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채원 展
너무나 선량한 말들 Best Regards
죽은 척_97x72.4cm_캔버스에 아크릴릭_2022
전시공간 리:플랫
2022. 7. 8(금) ▶ 2022. 7. 30(토)
서울특별시 중구 세종대로16길 27, 남양빌딩 402호 | T.02-777-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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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선량한 말들 Best Regards
《너무나 선량한 말들》은 ‘2022 전시공간 리플랫 신진작가 기획공모 선정작’으로 그간 매뉴얼 등의 규칙을 재해석하는 데 집중해온 문채원 작가가 다수의 신작을 선보입니다. 그는 사용자를 정해진 방향으로 이끄는 신호에 주목하며 비상 탈출을 위한 안내서부터 공익을 위해 만들어진 규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규칙을 작업의 소재로 삼습니다.
주어진 지침이 목표에 도달하는 가장 안전한 방법이라 생각하는 우리는 때로 투덜거리더라도 그에 따르는 것을 마다하지 않습니다. 눈앞에 그려진 화살표를 좇다 보면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인쇄 오류로 일부 정보가 유실되거나 나사 한두 개가 누락되면 단순한 가구 조립 매뉴얼 책자조차 금세 제 기능을 상실합니다. 또한, 대부분의 매뉴얼은 신체를 움직이는 데 어려움이 없는 상태의 사용자를 가정하고 제작되므로 그렇지 않은 경우 역시나 쉬이 무용지물이 되어버립니다.
따라가기만 하면 목표를 성취할 것이라 여겨지는 매뉴얼의 작동 방식에는 이처럼 보이지 않는 허점과 오류가 존재합니다. 문채원 작가는 유사시 탈출을 위한 구명정 사용 지침에 의문을 제기하고(<구명정>) 팬데믹으로 인해 생겨난 규제가 지닌 아이러니함을 보여줍니다.(<믿을만한 출처>, <사각 모양의 허가>) 이를 통해 그동안 당연하게 여겨온 많은 규칙을 색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게끔 유도하여 우리의 기존 사고방식에 균열을 야기합니다.
문채원 작가는 지침이 그 기능을 잃고 적극적으로 오역되는 상황을 제시합니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매뉴얼의 시각에서 끊임없이 실패하는 상황의 연속”인 셈입니다. 그러나 삶의 방식을 하나로 규정하는 것은 어쩌면 불가능하기에, 완전한 형태의 매뉴얼이란 애초에 존재할 수 없는지도 모릅니다. 변화하는 삶에 대응하는 자신만의 유연한 지침을 세우는 데에 이번 전시가 ‘선량한’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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