것은 현실일 수 없는 몽상과 상상 속에서 가능한 육체 혹은 삶의 매혹으로서의 이상적인 존재로서의 도상, 여자 이미지이기도 하다. 작가는 그런 이미지를 그림 안에서 추구한다. 그러나 그것은 동시에 또 다른 자아로 불거져 나오기도 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현실 세계에서 충족되지 못하는 것을 대리하는 이미지가 되어 그림 안에서 모종의 욕망을 구현한다.

 

 

시간 속에서_197x112cm_순지에 수간채색, 펄_2021

 

 

2. 화면 속 여자는 자연과 함께하거나 생명체와 영적인 교류, 접속을 시도하는 것도 같다. 이를 통해 이른바 자연과의 ‘물아일체’의 상태를 희구하거나 열망하는 상태를 가시화하는 지도 모르겠다. 관조와 명상을 통해 자연의 신비를 체득하고자 하는 것도 같다. 그것은 그림에 표현된 대상들 외에 그림에서 보이지 않는 세계를 보려 하거나 귀를 기울이는 의지를 지닌 듯하다. 어딘가를 가만히 응시하는 그림 속 인물의 눈은 보는 이를 동참시키면서 함께 저 세계로 유인한다. 자연풍광 앞에서 가만히 산수를 응시하고 다시 말해 부동의 산과 흐르는 물을 바라보면서, 관조와 명상을 통해 자연의 본질, 이른바 도를 깨닫는 한편 바람직한 인간 삶의 원형을, 이른바 유토피아를 꿈꾸었던 그림, 자기 삶의 수양적 차원에서 기능했던 인물산수화의 한 변용을 이런 식으로 변용해서 그려내고 있다는 인상도 받는다. 사실 전통적인 동양화의 사회적 기능의 하나가 바로 ‘은자적 삶의 이상화’이다. 나로서는 바로 이 지점이 산수화의 핵심적 기능이라는 생각이다. 그것은 결국 현실적, 세속적 삶의 의무와 고통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고 끊임없이 긴장을 부여하면서 스스로의 삶의 자정 역할을 가능하게 해주는, 추스려 주는 힘이다. 그래서인지 그림 속 선비들은 대부분 자신의 육체를 생의 모서리, 현실계의 ‘에지edge’에 위치시킨다. 가파른 모서리에 의식적으로 갖다 놓는다. 그곳에서 세속의 집착과 욕망에서 벗어난 은사는 만물과 내가 하나가 되는 경지(물아일체)를 꿈꾸며 천지자연의 정신과 합일하는 궁극적 즐거움(도)을 강렬히 희구한다. 현실과 환상 사이에 거하면서 생의 균형감각을 잡는다. 생각해보면 작가란 존재 역시 세속적 삶의 상식적 감수성과 보편적인 라이프스타일을 끊임없이 밀어내면서 독자적인 삶의 감수성과 실천을 보여주는 존재들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런 전통은 여전히 한국인들의 심성 속에, 유전자 안에, 전통문화와 기억의 심상 안에 내재 되어 지속적으로 이어져 오고 있거나 심정적인 호응을 얻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박소은의 그림 역시 그런 맥락 속에서 출현하고 있다고 보인다.

 

 

탄생도-미_53x41cm_순지에 수간채색, 펄_2022

 

 

3. 이른바 작가에 의하면 그 그림들은 “여심을 담은 추억과 향수, 이상과 염원을 표현한 공간”이고 “내면세계에서 표현된 꿈들을 통해 정신적 휴식과 작가의 이야기를 볼 수 있는 공간의 설정”이다. 이른바 행복한 마음의 상태를 보여주는 얼굴이고 장면이자 “현재와 미래에 대해 희망하는 상태에서 느끼는 좋은 감정으로서, 욕구와 욕망이 충족되었을 때 만족감을 느끼며, 불안감을 느끼지 않는 마음의 상태”를 의미한다고 한다. 쉽게 말해 작가는 행복한 어느 순간의 모습, 자신의 형상과 심적 상태를 그리고자 한다. 작가는 자신의 그 마음, 여심을 자연과 결박 지어 설정한다. 작가에 의하면 인간과 인간 간의 갈등 관계로 인한 현실계의 복잡한 상황 속에서 탈피하고 싶을 때, 인간은 이상향을 꿈꾼다고 한다. 그러나 그러한 이상적 공간이란 사실 현실에서는 실재하지 않는 허구적 공간이자 부재 하는 공간이다. 이럴 때 그를 구원해 주는 장소가 바로 자연이다. 자연은 그 무엇도 가능한 공간이 되고, 그 공간에서 인간은 비로소 완전한 자 를 누리며 평온함과 달콤함으로 현실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다고 작가는 말한다. 따라서 작가는 침묵 속에서 자연을 관조하고 그 안을 거니는 모종의 상황을 연기하는 자아의 대리, 여성이미지를 재현한다. 작가의 그림은 후경에 자연 이미지가 몽롱하게, 아련하고 환상적으로 자리하고 있고 전경에는 선명하고 정교한 여성상이 자리하고 있다. 이 여성의 얼굴은 즐거움과 따뜻한 감정을 지니고 있다. 여성과 자연의 조화가 궁극적으로 작업의 메시지다. 그리고 그것은 넓은 범주의 행복에 관한 내용을 지니는 한편 누구나 추구하고자 하는 평범한 이들의 행복에 관한 내용 역시 기술하고자 한다. 여기서 행복이라는 감정의 원인은 인간이 즐길 수 있는 산수, 즉 인간이 살아가는 배경인 자연에 있다고 작가는 말한다. 그리고 이를 이른바 ‘행복산수(幸福山水)’라고 이름 지었다. 동시에 그 산수에서 노니는, 거하는 여러 장면을 연출하는 ‘산수놀이’를 시도한다. 행복산수와 산수놀이는 전통적인 인물산수화를 전유하여 이를 새로운 맥락 속에 위치시키고자 하는 전복적 전략으로도 읽힌다. 이러한 산수화에 대한 다양한 독해는 필요하고 흥미로운 일이며 그에 따른 그리기의 새로운 방법론도 요구된다. 전통시대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이 자연이 주는 위안과 행복과 치유의 힘에 주목하는 작가는 자연과 인간이 조화를 이루는 어느 순간을 매혹적으로 그리고자 한다. 그리고 그 순간이 가장 근원적인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라고 본다. 산수에서 우리가 느낄 수 있는 평안, 안정, 순수, 즐거움 등의 행복감을 ‘행복산수’에 재현하고자 하는 것이 작가의 목적이다.

