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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일 사진展
홍티 : 무지개 마을
남해바래길 작은미술관
2022. 9. 4(일) ▶ 2022. 10. 30(일)
경상남도 남해군 남면 남면로1739번길 46-1
부산에 위치한 홍티마을은 무지개 언덕과 함께 낙동강이 유입되는 하구와 연결된 포구 마을이다. 지금은 마을의 서쪽 해안에 무지개 공단이 조성되었고, 해안은 좁은 수로의 형태로만 남아 소형 선박들이 정박하고 있다. 공단의 조성으로 산기슭의 일부를 제외하고는 아름다운 마을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포구의 기능도 거의 상실되었다. 더군다나 하구 둑 건설 이후 약해진 조류 탓으로 어자원은 크게 줄어들었고, 대신 공단의 기계소리와 외국인 노동자들의 일터로 바뀌어버린 지도상의 어디에도 없는 마을이 되었다.
도시는 개발과 현대화라는 속성을 가지며 그 속에 잠재하는 욕망의 에너지는 하늘의 한쪽 끝을 삼킬 만큼 강하다. 급속하게 변해가는 개발 속에서 초라하게 방치된 포구와 몇 푼 안 되는 보상금으로 고향을 잃고 도시 빈민으로 내몰린 주민들의 안타까운 모습은 이미 오래전 사람들의 기억으로부터 잊혀졌다. 도시의 과도한 개발과 변화가 불가피한 현실이라면 이러한 과정 속에서 지역 주민과 환경의 훼손을 최소화하여 함께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의 모색도 우리의 과제이다. 더군다나 항구와 물의 도시 부산을 무조건 도시의 속성으로만 몰아가며 파괴와 해체의 역사로만 기록하고 보아야 할 것인가는 좀 더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모든 존재는 오래전부터 생성과 소멸을 반복해왔고 이는 계속해서 되풀이 되고 있다. 변화하지 않는 영원성의 개념에 대한 문제 제기와 그것의 갈망은 존재의 유한함을 자각하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살면서 마주하게 되는 인간의 죽음이나 사물의 소멸은 우리로 하여금 두려움을 느끼게 하며 더욱 영원함에 집착하도록 만든다. 죽음이 삶과의 단절이 아닌 새로운 시작임을 암시하는 종교적 접근은 동양의 순환원리인 삼사라이기도 하다.
플라톤은 동굴의 비유에서 시간이 흐르면서 사라지는 불완전한 그림자가 아니라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참된 것을 인식하라고 했다. 이는 일반적으로 경험되는 감각적인 알아차림이 아니라 깊이 은폐되어있는 그 본래의 소여성에 대한 인지이며, 오로지 우리의 이성으로서만 자각할 수 있다. 나는 이번 작품을 통해서 시간 속으로 사라지는 홍티마을 아카이빙하고, 하나의 연결된 선상에 놓인 삶과 죽음의 순환성을 사진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마을주민의 대부분이 떠나버린 프레임속의 기호와 상징들은 시각적인 무의식을 나타내고, 이를 통해서 감상자가 장막으로서의 그림자를 걷어내길 바란다. 몰운대에서 석양을 보며 사라지는 홍티의 안타까움을 느끼기도 하지만 순환으로서의 영원성을 인식하며 ‘변하지 않음’이라는 것에 집착하지 않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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