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현 展

 

티파니에서 아침을

Breakfast at Tiffany's

 

티파니에서 아침을_130x95cm_Oil on canvas_2022

 

 

갤러리 도올

Gallery Doll

 

2022. 9. 16(금) ▶ 2022. 10. 2(일)

서울특별시 종로구 삼청로 87 | T.02-739-1405

 

www.gallerydoll.com

 

 

립스틱을 바르고_100x100cm_Oil on canvas_2022

 

 

나의 작업은 일상에서 시작한다. 지나간 하루를 되돌아보면 기억에 남는 장면들이 있고, 그렇게 조금씩 걸러진 장면들이 모여 작업이 된다. 대개 심각한 것들은 아니고 슴슴하고 조용하며 편안한 모습들이다. 그러한 모습들은 일순간 발견한 하나의 장면이 아니라 나의 시선 끝에 맺힌 여러 장면들이 합쳐진 것으로, 켜켜이 쌓여나가 하나의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이는 정지된 시간이 아닌 잠시간 살아있는 이야기를 한 곳에 담아내는 것이다.

“티파니에서 아침을”에 전시되는 작업들 또한 이러한 과정을 거쳤다. 영화 속의 한 장면을 포착해 그대로 그림으로 옮기는 것이 아니라 여러 장면을 조합하여 작업에 필요한 이미지를 만들었다. 이를테면 구도를 위해 원래의 장면에 있던 요소를 없애거나 화면의 분위기를 좌우하는 빛을 새로 그려 넣기도 하고, 카메라가 움직이며 촬영하는 풍경들을 한 화면에 이어 붙여 한눈에 보이도록 하기도 했다. 또한 영화 화면의 고정된 비율을 따르지 않고 캔버스마다 다른 비율을 선택하여 각 작업의 이미지에 적합한 화면을 구성했다.

 

 

그 남자의 방_120x85cm_Oil on canvas_2022

 

 

한편 이미지는 스크린에서 캔버스로 이동하며 새로이 색과 질감을 얻게 된다. 빛으로 이루어진 영화 대신 물감으로 이루어진 회화에서도 빛을 느낄 수 있도록 영화에서 보이는 것과는 약간은 다른 색깔들로 캔버스 위를 칠했다. 미묘하게 조절된 색으로 서서히 물감의 층이 쌓아올려지면서 물질에는 온도가 생겨난다. 화면을 가득 채우는 풍부한 빛이 있는가하면 새벽녘 뿌연 공기 속의 어스름한 가로등 빛, 빗속에서 반사되는 물방울의 빛, 창가로 들어오는 부드러운 아침의 빛은 서로 다른 색조의 밝기와 따스함을 전달해준다.

이렇게 만들어진 이미지들은 영화에 기반을 두면서도 영화에서 재현되는 세계와는 다른 시공간을 구축한다. 관객들은 작업을 보며 영화 속의 장면들을 떠올리는 동시에 영화를 보는 것과는 다른 방식으로 이미지를 경험하게 되고, 영화에 대한 관객의 기억은 눈앞에 펼쳐진 이미지를 통해 재구성되며 해석의 층위를 넓힌다. 빠르게 스쳐지나갔던 단편적인 영상들은 조용한 물리적 화면이 되어 새로운 이야기를 조금씩 드러낸다.

영화에는 하나의 서사가 있어 실타래처럼 얽힌 장면들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풀어져나가며 의미를 드러내고 결말로 향해간다. 하지만 이 작업들은 영화의 서사를 온전히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기억에 새겨진 시간들을 붙잡아보려는 것이다. 그렇게 그려진 그림들은 빛과 색을 통해 고정된 장면에 숨을 불어넣고 영화의 서사에 더해 그 나름의 서사를 만들어나간다. 이러한 작업들이 담아내는 이야기는 곧 나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내 일상 속 시간의 온기를 좇는 작업들은 나의 모습들을 발견해나가며 서서히 나라는 서사를 그려나간다. 삶의 장면에서 나온 그림들은 다시 나의 삶의 장면이 된다.

 

 

Sweet Dream_162.2x130.3cm_Oil on canvas_2022

 

 

Moon river_130x100cm_Oil on canvas_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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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220916-이승현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