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은 초대展

 

브레멘 사물 음악대

 

 

 

스페이스 엄

 

2022. 6. 1(수) ▶ 2022. 6. 14(화)

서울특별시 서초구 방배로42길 39 | T.02-540-1212

 

www.spaceum.co.kr

 

 

오고가기_43x33.5cm_종이에 아크릴 & 엔틱 액자_2022

 

 

브레멘 사물 음악대 : 정물화 같은 우화 | ‘브레멘 동물 음악대’는 늙어서 더 이상 짐을 나르거나, 사냥을 할 수 없는, 잡아먹힐 일만 남은 동물들이 브레멘에 악사가 되기 위한 여정을 담은 이야기이다. 가는 길에 쉴 곳이 필요했던 그들은 도둑이 있는 집에서 힘을 합쳐 도둑을 물리치고 그곳에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다. 제목은 브레멘 음악대지만 브레멘에 도착해 연주하는 모습은 나오지 않는다. 악사가 된다는 것은 명분이고 그들은 살기 위해 떠났으며 그들에게 필요했던 것은 살아갈 편안한 안식처였던 것이다.

나의 작업은 쓰임새를 잃어가는 옛 사물들이 본래의 역할에서 벗어나 무엇이든 될 수 있는 사물들의 안식처라고 할 수 있겠다. 사물 음악대들도 동물 음악대와 마찬가지로 연주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요점은 현실에서의 쓸모와 상관없이 작품으로서 다시 살아간다는 점이다.

물건들이 살아간다는 것이 어울리지 않게 느껴질 수 있지만 나는 작업하면서 사물들을 정지된 것으로 생각한 적이 없다. 정물화처럼 보이지만, 정물화가 아니다. 마치 우화를 만들 듯 각 물건들이 살아있음을 상상하며 그린다. 내가 태어나 처음 익히기 시작했던 사물들은 오래된 소꿉친구와 같다. 그리고 그것들이 하나 둘 없어질 때마다 내가 살았던 시간들도 사라짐을 인식한다. 언젠가 우리도 세상에 없음을 깨닫게 된다. 현실에서는 그것을 어쩔 수가 없다. 실제로 그림형제가 바라본 노쇠한 동물들은 브레멘으로 떠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예술이란 것은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한다. 나는 사라져가는 사물들을 사라지지 않게 하기 위해 작품으로 끌어와 생명력을 부여하고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현실에 있는 것들로 세상에 없는 공간을 그리는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사물을 통해 아날로그를 경험한 마지막 세대로서, 지나가는 시대를 재해석하고 담고 싶다.

이번 개인전에는 다실바 화분이 없다. 내가 처음 영감을 받았던 행궁동 다실바 의상실 사장님의 화분에서 이미 벗어난 지 오래인데, 화분이란 이름으로 제한을 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전시를 준비하면서 화분이란 이름을 버리니 사물들은 자유로운 배치를 가지게 되었고 캐릭터들이 생겨나고 이야기가 더해지고 나아가 작품 세계관을 구축해나가고 싶어졌다. 이 전시를 시작으로 스스로의 작품 색과 풀어나가고 싶은 이야기들을 분명하게 그려나갈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정물화 같은 나의 우화의 첫 페이지인 ‘브레멘 사물 음악대’를 즐겁게 봐주시면 좋겠다.

 

 

카세트 토끼_72.7x53cm_Acrylic on Canvas_2022

 

 

라디오 마우스_72.7x53cm_Acrylic on Canvas_2022

 

 

북치는 원숭이_53.0x40.9cm_Acrylic on Canvas_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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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220601-조정은 초대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