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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희 展
갤러리 이즈
2022. 8. 3(수) ▶ 2022. 8. 9(화) 서울특별시 종로구 인사동길 52-1 | T.02-736-6669
삶을 긍정하고 노래하는 오늘의 여행, 그 길에서 만난 생명의 환희
김진희 작가는 바로 이 지상의 희로애락(喜怒哀樂)의 여정(旅程)에서 만난 범부(凡夫)들에게 판타지 같은 세계로 안내하는 길잡이 역할을 스스로 자처하고 있다. 그동안 작가는 주로 식물의 세계에서 느리지만 따뜻한 꿈꾸기를 통해 인생의 성장을 도모해왔다. 이번 전시를 통해서 세상이라는 숲길에서 보다 나은 미래보기를 희망하는 자들을 위해 부단히 움직이려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호랑이는 존재적으로나 형상적으로 한국인에게 신통력 있는 영물(靈物)인 동시에 해학적이고 인간적이기까지 하다. 이 호랑이의 모든 것을 포용하는 달관한 눈빛과 정적이지만 끊임없이 어디론가 향하는 행보(行步)는 작가의 일상과 판박이이다. 이 호랑이인 듯, 고양이인 듯 때로는 인간의 입술을 가진 존재는 작가의 영혼이 투영된 그 자체다. 이번 모든 전시 작품에서 등장하는 호랑이는 실재를 살아가는 인간의 마지막 길에서 ‘꼭두’라는 또 다른 존재적 형상을 만나 제 역할을 한다. 꼭두가 상여의 맨 윗부분에서 이승을 향해 마지막 여행을 나서는 망자 곁에서 상서롭고 믿음직한 안내자로서 먼 길 떠나는 자의 영혼을 위로하고 달래며 모든 잡스러운 것들을 물리친다고 할 때, 호랑이는 꼭두보다도 먼저 이 험한 세계를 헤쳐 나가는 보호자와 같다. 이 듬직하고 사랑스러운 존재를 통해 우리 인간의 영혼은 꼭두에게 인도되고 또 꼭두는 우리를 더 초월적이고 신성한 세계로 이끈다. 삶과 죽음으로 나누어진 경계에서 우리의 조상들이 영원한 영혼의 안식을 바랬듯 비리와 폭력 그리고 무기력이 넘치는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들은 맑고 투명한 정화(淨化)를 통해 우리 삶이 보다 초탈해지기를 바라고 있다. 물질적인 생존투쟁으로 살아남기만을 바라는 개체에서 더욱 더 능동적이고 공동체적인 상생과 소통의 삶을 희구(希求)하고 있는 것이다. 그 세계는 김진희 작가의 작품에서 나타나듯 온갖 꽃들로 대별되는 긍정적이고 밝은 에너지로 가득 한 축제처럼 삶의 역동성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다른 세계의 메신저인 새를 대동하고 함께 길을 떠나는 이들이 마주한 꽃들의 희망은 성장을 거듭해 나무처럼 견고하고해처럼 환하다. 또 다른 세계로의 초월적 전이를 위해 애쓰는 인간들에게 호랑이와 꼭두는 가상의 미래를 막연하게 제시하기 보다는 현재적 삶의 고통을 승화시켜 축제로 만들 것을 정언명령(定言命令)한다. 누구나 행복한 삶을 살 권리가 있고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의 삶을 어떠한 얄팍한 목표와 수단으로 채우는 것이 아니라 절대적이고 조건 없는 도덕적 행동을 통해 정화시킴으로써 초월적인 존재로 우리 스스로를 완성해나가야 한다.
삶에 지친 이들에게 위무의 손길을 내미는 이번 전시작들을 통해 관람객들은 영혼의 순수한 에너지를 밝힐 다채롭지만 가볍지 않은 색들과 우리의 민화에 조형적 기반을 둔 형상들의 소박한 형태를 만나게 될 것이다. 누구나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인생길을 간다는 의미에서 우리는 삶을 만들어가는 창조자이다. 여러 실패로 인해 고독해진 인생의 숲길에서 가는 곳마다 생명의 희망을 길어 올리는 호랑이와 내면에서 깨달음의 울림으로 길을 찾아 나선 자의 눈이 되어주는 꼭두를 만나 우리는 생의 비약(élan vital)이 가능해진다. 창조적 삶과 생명을 일궈내는 우리가 일생을 통해 진화시켜 내는 삶의 역동성은 바로 매일 새롭게 태어나 낯설지만 설레는 마음으로 삶을 끊임없이 지속적으로 변화시켜내는데서 나온다. 삶을 보다 활력 있고 긍정적인 에너지로 가득 차게 하는 생명력을 통해 영혼의 단계를 끌어 올리는 것이야말로 김진희 작가가 우리에게 전하고 싶은 생의 근원적인 의미이자 우리가 가야 할 길일 것이다. 이 폭발적 잠재성이 충만한 김진희 작가의 작품 안에서 우리는 오늘도 오늘만의 여행을 통해 내일의 우리와 만나고자 한다.
김 경 량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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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메일에 등록된 모든 이미지와 글은 작가와 필자에게 저작권이 있습니다. * vol.20220803-김진희 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