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혜경 展

 

touch - 슬픔이 슬픔에게

 

touch_116.7x91.0cm_캔버스 위 혼합재료_2020

 

 

갤러리 라메르

 

2022. 4. 27(수) ▶ 2022. 5. 2(월)

관람시간 | 10:30 am - 6:00 pm | * 화요일은 오전만 운영

서울특별시 종로구 인사동 5길 26 홍익빌딩 | T.02-730-5454

 

www.gallerylamer.com

 

 

touch_116.7x91.0cm_캔버스 위 혼합재료_2020

 

 

조혜경, 세상을 어루만지다

 

조혜경은 오래전부터 인간의 관계를 탐구해온 작가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발생하는 오묘하고 신비한 역학관계를 추적해 왔다는 말이다. 조혜경이 관계성의 예로 주목한 것은 반 고흐와 시엔 (Clasina Maria Hoornik)의 관계이다. 그런 가운데 작가는 '온전함'이란 '완전함'을 추구하는 것이라기보다는 '부서짐'을 삶의 총체적인 부분으로 끌어안는다는 뜻밖의 사실을 우리에게 전해준다.

 

조혜경의 화면에서 고흐의 연인이었던 시엔을 모델로 한 <슬픔>(Sorrow)(1882)은 흐릿하게 드러난다. 이전에는 전체 실루엣을 드러내는 편이었지만 근래에는 두상이라든지 등과 무릎 등 신체의 일부만을 드러낸다. 그럼에도 변치 않는 것은 작가가 시엔을 대하는 고흐의 감정, 즉 상처입은 사람에 대해 갖는 '긍휼'(矜恤)이다. 수십개의 시엔 이미지에 스크래치를 하거나 콜라주로 오려 붙이거나 시엔 인체의 아웃라인을 겹쳐 서로 품고 있는 형태로 구성하되 그것이 조형적 실험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진정성의 기조를 잃지 않는 범위에서 조명하고 있다.

 

 

touch_72.7x60.6cm_캔버스 위 혼합재료_2020

 

 

우리가 사는 세상이 호락호락하지 않듯이 그의 화면 역시 곳곳이 파열되고 거칠거칠하다. 평지만 있으면 좋으련만 작가는 우리의 세상이 험지이고 위험에 노출되어 있음을 암시한다. 우리는 이런 곳에서 예기치 못한 암초를 만나 넘어지고 일어나기를 반복한다. 그런 길 한 켠에 웅크린 인물을 만난다. 바로 시엔이다. 그녀는 고흐가 19세기 말 헤이그에서 만난 여인이 아니라 현존하는 인물, 즉 우리 자신이고 우리 이웃일 수도 있을 것이다.

 

조혜경의 '터치'는 사랑과 신뢰가 우리를 저버릴 때, 꿈이 손에 닿지 않은 곳에서 표류할 때 이 고통스런 질문에 대한 단서를 제공한다. 파커 J. 파머(Parker J. Palmer)의 말대로 어떤 사람이 인생의 깊은 골짜기에 진입하여 큰 슬픔으로 절망에 빠지며 더 이상 살아갈 가치가 없다고 확신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다양한 내면 활동을 통해 마음이 더 커지고 자비로워 졌음을 깨닫는다고 말한다. 이 말은 상당히 설득력이 있는 것 같다. 우리는 처음에 슬픔에 잠겨 난감해 하다가도 얼마 후 다른 사람이 비슷한 상황에 처했을 때 동병상련의 감정을 품게 되기 때문이다. 상실에도 불구하고, 아니 그 상실 때문에 타인의 슬픔과 기쁨을 받아들이는 능력이 더 커지는 셈이다.

 

 

touch_91.0x91.0cm_캔버스 위 혼합재료_2020

 

 

조혜경은 이런 일들이 생활공간에서 실현되기를 염원한다. "우리라는 연대를 통해 고통을 공감하고 함께 나가는 것, 우리가 서 있는 삶의 자리, 바로 그곳이 하나님이 현존하시는 자리임을 알고 상처입는 자들과 함께 하며 그들을 홀로가 아님을 드러내 보고자 한다."(작가노트)

 

근래 작품에서 작가는 고통의 나눔이 내일의 희망을 안겨준다는 사실을 뚜렷이 하고 있다. 시엔의 이미지 곁에 이전에는 볼 수 없던 화사한 색채가 가미된다. 화면의 조화를 위한 단순한 색채대비가 아니라 새로운 희망을 향한 표시이다. 그의 그림에서 어둠과 빛, 쇠락과 생명, 슬픔과 희망은 대립물이 아니다. 이들은 서로를 부인하지 않으며 현실의 중심에서 신비한 통합을 이루고 함께 창조한다.

 

 

touch_130.3x130.3cm_캔버스 위에 혼합재료 collage_2020

 

 

더 생각해보면 이들은 온전함을 위해 서로를 필요로 하는 것 같다. 우리 가운데는 인생의 봄 만을 원하는 사람들, 그러니까 고통 없이 삶의 쾌락만을 추구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지만 그것은 결코 우리에게 진실한 생기를 주지 못하고 역경의 시기에 우리 자신을 지탱시켜 주지도 못할 것이다.

 

조혜경은 유리가 빛을 이해하듯이 망가진 세상을 치유하는 예술의 능력을 이해한다. 새벽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면 새로운 날의 신비와 색채가 어떻게 찾아오는지 상상할 수 없을 것이다. <터치>는 곡절 많은 세상에서 우리들의 슬픔과 고뇌를 어루만져주는 하늘의 터치를 기대하며 제작한 것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그 슬픔과 고뇌를 불행으로 인식하기보다 새로운 삶의 씨앗들이 파종되기 시작하는 순간으로 넉넉히 받아들이고 함께 부를 새벽의 찬가를 준비하는 것이리라. 그의 작품은 시인 메리 올리버가 읊조린 것처럼 "내가 당신에게 이 이야기를 하는 것은 / 당신의 가슴을 부수기 위해서야"라고 말하는 것 같다.

 

서성록(안동대 미술학과 교수)

 

 

touch_91.0x91.0cm_캔버스 위 혼합재료_2020

 

 

touch_162.2x130.3cm_캔버스 위 혼합재료_2020

 

 

touch_162.2x130.3cm_캔버스 위 혼합재료_2020

 

 

 

 

 
 

조혜경 | 趙惠慶 | Jo Hye Kyung

 

중앙대 예술대학 회화학과 졸업 | 백석대 기독교전문대학원 기독교미술학과 졸업 및 미술학 박사과정수료

 

개인전 및 부스전 | 13회

 

기획전 및 단체전 다수

 

현재 | 한국미술인협회, 한국기독교미술인협회, 아트미션, 비손전 회원

 

Instagram | https://www.instagram.com/jo_hyekyung/

E-mail | joyhk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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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220427-조혜경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