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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고운 展
태반의 무게
갤러리밈
2022. 2. 23(수) ▶ 2022. 3. 20(일) 서울특별시 종로구 인사동 5길 3 | T.02-733-8877
태반의 무게 The weight of the placenta
2020년은 나에게 너무 큰 변화가 생긴 해였다. 결혼 7년 만에 새 생명을 어렵게 품에 안았기 때문이다. 나와 쏙 빼닮은, 세상에 하나뿐인 아기를 키우면서 그저 머리로만 알고 있었던 많은 문제들의 곁가지들과 속사정에 대해 많이 고민하고 생각하게 되었다. 출산 직후, 나는 병원에 미리 부탁을 해놨던 태반을 받아와 직접 만지고 관찰했다. 열 달 동안 나와 아기를 연결하고 있던 태반은 내 손안에서 여전히 따스한 온기를 전달해주고 있었다. 자신의 역할을 다하고 난 뒤, 마지막 순간까지 생의 기운을 뿜어내던 태반. 그 미끈거리고 물컹한 감촉, 회 보랏빛 색깔과 따스한 온도, 태반의 묵직한 무게가 생경하면서도 너무도 신비로웠다. 한 인간으로서, 여성으로서, 작가로서 살아온 내가 엄마로서 살아갈 앞으로의 책임에 대한 무게를 알려주는 것 같았다. 그 순간, 내가 직접 만지고 바라본 태반과 탯줄을 꼭 새로운 작품 안에 어떻게든 그려내고 싶었다. 태반이 모체로부터 산소를 공급받아 아기에게 전달하듯이 생과 사를 이어줄 수 있는 모티프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전시를 준비하며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가자지구에서 죽은 아기들 67명의 사진을 보게 되었다. 그들 중에는 6개월, 2살 아기들도 있었고, 그저 피자 오븐을 들고 옆집으로 가다가 이스라엘에서 띄운 드론이 오븐을 무기로 착각하고 폭파해버려 죽임을 당한 경우도 있었다. 그 아이들은 그저 밥을 먹다가, 친척들과 잠을 자다가, 그림을 그리다가, 잠깐 아버지를 도우려 밖으로 나갔다가 그렇게 참혹하게 죽임을 당했다. 반짝거리는 생명들이 한순간에 잿더미 속에서 발견되는 현재를 바라보며 지옥은 '바로 여기'라는 생각을 뼈저리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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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메일에 등록된 모든 이미지와 글은 작가와 필자에게 저작권이 있습니다. * vol.20220223-서고운 展 |