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수 展
한터아리랑
갤러리자인제노
2022. 7. 1(금) ▶ 2022. 7. 10(일)
서울특별시 종로구 자하문로 10길 9-4 | T.02-737-5751
www.zeinxeno.co.kr
일곱살 어린시절. 시골 장날이 되면 가족들이 둘러앉아 소달구지에 쌀가마니를 가득 싣고 가신 아버지를 기다렸다. 저녁 무렵 장에서 돌아오신 아버지는 허리춤에 찬 먹빛 먹빛 전대에서 천원권 다발을 꺼내 나눠 주시며 백장이 맞는지를 세어 보라고 하신다. 고사리 손으로 돈을 세던 느낌은 콩콩 가슴뛰는 흥분과 함께 다른 어떤 놀이보다 재미가 있었다. 그날 이후로 학교에서 돌아오면 골방에 앉아 헌책과 다 쓴 공책을 오려 돈다발을 만들어 쌓아놓고 세는 놀이를 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엽전 꾸러미는 오래된 고서를 한장 한 장 일일이 물감을 입히고 손으로 잘라 오려서 묶고 다시 화면에 배열하여 금분과 먹과 주묵을 사용한다.
빈 마음으로 나를 바라 볼 때 비로소 옛 어린시절 나의 가슴을 움직인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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