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조각회 제30주년 기념 정기전

KWANG JANG SCULPTURE ASSOCIATION 2022

 

 

(故)김광우 · 연제동 · 노재승 · 금누리 · ㅁㅁㅁ · ㅁㅁㅁ · ㅁㅁㅁ · ㅁㅁㅁ · ㅁㅁㅁ · ㅁ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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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10. 4(화) ▶ 2022. 10. 15(토)

Opening 2022. 10. 4(화) pm 5

서울특별시 종로구 평창36길 20 | T.02-396-8744

 

 

뜨거운 열정과 독창적 예술혼으로 새롭게 써 내려간 30년의 역사를 통하여 여러분 깊숙이 잠들어있는 감성과 영감을 깨우는 특별한 공간을 광장조각회가 마련합니다.

함께하시어 자리를 빛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2022년 10월 4일   광장조각회 회장 남상연

 

 

 

 

'광장 조각회' 30주년 기념 정기전 서문

한국 현대조각의 역사, 30년의 발자취를 담다

 

홍경한(미술평론가)

'광장조각회' 30년…1만여 일의 시간

'광장조각회'의 전신은 1977년 창립된 '시형조각회'와 1978년 결성된 '후기조각회'다. 당시만 해도 각자의 길을 걸으며 작품 발표활동을 해오던 중, 새로운 조형이념의 모색과 조각의 가치성을 보다 탄탄히 다지기 위해 1990년 '조각그룹 광장'으로 통합, 2013년 '광장조각회'로 개칭하며 현재에 이른다.

해마다 꾸준히 방법론적 진폭을 달리해온 '광장조각회'는 한국 조각사에 발자취를 남긴 일단의 조각 단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깊은 역사성을 자랑한다. 따라서 광장의 역사는 곧 90년대 이후의 한국 현대조각의 면면과 갈음된다.

'광장조각회'는 미술사적 맥락에서 역시 중요한 위치를 점한다. 그동안 우리 조각의 조형의식을 엿볼 수 있는 창구로 기능했고, 자율성을 기반으로 한 예술성으로 한국 조각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제시해 왔기 때문이다.

'광장조각회'의 광장은 다의적 발언이 어우러지는 상징적 공간인 광장(廣場)의 개방성에서 차용됐다. 그 공간 내에서 논의되는 여러 층위의 화두들을 조형적·미적으로 논의하고 표상하면서 예술의 역할과 의미에 대해 탐색하고자 하는 광의(廣義)의 목적도 있다.

그러하길 30년이 넘었다. 광장이 걸어온 1만일이 넘는 시간은 개념인 광장의 의미를 되새기며 새로운 광장을 만드는 과정이었다 해도 무리는 없다.

 

당대 조각의 흐름 및 현상을 엿보다

지난 2020년은 '광장조각회' 창립 30주년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순연됐다. 따라서 3년 만에 개최되는 '광장조각회' 30주년 기념 정기전은 회원들에게 특별할 수밖에 없다. 길고 긴 어둠의 시간을 견뎌내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긍정의 힘인 회복탄력성(Resilience)을 전제로, 작업의 이유를 분명히 제시하는 자기 정체성과 우리 조각의 정체성에 관한 질문이 그 어느 때보다 짙게 배어 있는 탓이다.

창립 30주년 기념전의 의의는 하나의 공간에서 현대조각의 흐름을 일시에 마주할 수 있다는 것에 있다. 동시대 조각에 대한 연구는 물론 시민을 대상으로 한 미적 소통, 그리고 단체와 미술계 간 커뮤니티의 계기가 된다는 것도 하나의 의미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한국 조각사를 이끌어온 원로 작가들과 조각의 미래를 짊어질 창작가들이 함께하는 화합의 무대라는 점과 이들 작품을 통해 당대 조각의 흐름 및 현상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화합은 광장의 변별력으로 꼽힌다. 그도 그럴 것이 광장은 한국 화단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학연과 지역 중심으로 뭉친 그룹들과 거리를 둔다. 2019년 치러진 제29회 광장조각회 정기전 도록 서두에 언급된 것처럼 “학연과 사회적 지연을 뛰어 넘어 조각에 대한 열정으로 현재의 역사와 시간을 허물고…(중략)… 창의적 가능성과 소통의 장을 추구해 왔다.” 여기서 눈여겨봐야할 대목은 '조각에 대한 열정'이다. 그리고 이것이 광장의 실질적 구심점이다.

