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하나 展

 

정체 正體

 

꽃_70x90cm_전사이미지_watercolor on paper_2021

 

 

갤러리 도올

 

2022. 3. 23(수) ▶ 2022. 4. 10(일)

서울특별시 종로구 삼청로 87 | T.02-739-1405

 

www.gallerydoll.com

 

 

꽃_40x30cm_전사이미지_oil on canvas_2021

 

 

‘정체 正體’
: 사물이나 사람이 본디 지니고 있는 형상
사물이나 사람이 마땅히 지니고 있어야 할 참된 면모나 형상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떠올린 단어는 '정체'였다.
독일에서 한국으로 돌아와 2011년 갤러리 도올에서 ’채집‘으로 개인전을 하고 11년이 지났다. 그리고 11년만에 갤러리도올에서 다시금 전시를 하게 되었다.
꽃고기로 작업을 시작한지도 오랜 시간이 지났고, 그사이 다양한 경험과 변화된 개념을 가지게 되었다.

처음에 꽃작업은 그저 꽃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에서 작업했었다. 인간의 개입으로 인해 무엇이든 꽃처럼 보일 수 있게 되어버린 꽃의 상징에 대한 정체성에 대한 고민도 있었다. 그러한 작업들은 평면에서 벽화 작업으로 이어져 전시장 안에서 환경을 만들고 사람들은 꽃이 없는 꽃밭에서 사진을 찍었다.

 

 

꽃_50x50cm_전사이미지_oil on canvas_2021

 

 

이번 전시를 위한 자료를 수집한 지 2-3년이 되어간다.
난 꽃의 정체성을 실험하기 위해, 즉 가장 아름답다고 하는 것을 위해 가장 아름답지 않고, 하찮은 재료를 찾곤 했다. 살림을 하는 여자로서 가장 하기 싫은 일 중에 하나가 음식물 쓰레기를 정리하는 일이다. 어느 날 싱크대에 이거저거 버릴 음식이 가득 찬 거름망을 보았다. 인간이 정한 먹거리 역할을 하고 버려지는 그것들의 종착지점에서 본 그것들은 가장 보기 싫어하는 것들 중 하나일 것이다. 문득 그것들이 모여있는 모습, 일종의 버려지는 장소에서의 ’수집‘된 것들이 아름다워 보였다. 그리고 이것들을 꽃처럼 보이게 할 수 있다면 오랜 기간 이 작업에 대한 최고의 역설이 만들어지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즉 쓰레기도 꽃처럼 보일 수 있다면.

그렇게 시작되어 수집한 음식물 쓰레기는 수십장이 되었다. 시댁에서 다과에 올리고 남은 딸기의 뒷꼭지, 버려지는 감의 윗부분, 상해버린 양배추, 마늘, 양파를 까고 남은 껍질, 그 밖의 다양한 남은 음식물들을 꽃으로 대하고 작업해 보았다. 인간의 개입을 뺀 사물은 예상 밖 모습을 우리에게 감상하게 해준다.

 

 

꽃_60x50cm_전사이미지_watercolor on paper_2021

 

 

처음 고기와 꽃을 인간으로 매개했듯이, 이번은 쓰레기와 꽃이 인간으로 매개 되는 것이다. 그래서 드디어 그들의 정체가 우리가 이미 알고 있던 것이 아닐 수 있다는 좀 더 그들의 정체에 가까울 수 있는 정의를 내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제목과 연결해 그동안 ’정체‘에 관련된 드로잉들을 함께 전시하고자 한다. 바다처럼 보이는 가슴 초음파, 원래 물에 있어야 하는 하늘에 뜬 돌고래 풍선 등등 다양한 정체성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작업들이 있다. 결국은 ’화가 송하나‘라는 나의 정체성을 묻는 명패도 이 모든 주제를 함께 담고 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바이러스가 온 세상을 뒤덮은 지금 이번 전시가 매우 조심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우린 늘 어떤 정체를 인간의 방식으로 접근하고 정의한다. 하지만 우리의 방식이 과연 대상을 제대로 바라보고 있었던 것일까. 그 정체에 대해 우리가 질문을 해봐야 하는 시기가 지금이 아닐까 싶다.

 

- 송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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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220323-송하나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