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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 展
기억을 보듬다
희수갤러리
2022. 4. 15(금) ▶ 2022. 5. 3(화)
서울특별시 종로구 인사동길 11-3, 2~3층 | T.02-737-8869
www.heesugallery.co.kr
어린 시절의 하찮았던 자잘한 사물의 발견은 잃어버린 소중한 것을 찾았을 때의 반가움과 서러움의 시점이랄까? 그것들을 맞닥뜨리는 순간 왜 그림을 그리는지 알 것 만 같았다.
파란 대문, 모과나무, 양은 냄비, 뒤뜰의 두툼한 이끼, 옥상 계단에 떨어져 가는 페인트, 화장실 옆 엄나무, 수돗가에 놓인 빨간 대야, 두껍게 니스칠한 방문은 살아가면서 힘을 주고 용기를 줬던 사소한 것들이다. 힘들 때마다 가족들과 나누던 의미 없는 대화나 할머니 댁, 성정동 집에 놓인 때 묻은 사물들이 그 자리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치유 받고 세상으로 나와 묵묵히 가던 길을 가기 위한 에너지를 받았다. 삶을 지탱하게 해준 것은 거창한 말이나 돈이 아니라 언제든 따스하게 바라볼 수 있고 만져 볼 수 있는 사소한 사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일상적인 사물들이 내 삶에 녹아있는 철학이 되어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바탕이 되었던 것 이다. 나에게 그림은 무겁거나 진지한 것이 아니라 일상적인 삶에서 볼 수 있는 사소한 것이다. 언제나 그 자리에 있을 줄 알았고 하찮아서 하찮게 여겼던 것들이 삶의 중요한 순간 언제나 함께하던 힘의 원천이었던 것 이다.
일상적인 삶에 흔히 볼 수 있는 사물들의 소중함을 알아가며 과거를 통해 현재를 돌아보고 나아가 미래를 위한 힌트를 얻는 것이라 생각하게 됐다.
어린 시절의 하찮았던 자잘한 사물에 대한 기억은 정신적 치유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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