 

지나온 30년과 다가올 30년

'광장조각회' 30주년 기념 정기전 주제는 'Thinking 30th'이다. 말 그대로 지난 세월을 다시 돌아보고 새로운 미래를 견인하겠다는 의지가 투영되어 있다. 즉, 지나온 30년과 다가올 30년을 생각하며 오랜 시간 지켜오고 표현해왔던 작가들의 미의식을 쏟아내는 장(場)을 통해 조각의 본질에 다가서기위한 시각이 반영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에 '광장조각회' 출품작들은 다양한 결을 지닌다. 한국조각의 전통성을 읽을 수 있는 작업에서부터 그 전통을 계승한 현대적 번안의 작업까지 고루 분포되어 있다. 어떤 작품은 상당히 자연주의적이지만 또 다른 작업에선 실험적인 단면을 엿보게 한다. 가변적이고 공간 장악력이 강한 설치작업을 비롯해 장르의 경계를 해체하는 방식으로 조각 영역의 확장을 도모하는 작품도 발견된다.

특히 당대 인류가 처한 문제의식을 투사한 작품과 동시대 이슈인 공존을 키워드로 한 작업 등은 단순한 입체 이상의 가치를 함유한다. 이외에도 조각의 정형적인 틀을 넘어 자연과 동화되는 거대함으로, 또는 반형식적 충동을 동기로 한 현대예술로서의 확장을 꾀하는, 나름의 조형론으로 범주를 넓힌 작업도 목도할 수 있다.

반문명적인 사고의 영향과 산업 사회의 비판을 보여주는 작품들이 눈에 띄는 것과는 무관하게 하나의 경향을 고수하며 일정한 주파수를 갖고 공전하는 작업들도 발견된다. 특정 공간을 점유하며 부동의 형태 속에서 미적 가치와 의미를 드러내는 전통적인 조각도 여전히 강한 흡입력을 내보인다.

이밖에도 재료와 형식보다 아이디어를 중요시하는 경향에 따른 물질과 개념의 충돌, 실존주의적 사고와 형이상학적 사고의 대립 및 호흡을 발산하는 작품들도 드물지 않다. 즉물적 형상보다는 이념에 무게를 둔 작품들까지, 그야말로 저마다의 조형방식으로 각자의 언어를 펼쳐 보인다.

이를 달리 말하면 그만큼 개성과 작가 고유의 특질을 바탕으로 자신의 심상 및 시대상황을 이식한 작업들이 실타래처럼 엉켜 현대조각이라는 거대한 덩어리를 형성한 형국이라 해도 무방하다. 현대조각의 특성인 개념, 장르, 소재, 표현, 기법 등 모든 것에서의 '해방'을 이뤄내고 있다.

이처럼 광장에선 일반론적 조각의 정의에 충실한 작업에서부터 포스트모더니즘을 자양분으로 한 동시대조각의 특징까지 고루 접할 수 있다. 서술방식은 저마다 다른 반면, 궁극적으론 인간 삶의 문제들을 나름의 조형언어로 풀어내고 있다는 사실에선 서로 간 변별력이 없다.

 

'광장조각회'와 한국 조각의 과제

'광장조각회' 30주년 기념 정기전은 단지 어떤 집단의 전시가 아니라, 현대조각의 좌표를 설정할 수 있는 적절한 기회다. 한국 조각계와 관련된 여러 과제를 살펴볼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여기서 말하는 여러 과제 중 하나는 서구의 조형문법을 무비판적으로 답습해온 이식과 모방의 습속을 끊고 자신만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더욱 유효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급변하는 디지털환경에 따른 자구책의 확보이다. 이젠 표현에 있어 어떤 얽매임도 없는 시대라는 점에서 모든 자율성을 거푸집으로 한 정체성의 발현은 어쩌면 독자성과 자생력의 근간일 수 있다. 그리고 이 독자성은 세계 예술계와의 경쟁력에도 도움이 된다.

여타 장르도 매한가지이지만 조각 역시 인간 현존의 위기라는 '공공의 의제'를 다뤄야 한다. 사적 내러티브에서 벗어나 공공의 가치에 집중하고 형식 또한 담론적 장소특정성이나 다매체에 관한 넓은 수용으로 동시대에서의 '조각성'은 무엇인지 되물으며 한국 현대조각을 구성하는 미학 원리가 무엇인지 고찰해야 한다.

물론 이 모든 것이 '광장조각회'만의 숙제는 아니다. 본래는 작가 개인의 몫이다. 하지만 예술가 집단인 '광장조각회'가 그것에 앞장서 과제를 풀어 나가는 역할을 자처한다면 역사의 한 페이지는 또 다른 색으로 정리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광장조각회'를 비롯해 한국 조각은 급격한 사회 환경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넘치는 정보를 의미로 치환할 때 비로소 개별 단체를 포함한 한국 조각의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 조각의 언어는 숱한 예술언어의 하나에 불과하고, '장식'은 불특정 '취향'에 봉사하는 방법임을 기억했으면 한다.

필자는 '광장조각회'가 기 거론한 과제를 풀어내는 데 있어 중심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아무도 걷지 않았던 길을 걷길 바라고, 30주년을 맞아 앞서 거론한 여러 과제에 관한 논의가 한국 조각계와 함께 진지하게 이뤄지길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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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221004-광장조각회 제30주년 기념 정기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