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일중 사진展

 

SEE SEUN (시 선)

 

 

 

인사아트센터

 

2022. 4. 6(수) ▶ 2022. 4. 12(화)

서울특별시 종로구 인사동길 41-1 | T.02-736-1020

 

www.insaartcenter.com

 

 

침묵의 소리

 

사진사에 나오는 최초의 사진은 무려 여덟 시간 동안이나 렌즈를 열고 찍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 이후 180여 년이 지나는 동안, 카메라는 까마득한 거리의 천체의 모습이나 눈으로는 볼 수 없는 극도로 미세한 사물의 구조나 빛처럼 빠르게 이동하는 물체의 움직임을 잡아낼 수 있을 만큼 능력을 향상되어 나왔습니다. 그런 한 편, 시간을 거스르기라도 하려는 듯, 기술이 미숙했던 시절의 옛날 방식으로 긴 노출을 주고 촬영하는 사진 스타일이 최근 큰 유행을 보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현상을 ‘르네상스’라는 말로 표현하는 이도 있습니다.

단순히 모든 것이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대한 반동과 고전적인 가치에 대한 관심의 회기라는 이유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합니다. 분명, 장노출 사진에는 새로운 방식으로 세상을 보여주는 마술적인 힘이 있습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경험해온 것과는 전혀 다른 독특한 방식으로 빛과 움직임을 잡아낸 아름다운 작품을 보는 사람은 현대의 사진가들이 왜 그처럼 장노출 사진에 강한 매력과 중독성을 느끼는지를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생성된 이래 50억 년 동안, 동일한 질량으로 지구 표면의 70%를 채워온 바다. 끝없이 반복되는 크고 작은 파도의 움직임과 그 파도를 일으키는 습기 찬 바람을 온몸으로 느끼며 바라보는 바다 풍경이야말로 자신에 관해서 성찰하고 사유하도록 만드는 더없이 완벽한 시간과 장소일 것입니다. 윤일중이 사진의 주제로 선택한 것은 그런 바다입니다.

빛과 그림자는 사진의 모든 것입니다. 그의 단색조의 바다 풍경에서 하늘과 바다를 구분하는 유일한 경계는 수평선입니다. 낡고 부서진 목제 부교와 폐선의 잔해, 규칙 바르게 세워진 양식장의 수많은 기둥, 쓰러질 듯 한쪽으로 기운 전신주와 수평선을 향해서 달려나가듯 이어지다가 물속으로 사라져버리는 말뚝들... 광대함과 고요함, 안정과 불안정, 영원과 덧없음, 모호와 명료함, 이런 모순되거나 상반되는 요소들이 조화를 이루며 출현하는 시적인 정경에서는 노스탈지, 초현실, 평온함, 코스모스, 미스터리, 기억, 흔적 같은 단어들이 안개처럼 피어오릅니다.

 

 

 

 

광활한 바다와 수평선이 하나로 녹아든 명상적인 화면은 시간과 공간에 대한 감각에 일시적인 혼란을 일으킵니다. 많은 사람이 감동적인 일출과 석양 사진을 찍는 시간에, 그는 수평선을 향해서 카메라를 세우고 구도와 노출을 면밀하게 계산해서 셔터를 누른 다음, 연약한 빛과 습기찬 바다의 대기에 센서가 충분히 젖어 들 때까지 그곳에서 조용히 기다립니다. 그렇게 해서 우리가 현실이라고 부르는 것의 재현이 아닌 내면의 비전, 모든 생명의 기원과 영원한 반복에 대해서 성찰하도록 환기하고 있는 것입니다.

빛과 물과 바람과 소리의 수많은 작은 입자들을 담은 구름이 유체처럼 하늘에 녹아 있습니다. 끊임없이 밀려왔다가 밀려 나가기를 반복하는 파도. 파도는 무엇으로도 제지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하고 보편적인 에너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의 바다는 거칠게 출렁이지도 포효하지도 않습니다. 우리는 모든 움직임을 멈추고 무겁고 부드럽게 가라앉은 바다를 통해서 영원히 변하지 않는 유일한 변화가 시간의 흐름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사람들은 눈앞의 자연의 아름다움에 압도되기 마련이고, 그로 인해 풍경사진가들은 눈에 들어오는 대상과 장면의 형태와 패턴, 질감과 색상으로 프레임을 가득 채워서 최대한 많은 것을 보여주고 싶다는 유혹에 빠지게 됩니다. 그러나 ‘적을수록 많다’거나 ‘뺄셈의 예술’이라는 표현은 사진의 특성을 나타내는 전통적인 수식어입니다. 넓은 네거티브 스페이스와 주의를 산만하게 하는 일체의 군더더기가 제거된 간결한 구조…, 윤일중의 사진은 미니멀리즘의 사진에서 요구되는 그런 조건을 대부분 갖추고 있습니다.

 

 

 

 

미니멀한 사진은 어떤 사람에게는 세련된 미적 쾌감을 주거나 신선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게 합니다. 사진가는 보여주고 싶은 것만을 가장 간결한 방식으로 보여주고 있지만, 그럼에도 어쩌면 이들 사진에서 무엇을 보았는지 기억해내지 못하거나 말로서 얼른 설명할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그것은 이미지가 모호하거나 이해하기 어려운 현실감을 수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의 사진들은 사실적이지도 재현적이지도 않습니다. 그의 사진을 읽는 핵심적인 키워드 가운데 하나는 침묵입니다. 많은 종교에서는 침묵을 진실을 표현할 수 있는 유일한 언어이거나 정신의 가장 순수하고 높은 형태로 정의합니다. 현실에 기반을 두면서도 동시에 초현실적인 세계로부터 들려오는 것은 내적인 침묵의 소리입니다. 침묵은 소리가 사라지거나 텅 빈 상태를 의미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침묵 속에는 모든 대답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눈을 감고 귀를 기울이고 있으면 그 대답을 들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김승곤, 한국사진예술원 SPC사진클럽 지도교수

 

 

 

 

SEE SEUN (시 선)

 

시간을 표현한다는것은

기다림의 미학이다

 

찰나의 감정들이 쌓여 흔적이 되고

그 내면의 고요들은

예측할수없는 질감으로

감동적이게한다

그러나

파도는 같은말을 하지않는다

매번 바람의 방향과 빛의 길이가 다르듯

삼각대를 세운 나의 시간도

각기 다른 감정을 가지고

마주하기 때문일것이다

 

나에게 다가온 침묵, 나뭇가지, 파도, 해변은

바라보는 그날의 시각에서

각기 다른 기호를 만들며 부유한다.

끝없이 이어지는 이미지들을

한장의 사진으로 재구성하는 작업은

한편의 시처럼삶을 감동적이게한다.

많은것들을 덜어내고 함축한 사진구성은

그 깊이를 알수없는 세상으로

더 많은 이야기를

우리에게 전해 주기도한다

 

나는 밤의 끝에서 만나는 새벽이나

달이 지나가는물의 시간을 기록한다

 

말을 하지않아도 들리는 고요에서

나의 사진은 서정이며 빛을 원천으로 한다

 

- 윤일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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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220406-윤일중 사진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