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은정, 이규재 展

 

너의 시선으로부터

 

 

 

신한갤러리

 

2022. 3. 17(목) ▶ 2022. 4. 27(수)

서울특별시 강남구 역삼로 251 신한은행 강남별관 신관 B1

 

 

 

 

《너의 시선으로부터 From Your Gaze》는 서은정, 이규재 두 작가의 시선에 집중하며 다름의 경계 너머 상호 소통과 이해의 가능성을 ‘시선’이라는 키워드로 살펴본다. 두 작가는 작업을 통해 자신의 내면을 깊이 바라보는 한편 외부로 시선을 확장해가며 자신의 끝에 머물고 있는 무언가를 매일 수행적으로 그린다. 작품 속 시선의 무게와 방향은 조금씩 달라 내부에 시선이 정박해 있기도 하고 때론 외부로 향해 있기도 한다. 이를 통해 작가는 자신을 마주하기도 하고 자신이 바라보는 세상과 마주하기도 한다.

서은정 작가는 어릴 적 자주 그렸던 인형의 존재를 친구처럼 혹은 자기 자신처럼 여기며 놀이에 가깝게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이 시기는 작가에게 있어 자신의 내면을 내밀히 바라보는 시간이었을 것이다. 이후 그림 속 인형에게는 옷과 집이 생기고 식물이 가득한 풍경에는 꿀벌, 무당벌레, 꽃, 요정 등이 등장하며 작가의 작업 세계는 섬세하게 확장된다. 흥미로운 점은 곤충, 요정 등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지나칠 수 있는 작은 존재들이 그림 속 등장한다는 점이다. 이는 존재감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 하더라도 결코 소외되는 존재가 없길 바라는 작가의 따뜻한 시선이 담겨있다. 동시에 조금 다른 면이 있어도 서로 어우러져 소통하며 함께 살아가는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는 작가의 순수한 마음이기도 하다. 작가는 나지막하게 조용히 그림 속 존재의 시선으로 말한다. “나도 여기 있어요.”, “여기에 예쁘게 살고 있어요.”

 

 

 

 

이규재 작가는 자신의 마음을 그림에 담는다. 작품 속에 자신의 내면을 구체화하며 마치 누군가가 자신의 마음 상태를 알아봐 주길 바라는 듯하다. 그림에 늘 세트처럼 함께 있는 글은 그림을 그릴 때의 감정을 좀 더 구체적으로 첨삭하듯 남기며 작가의 머릿속 생각들을 전달하는 소통의 장치이다. 또한 바오밥 나무를 좋아하는 작가는 ‘나무 화가’로 불릴 만큼 긴 시간 에탄올, 모래, 종이 파지 등 다양한 재료들을 실험적으로 사용, 나무와 자연을 그리며 이를 통해 자신이 좋아하는 세상을 감각적으로 표현한다. 자연을 자신의 친구로 받아들인 그의 때 묻지 않은 순수한 시선으로부터 시작된 작업은 세상을 바라보는 작가의 진솔한 시선을 여과 없이 담아내며 우리가 어떤 시선으로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지 생각하게 만든다.

이처럼 우리는 전시장에서 다양한 크기의 캔버스 작업들로 작가와 마주한다. 《너의 시선으로부터》는 두 작가가 오랜 시간 시선을 두고 관찰하며 상상력을 더해 담아낸 작가의 세상이다. 우리는 때로 누군가의 시선을 마주하기 힘들 때가 있다. 시선은 경우에 따라 상대를 재단하는 수단이자 폭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따뜻하게 바라봐주는 것만으로 누군가에게는 말보다 더 큰 위로와 힘이 되기도 한다. 순수한 마음을 간직한 두 작가의 시선이 고스란히 담긴 작품들을 보면 우리의 시선 또한 따뜻해짐을 느낀다. 한없이 다정한 시선들이 깊은 대화들을 만들며 작가의 시선과 우리의 시선이 무수히 교차하는 순간을 전시장에서 마주하길 바란다.

 

신한갤러리 큐레이터 이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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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220317-서은정, 이규재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