작가는 자신이 그림 속의 인물로 전이되어 등장한다. 아름답고 젊은 여자의 매력적인 얼굴, 우리의 전통적인 의복인 한복을 정갈하게 차려입고 자연 안에서 고요한 어느 시간을 한가히 거니는 장면을 연출해내는 자신의 일상을 환영적으로 보여준다. 그것은 마치 조선시대 인물산수화 속에서 그 자연을 소요하는 점경 인물의 현대적 버전이거나 이를 새롭게 해석한 여성주의적 인물산수/자연화라고 말해볼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렇게 자연 안에서 휴식과 명상, 행복을 추구하고 성취하는 어느 한 순간의 열락이 고요히 피어나는 장면의 표상이 이 작가의 그림의 주제라는 생각이다.

 

박영택 (경기대교수, 미술평론)

 

 

탄생도-자_60.6x45.5cm_순지에 수간채색,펄_2022

 

 

탄생도-신_53x53cm_순지에 수간채색, 펄_2022

 

 

탄생도-묘_53x53cm_순지에 수간채색, 펄_2022

 

 

탄생도-축_60.6x50cm_순지에 수간채색_2022

 

 

무한 속에서_197x112cm_순지에 수간채색, 펄_2021

 

 

푸른비_72.7x53cm_순지에 수간채색, 펄_2022

 

 

 

 

박소은

 
 

박소은 | Park, So Eun

 

단국대학교 동양화과 졸업 | 중앙대학교 일반대학원 한국화과 졸업 | 단국대학교 조형예술학과 동양화전공 박사수료

 

개인전 및 초대전 | 23회

 

기획 및 단체전 | 200여회(국내 및 프랑스, 스페인, 오스트리아) | 2022, 제49회 춘추회 정기전 '빛과 생상 위로 노닐다'(동덕아트갤러리) | 2022, 국립민속박물관 기획특별전'한 여름밤, 신들의 꿈' 실감형영상작품 참여(국립민속박물관, 서울) | 2022, 한중 수교 30주년 한중미술초대전'에연'(바오롱 미술관 8관, 중국) | 2022, 한국 멕시코 수교 60주년 기념초대전(비쥬얼아트센터, 멕시코) | 2022~2021, 울산국제아트페어(UECO, 울산) | 2022, 조형아트서울 PLAS(코엑스, 서울) | 2022, 2019, 2018, BAMA부산국제화랑아트페어(벡스코, 부산) | 2022, 'Chaekgeori Our shelves Our selves'(비엔나미술사박물관, 오스트리아) | 2022, '희망 希望 Hope'(강동구청 제1청사 갤러리Y, 서울) | 2022, '바라고 바라다' 박소은전(광명도서관 아트갤러리, 광명) | 2021 예술경영지원센터 주관 예비 전속작가제 지원 사업 참여작가 (갤러리 아트플라자 전속작가) | 2021~2018, 서울아트쇼(코엑스, 서울) | 2021, IAAS(인천송도켄벤시아, 인천) | 2021, 아트광주(김대중컨벤션센터, 광주) | 2021~2018, 아트부산(벡스코, 부산) | 2021, 제2회 김해 비엔날레 국제미술제(김해문화의전당 윤슬미술관, 김해) | 2021, 책거리 CHAEKGEORI 스페인전(스페인문화원, 스페인) | 2021, 갤러리아트플라자 기획전-징검다리전(갤러리아트플라자, 서울) | 2021, 갤러리 인사아트 기획전-박소은전(갤러리 인사아트, 서울) | 2021, 소사벌현대작가회 10주년특별기획전(평택호예술관, 평택) | 2021, 박소은 초대 개인전-여심, 꿈을 그리다(올미아트스페이스, 서울) | 2021, 박소은의 '희망'전(연서갤러리, 광명) | 2020, '길몽산수' 박소은 초대전(국회아트갤러리, 서울) | 2020, 경기도박물관 재개관 기념특별전-경기별곡'민화, 경기를 노래하다(경기도박물관, 용인) | 2019, '박소은전' 갤러리아트플라자 초대전(갤러리아트플라자, 서울) | 2019, 뉴욕어포더블 아트페어(뉴욕 메트로폴리탄 파빌리온, 미국) | 2019, 런던 어포더블 아트페어(햄스테드, 영국) | 2019 싱가포르 어포더블 아트페어(PIT building, 싱가폴) | 2019, 경기도 청년작가 선정 초대전(경기도 문화의 전당, 수원) 그 외 다수

 

작품소장처 | 오리건대학교 조던슈니처미술관 (Jordan Schnitzer Museum U.S.A.) 그 외 국내외 다수

 

현재 | 한국미술협회 | 충남한국화회 | 춘추회 | 한국화여성작가회 | 단국대, 서초문화재단, 한국민화학교, 갤러리인사아트, 광명 철산3동 주민센터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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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221014-박소은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