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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ze Solving Algorithm 展
송은영 · 장현주 · 정세라
갤러리 BK 한남
2022. 6. 2(목) ▶ 2022. 6. 23(목)
서울특별시 용산구 대사관로 25 | T.02-790-7079
www.gallerybk.co.kr
송은영 作_46 (A Blue Plant Pot)_100x100cm_Oil on linen_2019
서울 한남동 Gallery BK Hannam에서 6 월 2 일부터 6 월 23 일까지 송은영, 장현주, 정세라 작가의 3 인전이 진행된다. 이번 기획전에서 3 명의 작가들은 작품을 통해 존재하지 않는 모호하면서 비확정적인 풍경과 면밀히 수집된 이미지들을 제시하며, 실재와 허구의 경계를 무너트리면서 자신이 맞닥뜨린 현실의 해결되지 않는 부분적인 실마리와 함께 현명한 해답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탐색적 태도를 보여준다.
Maze Solving Algorithm (미로탐색알고리즘)이란 미로를 최단시간 안에 최단거리로 돌파하는 것으로, 흔히 좌수법, 우수법으로 나뉘는데 이는 단순히 왼쪽이나 오른쪽 벽을 계속해서 짚어나가 미로의 Way Out 을 찾아가는 알고리즘을 뜻한다. 자신이 이미 지나간 길을 체크하지 않아 기억에 대한 소비는 적지만 사이클이 생기는 미로는 통과가 불가능하며 특히, 갇힌 미로가 큰 사각형의 일부분이라면 이것은 더 이상 미로가 아닌 영원히 빠져나갈 수 없는 미궁이 되어 버린다. 혼란을 가중시키는 복합적이고 다층적인 구조에서 인간은 살아남기 어렵고 자신만의 ‘표식’없이는 이미 지나간 길에 대한 두 번, 세 번의 반복적인 실수와 좌절을 하게 되는데 우리가 겪고 마주하는 일련의 과정과 현실의 모습이 이와 같다.
무질서한 형태의 전개, 예측 불허한 결과, 우연과 불연속, 실재와 허구. 이 도시의 풍경은 마치 미로의 한 가운데에 서있는 우리를 감싸안듯 매일 다르게, 그리고 빠르게 모두를 자극한다. 정리되지 않고 정제되지 않은 이 자극제는 작가 정세라의 작품에서 몽롱하고 일렁이는 고독한 도시의 모습으로 표현되어지고, 쓸쓸하고 일그러진 풍경과 모호한 이미지들의 기록으로 하여금 보는 이의 내면을 비추고 있다. 자아는 경험을 통해 환경에 대한 지시성을 갖게 된다. 프랑스의 사상가 사르트르(Jean Paul Sartre, 1905~1980)는 자아를 초월적 존재로 보고 유아론적 의식의 독립성은 결국 고립된 존재가 된다고 언급했다. 늘 삶과 세계를 매끄럽고 완결된 이미지로 만들고자 하지만 종종 결락된 구멍들이 생겨 이는 우리의 고립된 자아와 의식을 건드리게 되고 작가는 현실에 갇혀, 미로 속에 갇혀 갈피를 잡지 못하는 그러한 우리, 당신의 모습을 화면 안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장현주 作_평화롭다_120x220cm_Mixed media on canvas_2017
회색 도시의 풍경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군상의 뒷모습은 표정과 감정이 배제된 채 화면을 가득 채운다. 무의식 중 덧입힌 붓의 자국들을 지워내기라도 하듯, 색과 색이 겹겹이 모여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듯 전혀 다른 세계가 혼합된다. 작가 장현주는 화폭 위에 무심결에 드러난 정리되지 않은 터치의 흔적을 살펴보며 지난 날 자신의 실수를 레이어가 중첩된 색으로 지워내고 그리기를 반복한다. 자신만의 표식을 만들어 무채색의 암울한 군상의 모습을 위로함과 동시에 새로운 해답을 제시하는 것이다. 오스트리아의 심리학자이자 의사인 프로이트(Sigmund Freud, 1856~1939)의 정신분석과 아들러(Alfred Adler, 1870~1937)의 개인 심리학에 이은 제3 학파인 로고테라피(Logo therapy)는 과거의 기억이나 상처에 너무 집착하거나 두려워하지 않을 것을 당부하며 희망찬 미래가 오는 것을 믿고 삶을 충실하게 살아가도록 격려하는 심리치료법으로, 작가 장현주는 이에 기반하여 인간 내면의 지난 날에 치중되어 있는 내적 심리와 그들이 궁극적으로 목적하는 것을 독려하는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다양하게 중첩되고 병치되는 지점은 평면적 공간, 문과 벽 등의 사물에 가려져 보이지 않지만 있다고 여겨지는 공간, 그리고 두 캔버스 사이에 실제 존재하는 틈, 총 세 개 공간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곳으로, 작가 송은영은 일상의 이미지와 실제, 그리고 비가시적 공간의 관계를 허물어 화면 위에 하나의 장소로 환원시킨다. 작가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무언가를 찾아 헤매듯 보여지고 주변 분위기는 그들을 비현실적으로 휘감아 갑작스러운 단절과 낯선 일루전을 만들어낸다. 단순하면서 이중적이고 단단하면서 부드러운 작가의 ‘비확정적 풍경’은 관람자들로 하여금 과거와 현재, 혹은 미래의 조화와 균형을 시각적으로 경험하게 한다.
여름 밤, 뒤엉킨 꿈과 같은 다층적 형태의 풍경과 그 속에 내면을 감추고 등장하는 인물들의 모습은 각각의 화면 밖 관람자들에게 무언의 메시지를 던지며 깊은 사유적 잠영을 유도한다. 어느 문제에 대해 같거나 유사한 방식의 해결책, 하나의 ‘정답’을 말한다. 하지만 ‘해답’은 질문이나 의문을 풀이한다는 의미로, 다방면의 대안과 선택지가 생기는 가능성을 보여주며 정답과의 간극을 분명히 하고 있다. 3 인의 작가들은 관람자들로 하여금 더 이상 탈출 불가의 미궁이 아닌 현실의 미로에서 자신만의 Way Out 을 찾아 벗어나기를 바람과 동시에 이번 전시에서 그들이 제시하는 3 인 3 색의 ‘해답’을 직접 탐색해보는 시간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Gallery BK 디렉터_ 최민지
정세라 作_사이의 장소_145x112cm_Oil on canvas_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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