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지하 초대展

 

삶은 초콜릿 보다 달콤하다

 

 

 

갤러리 빈치

 

2022. 8. 2(화) ▶ 2022. 8. 14(일)

서울특별시 서초구 방배로 234-10 | T.02-6402-27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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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잃고 부르는 노래 Innocent_170x150.5cm_순지에 먹, 콩테, 코피, 분채_2018-2022

 

 

내가 정말 많이 배운 사람이 몇 있는데.
내가 깨닫고 얻은 것들은 그들의 부재에서 시작됐다.

지금의 난 기쁜 일에 그렇게 기뻐하지도, 슬픈 일에 그렇게 슬퍼하지도 않으면서 여전히 뭐든 할 수 있는 내일이 있다는 것에 감사한다.

사람으로서의 가치와 삶의 의미가.
사람과 삶 그 자체에 있다는 걸 그때는 왜 몰랐을까?
하는 후회를 문득문득 한다.
그런데 또.
지금의 뒤늦은 깨달음을 위해 여전히 적응 안 되는 '안녕'은 불가피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 가끔 그립고 슬프지만, '있음'은 '없음'에서부터 나온다는 말이 정말 맞는지도 모르겠다.

다음 날 아침에 차가운 라떼를 마실 수 있고, 다음 날 오후에 수업에 참여할 수 있고, 다음 날 저녁에 뭘 먹을까 고민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모두 감사한 일인데 말이다.

너무나 우연했던 그들과의 이별은 삶과 존재에 대한 나의 생각을 바꾸어 놓았다.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이 세상에서 인간이 해야 할 것은 살아있다는 '나'의 존재에 대한 명징한 의식을 가지고 삶을 가꿔나가는 것이었다.
인생은 허무함 투성이라 살 가치가 없는 것이 아니었다. 삶은 확실한 하나의 가치로 제한되어있지 않기에 되려 한계 없는 막연함이자 무한함이었고, 무상함 아닌 무성함이었다.
확실한 무언가를 해야만 또 누군가 곁에 있어야만 인간으로서의 가치가 생기고, 남겨놓은 족적이 영원해야만 삶의 가치가 생긴다고 생각했던 나의 생각은 너무나도 어린 것이었다.
죽음에 대한 경험은 허무가 삶에 대한 사력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깊은 밤 Midnight_170x130cm_장지에 먹, 콩테, 커피_2019-2021

 

 

나는‘그럼에도 불구하고’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허무에 대한 수용적 태도가 아닌 능동적 자세를 지닌 사람이 되었다.
작고에 대한 슬픔과 이별에 대한 후련함은 나를 더욱 더 허무에 반항하게 했다. 삶에 애착을 가지게 했다.
허무에 잠식된 인간의 자화상을 그리던 나는 이제 삶에의 의지를 느끼는 인간의 자화상을 그린다.

지금의 나에게 허무란 삶에 대한 의지이자 사력이다.
‘인간의 삶은 이렇게 한낱 꿈일 뿐이야, 허탈하고 무상하지’가 아닌‘인생이라는 한낱 꿈에서 깨어나기 전 나의 모든 것을 다해 이 시간을 충만함으로 채워나가야지, 후회하지 않도록’이라는 인간의 의지와 열망이 그것이다.

삶은 더 이상 나를 짓누르는 아득함이 아니다.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무한함의 시공간이다. 나는 이 시공에서 내가 살아있다는 움직임을 인지하며 나 자신과 대면한다.
나는 하나뿐인 나의 삶에 충실하기 위해 더 이상 확실함을 쫓지 않으며 가치를 정해놓지 않는다.
나는 이러한 ‘삶에의 의지’와 ‘무성한 가치', ‘무한함’으로서의 허무를 즉흥적이고 직관적으로 구현하며, 허무에 반항하는 인간의 모습을 연출적으로 표현한다.

나의 오늘은 누군가가 간절히 바라고 원하던 내일일 수 있고 내가 살아갈 시간들은 끝이 있기에, 이유를 모르기에 더더욱 오늘 하루만 살 것처럼 사는것.
과거의 시간에 갇힌 채 미래의 어느 순간을 위해서가 아닌, 지금 현재를 기꺼이 살아내는 인간의 반항. 이것이 내가 말하는 허무의 페르소나이다.

 

- 윤지하 작가노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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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220802-윤지하 초대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